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팀이 악전고투 끝에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에 진출했다. 또다시 ‘김인식 감독 리더십’에 많은 이들이 주목한다. 특히 지도력 부재의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은 매우 큰 의미를 남긴다.

분권형 리더십

김인식 감독처럼 ‘감독의 존재감’을 감추는 경우도 흠치 않다. 왜냐. 권한을 나눠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지도력으로 꼽을 수 있는 ‘분권형 리더십’이다. 선수 선발권은 감독에게는 큰 권한이다. 하지만 본인은 행사하지 않았다. 분야별 코치에게 일임했다. 현대 감독이던 김재박 타격코치에게 야수. 삼성 감독인 선동렬 투수코치에게 투수. SK감독이던 조범현 배터리코치에게 포수 선발권을 각각 맡겼다. 이러다보니 코치들은 본인 손으로 뽑은 선수를 무한한 애정을 갖고 이끌었다. 선수들 역시 향상된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었다고.

사실 분권형 리더십은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다. 왜냐. 나눠준 권한을 회수하려하기 때문이다. 왜 도로 가져가느냐. 자기가 바라는 방향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나눠주는 척하면서 실상은 본인이 다 움켜쥐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이런 고난도의 분권형 리더십을 확립했던 주인공이었다. 왜냐. 본인이 뜻하는 대로 잘 안 돼도, 코치와 선수를 믿었기 때문이다. 김인식 감독의 야구를 ‘믿음의 야구’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통합의 리더십

그렇다고 선장의 역할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연봉 차이, 경력의 차이, 출신 차이 같은 갈등 요소들이 많지 않은가? 그렇다. 이제 이야기할 두 번째 리더십이 바로 이것이다. ‘통합의 리더십’이다. 통합을 위해 김인식 감독이 하는 일은, ‘카리스마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었다. ‘조용한 조정자 역할’을 택하는 것이다. 고참이라며 후배를 윽박지르는 것을 방지하고. 실력이 출중하다고 안하무인 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한화 감독이다.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이 쉽게 마음의 문을 열까. 이런 점을 알았던지 김인식 감독은 자기식구를 먼저 챙기지 않았다고 한다. 3루수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때도 식구인 한화 출신 이범호 대신 롯데에서 온 이대호를 선발로 기용했다. 감독이 이런 진정성을 보여주는데 어떤 선수들이 의구심을 갖겠나.

희생의 리더십

따지고 보면 김인식 감독의 스타일을 설명할 때 ‘살신성인’이란 말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세 번째 리더십, 바로 ‘희생의 리더십’이다. 사실 김인식 감독, 감독직을 수락한 자체가 희생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해 말 WBC 감독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사양했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일군 김경문 두산 감독과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김성근 SK 감독이 “팀 운영이 우선”이라며 고사하니까 결국 등 떼밀려 지휘봉을 잡아야 했다. 나가서 4강 신화를 재현해야 본전, 그보다 못하면 ‘이제는 한 물 갔군’ 이 소리를 들게 될 판이었다. 하지만 용기를 냈다. 사실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몸은 후유증 때문에 아직도 거동이 불편한 김인식 감독 아닌가. 게다가 박찬호, 이승엽, 김병현, 김동주 같은 유명 선수들이 빠졌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밀고 가고 있다. 김인식 감독의 이런 ‘희생의 리더십’은 남 탓 하지 않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며 2라운드 진출의 쾌거를 달성한 힘이 됐다. '희생의 리더십'은 다른 말로 '불만제로의 리더십'이기도 했다.

지략의 리더십

가공할 ‘지략’으로 상대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여러분 긴장하게 했다. 네 번째 리더십 ‘지략의 리더십’도 짚지 않을 수 없다. 리더십이 빛날 때는 바로 위기이다. 일본과의 1차전에서 큰 점수 차로 패한 것. 이것이 다 김인식 감독만의 지략의 산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렇다고 이길 수 있는 게임, 일부러 졌다는 것은 아니다. 미련을 두지 않고 폼이 좀 상하더라도 완패를 피하지 않은 것이다. 게임을 깨끗하게 포기했던 것이다. 그래서 중국전 그리고 또 다시 있게 될 일본전에 대비했다. 하지만 대패한 선수들, 의기소침하겠지? 게임이 끝나고 “평소대로만 해” 이러며 격려했다. 그리고 다시 치른 일본전. 봉중근을 포함해 정현욱, 류현진, 임창용 같은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들었다. 그리고 순위 결정전에서 총력을 다 한 결과, 조 1위에 올랐다. 일본, 약이 바짝 올랐겠지?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늘 “일본이 한 수 위이다”라는 말을 함으로써, 일본의 불타는 승부욕을 꺾었다. 이것 역시 다음 게임을 위한 지략의 포석은 아닐까? 때마다 망언으로 한국 선수들의 투지에 불 붙였던 이치로가 김인식 감독의 한참 밑이란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인식 감독이 주는 리더십,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많은 야구팬들은 김인식 감독이 더그아웃에 있는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고 말한다. 어떤 긴박한 상황에서도 서두르거나 조급해 하지 않고, 위기의 상황에서도 적절한 해법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어려운 때를 맞고 있다. 지도자들은 ‘망할지도 모른다’라는 패배감 또 공포감에 젖어 있을 국민의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네 책임이니’ ‘내 책임이니’하며 갈등에 휘말릴 수 있는 내부를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한 ‘힘의 결집’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이를 위해 지도자가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희생의 본을 보여야 한다. 또한 최선의 지략을 만들어 내 ‘위기의 종착점’이 어디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김인식호, 부디 남은 경기에서 선전을 함으로써,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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