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꽃나무 몇 그루를 양지바른 곳에 심었다. 금년 봄에 꽃을 보겠다는 욕심으로 서둘러 정성을 들여 심은 것이다. 며칠 후 꽃나무는 꽃망울을 맺고있었다. 그 무렵 봄을 시샘하듯 눈이 내리고 차거운 바람을 동반한 추위가 꽃망울을 삼키는 듯 했다. 다시 겨울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정성들여 심은 나무가 얼어 죽지나 않을까 꽃망울이 얼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며칠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화사한 햇빛을 머금어서인지 이윽고 꽃망울을 터트렸다. 눈과 추위를 이기고 꽃을 선사해 준 것이다. 세월은 결코 거슬러 가지 않는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오는 것처럼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차더라도 꽃은 피게 마련이다. 지금 우리는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있다. 주님의 십자가 수난을 기억하며 경건과 절제의 아픔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순절 기간을 근신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낼 수 있는 것은 수난 뒤에 부활이 있기 때문이다. 사순절 마지막 주간을 고난 주간으로 지킨다. 이 기간 동안 주님께선 군중들의 열렬한 환영과 만세 속에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다. 성전을 깨끗케 하시고 많은 이들에게 진리를 설파하셨다. 제자들과 마지와 만찬을 즐기신 후 한 제자의 배신으로 체포되셨다. 심문을~받으셨다. 실신하실 정도로 채찍질을 당하셨다.

“호산나”하며 환호하던 군중들은 며칠 사이에 변심하여 주님을 죽이라고 외쳤다. 주님은 사형선고를 받으시고 자신이 달리실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셔야 했다. 그리고 십자가에 못박히셨다. 병정들에게 조롱을 당하시고 일곱마디 말씀을 남기신 후 33세의 젊은 나이로 죽으셨다. 그러나 사망도 그분을 잠잠케 하지는 못했다.

드디어 다시 살아나셔서 무덤의 돌을 옮겨 놓고 나오셨다. 꽃샘추위가 꽃망울을 죽이지 못했던 것처럼 다시 살아나신 것이다. 예수님이야말로 그분을 십자가에 못박은 자들이 기다리고 고대하던 메시아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언젠가 살아있을 때나 혹은 죽어서라도 다시 부활하게 될 것이다. 주께서 다시 사셔서 부활의 문을 열어 주셨기에….

/ 홍익교회 장로, 평신도신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