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는 지금
폭탄 맞은 듯하다.
대부분의 집들은
다 이사를 나갔고
이미 철거가 시작된 곳,
골조만 흉물스럽게 남은 집,
여기저기 뜯어가다 멈춘 집,
....

낮에는 보기 흉하고
밤에는 걷기 겁난다.
전에는 종종
빈 집에서
불이 나곤 하여
소방차가 출동하곤 했다.
누군가가 추우니까
빈 집에 들어가
불을 지핀 연유이다.

그러니
가장 힘든 것은
어두운 길을 걷는 것이다.
우리는 밤 예배가 없어서
밤에는 문제가 없지만,
아니 사실 밤에는
예배당 지키느라
우리 김 집사님이
엄청 수고를 하신다.
없던 카메라까지 달았다.

암튼 제일 힘든 것은
새벽 기도 길이다.
그래서 그런가,
새벽 기도회에
부부가 참여하는 경우가
여럿 생겼다.
참 좋은 남편들이다.
그러나 나에겐
이게 웬 횡재냐 싶다.
남자들이 새벽기도회엔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젠 여럿 보인다.
이렇게 신 나는 일이 ...

그런데
그 위험한 새벽길,
그 어두운 새벽길에
두두두두 하며
오토바이 하나
성전을 향해 올라온다.
누굴까?
작은 체구의 김 권사님!
작은 체구, 이쁜 용모라
얌전해 보이지만
이 분은 터미네이터이다.
그 위험한 길을
오토바이로 질주한다.

터미네이터 영화를 보니
지구를 구하기 위해
먼 미래에서
찾아온 전사(戰士)더라.
새벽 기도회를 살리기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두두두두 달려온다.
그러니 그가 우리 교회
터미네이터가 아닌가?
다 떠나가는 그 자리에
나라도 새벽기도의 불씨를
지피겠다고,
이 사명을 주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것 같다고
하루 종일 일하고도
새벽엔 어김없이
두두두두 달려온다.

고마운 이,
주님께서 그 마음 아시니
아름다운 일들로
당신의 삶을 채우실 겁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