김수환 추기경의 선종과 그 분을 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추모 물결을 보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사람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평생을 자기 욕망을 제어하면서 종교지도자로서의 본분을 지키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낮은 자를 위해 사랑을 아끼지 않았던 그 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의 푸근함과 외길 인생의 가치를 배우는 것은 물론이지만 저는 그 보다 그의 선종으로 보여준 언론과 천주교 신자들, 그리고 그를 추모하는 시민들을 보면서 더 큰 희망을 보았습니다.

매스컴의 보도 자세를 보면서도 그렇습니다. 물론 군중을 동원하고 조작하려는 속보이는 언론의 선동적 속성이나 대중영합의 냄비근성적인 매스컴의 포플리즘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발 좀 모든 사회 문제나 사건에 대하여 이런 시각의 보도태도를 유지해 준다면 우리 사회는 한층 더 밝아질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언론이나 또 소위 똑똑하다는 사람들의 세계관은 병적(病的)일 정도로 부정적이었습니다.

 심층 보도를 통하여 진실을 규명한다는 명분이야 이해하지만 무슨 일이든지 긍정적 가능성 보다는 부정적 개연성(蓋然性)을 강조하고, 모으고 세우고 함께하기 보다는 흩어버리고 무너뜨리고 분열시키는 것이 언론의 사명인 것 같은 시각이 그동안 언론의 보도태도였습니다. 잘되는 방법 보다는 늘 안 되는 방법을 찾아내고, 돕기 보다는 방해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그동안 우리 사회의 부정적 좌편향 사고방식의 소유자들과 궤를 같이하는 언론의 태도였습니다.

 물론 이번 보도태도를 두고 언론과 우호적인 가톨릭을 클로즈업시킴으로 상대적으로 비우호적인 개신교의 위축을 유도할 심리적 반감이 작용했으리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온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 하나됨을 유도하는 이런 식의 보도태도는 너무나 반가운 일입니다. 사실 사회적 소통은 언론의 책임입니다. 사회 통합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언론이 맡고 있습니다. 국익과 정의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이 아니고, 때론 국익보다 시민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고 단기적 국가 이익보다는 공의를 세우는 것이 국가 미래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다 정의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합의는 중요합니다.

카톨릭 신자들의 추기경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보면서도 그렇습니다. 어느 종교나 단체든 사자(死者)에 대한 대접은 늘 후한 것이 우리 인심이기는 하지만, 그 분 역시 나약한 사람일진데 인간적인 약점과 부족이 그에 대한 존경과 사랑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인간 김 아무개가 아니라 ‘추기경 김 아무개’로서 ‘사제 김 아개’로서만 기억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그 분을 존경할 수 있고 존경받을 분으로 세우는 힘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이해관계를 초월한 존경과 사랑의 표현을 보면서 역시 우린 참으로 좋은 심성을 가진 국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추운 날씨에 늘어선 순수한 조문행열과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존경과 사랑의 표현들은 우리 사회가 아직 얼마나 건강한 사회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린 아직 ‘사촌이 땅을 사도 박수를 칠 수 있는 사회’라는 것입니다. 이런 훈훈한 인심과 사심 없는 존경, 진정으로 존경할 분에 대한 존경에 인색하지 않는 사랑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현 주소라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언론이나 사회 여론, 그리고 모든 지도자들과 시민들이 서로를 세우고 좋을 일이나 사람에 대하여 사심 없는 박수갈채를 보내고 부족까지라도 감싸고 하나 되는 사회는 참으로 아름다운 사회입니다. 우리 성도들이 존경과 사랑 사회통합의 중심에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