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졸업하는 트로트 가수

2월, 졸업식 얘기를 많이 한다. 오늘은 서울대 졸업생 이야기를 해보겠다. 그런데 주인공은 무명의 트로트 가수이다. 나이는 44살. 예명은 현자, 본명은 양미정 씨이다. 이분, 원래 84학번이다. 그런데 이번에 25년만에 서울대 학사모를 쓴다. 2006년 소비자아동학부에 재입학해 졸업한다. 어찌된 일일까. 1984년 서울대 가정학과에 입학했다. 그런데 아버지 사업이 망했다. 이때는 과외가 안 되던 때라 학생이 따로 돈 벌 길이 없었다. 단칸방에서 여섯 식구가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가족 눈치 보느라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온갖 일을 했다. 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중퇴했다. 그리고 밤무대 등을 전전했다. 무명 트로트 가수 생활을 해 온 것이다.

복학한 이후, 향학열에 불탔을 것 같다. 현자 씨는 "재입학 후 첫 학기에는 시험을 보는데 공부한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당황했고 영어 원서를 읽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일도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친구'들 덕분에 무사히 졸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입생이었던 25년 전보다 훨씬 좋은 평점 3.44, 만점이 4.3이지? 이런 좋은 점수로 졸업한다는 현자 씨는"배우는 데 나이는 상관없다. 열정이 있는 사람이 도전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늦깎이 졸업생의 소감을 털어놨다. 그러나 모교 사랑을 말로 떼울 수 없었나 보다. 지난해 9월에는 학내에서 장학금 마련 콘서트를 열어 마련한 수익금 600만 원을 학교당국에 전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하철의 DJ가 떴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의 유진옥 기관사 이야기가 있다. 이분은 '7호선의 DJ'로 불린다. 환승역마다 정차역 안내 방송과 함께 DJ와 같은 경쾌한 코멘트를 '날리면서' 유명해졌다. 서울도시철도공사 홈페이지엔 유진옥 기관사에 대한 칭찬글이 수시로 오른다고 한다. 어떤 멘트를 날리느냐.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이 차에 모두 내려놓으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얼른 집에 가셔서 맛있는 저녁 식사 하세요.” 어떤가. 이런 얘기를 지하철 안에서 듣는다면? 유진옥 씨는 그날 상황에 맞게 즉흥적으로 말한다고 한다. 출근길엔 힘내라는 얘기, 퇴근길엔 수고했다는 얘기를 주로한다고 한다.

유진옥 기관사의 데뷔는 2007년 말복 때였다고 한다. 복날답지 않게 비가 주룩주룩 왔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비가 오지만 그래도 말복입니다. 점심 식사로 추어탕이나 삼계탕을 드시면 어떨까요?'라고 했더니 승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단다. 자신갑을 얻었다. 밸런타인데이 때는 열차가 정차하는 짧은 시간에 기관실 옆에 와서 초콜릿을 선물하는 사람도 많았단다.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휴대 전화로 감사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람도 있었다. 지하철 판 문자사연이라 하겠다. 녹음된, 정형화된 멘트보다 얼마나 생기있나. 그 생기로 어깨가 축 늘어진 서민들의 기를 살려줬으면 한다.

○…세 살 버릇 여든 간 음반 수집광

올해 68살인, '문우 음악재단'을 운영하는 문계 씨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분의 음악사랑, 정말 대단하다. 지금 소장하고 있는 음반은 4만8000여 장이다. 40년 넘게 모았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면 교향곡 음반을 모은 책장이 서 있다. 다른 쪽 벽을 타고 실내악·독주곡·성악곡 음반이 흘러간다. 현관 바로 옆의 방 하나는 문만 빼고 모든 벽이 음반일 정도. 15~21세기 음악 작품이 고루 갖춰져 있다. 아파트 하나에 쌓고도 넘쳐 집 한 채 더 샀다고 한다. 음반 소장을 위해 집 한 채 더 샀다니 놀라운 일이다. 따로 산 집에는 오페라 관련 음반과 DVD만 모아 놨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 음반이나 모으는 게 아니다. 희귀하면서도 명반 반열에 오른 것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라디오 방송 PD들이 찾는 경우도 있단다.

그러나 그 수에 흡족해 하는 문계 씨가 아니다. 정작 “모자라다”고 한다. 전 세계 모든 음반이 손에 들어와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지난달에 프랑스 지휘자 프랭크 포셀의 음반을 찾아냈다. 인터넷 중고 시장을 뒤져 얼굴 모르는 벨기에 사람에게 산 앨범 '투 뷰티풀 투 라스트'같은 경우 25년 전부터 찾던 것이었다. 이런 음반수집 취미는 고등학교때부터였다고 한다. 한 장에 100 원하던 LP를 사려고 걸어서 학교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취미를 살려 1970년에는 여수문화방송 라디오PD로 일하기도 했다. 22년 전에는 아예 음악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