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 토요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은 이것을 속보로 전했다. 그러다 5분 만에 언론들은 이 사안이 오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렇지 않아도 잔뜩 긴장해 있던 일본 국민들, 크게 분노했다. 한편 최근에 몇몇 외신이 만우절을 맞아 오보를 냈는데 이걸 그대로 받아 실은 국내 언론이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에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해 단독 보도했던 한 시사월간지가 지난 2월호에서 “그 보도, 오보였다”라고 밝혔다. 오늘 이야기 주제는 ‘잘못된 보도’ 즉 ‘오보’이다.

미국 뉴스위크지는 1986년에 이런 보도를 했다. ‘대학을 졸업한 마흔 살 된 백인 미혼여성이 결혼할 확률은, 테러범에게 피살당할 확률보다 낮다’라는 내용을 말이다. 20년 후인 2006년 5월. 어느 누구도 이 기사를 기억하지 않을 텐데, 뉴스위크는 “이 보도가 오보였다”라고 독자에게 밝혔다. 작문했다는 것일까. 아니다. 표본이었던 ‘노처녀’ 11명 가운데 8명이 결혼했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것과 결과와 같지 않았기 때문에’ 오보였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 언론은 오보에 대해 유난한 결벽증을 갖고 있다. 2005년 미국 CBS방송의 간판 앵커인 댄 래더가 물러났다. 이유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군 복무 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게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의혹’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래도 오보는 오보였던 것이다.

기자라면 누구나 느낄 유혹, 바로 ‘작문의 유혹’이다. 이른바 ‘과학적 취재’가 아니라 ‘문학적 취재’를 한 경우라 하겠다. ‘누가 이걸 확인하랴’라며 없는 얘기를 지어내는 행태라 하겠지. 1982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지미의 세계’라는 기사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날조기사’로 평가된다. 기사 내용은 이렇다. ‘체코에 지미라는 소년이 있는데, 이 아이가 마약중독자가 됐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언론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런데 지미라는 소년, 알고 봤더니 가공의 인물이었다. 그럴 듯하게 작문해서 보도한 것이다. 파장은 엄청나게 컸다. 결국 상은 반납됐다.

워싱턴포스트 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도 ‘세기의 오보’가 적지 않았다. 1981년 ‘캄보디아 종군기’, 이것도 유명한 ‘문학적 취재 기사’에 속한다. 크리스토프 존스라는 기자가 있었다. 이 사람은 베트남과 크메르루주 사이에 전쟁 상황을 기사화했다. 그런데 사실적인 묘사가 그야말로 일품이었던 모양이다. 독자들은 마치 전쟁 현장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발로 뛰어 쓴 기사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존스 기자가 기사를 쓴 곳은 스페인의 자택 수영장이었다고 한다. 이런 예도 있었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 중국계 핵물리학자 리원허라는 사람이 몸담고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이 리원허가 핵탄두 기술을 중국에게 제공한 혐의로 FBI의 조사를 받는 사실을 특종 했다. 그러나 리원허는 59개 혐의 가운데 58개를 벗었다. 나머지 하나도 소소한 잘못이다. 사실 취소된 58개 혐의는 간첩죄이다. 종신형감이다. 결국 단독 보도한 점에 고무되더니 연일 추측성 후속 보도를 쏟아내며 특종 퍼레이드를 했던 뉴욕타임스, 결국 당사자와 독자 앞에 허리를 넙죽 숙였다. 이 기사는 지금도 이민족 출신 인사에 대한 인종 편견이 낳은 오보로 소개되고 있다.

시선을 우리 쪽으로 돌려보자. 1970년대 어떤 일간지 기자는 “창경원의 코끼리 한 마리가 감기에 걸려 며칠째 두문불출하고 있다”는 기사를 썼다. 사실이 아닌 소설을 쓴 것이다. 그럼에도 신문은 크게 보도했다. 경쟁지 기자는 낙종했다며 데스크에게 한 소리 들었다. 그래서 본인도 소설을 썼다. “감기 든 창경원 코끼리, 아스피린 한 상자 먹고 완쾌됐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이다. 우리처럼 취재범위가 좁고, 경쟁 언론이 많은 나라에서는 한탕주의식 날조기사가 많지 않다. 다만 사실 확인에 소홀한 ‘카더라’식 인용보도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오보에 대해 민감한 언론들이지만 만우절만큼은 체면 몰수하고 장난 기사를 쏟아낸다. 1957년에 영국 BBC는 “스파게티가 나무에 열렸습니다”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만우절을 맞아 장난으로 쓴 기사였던 것이다. 이 기사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거짓말박물관’이 뽑은 100대 오보 가운데 1위를 차지할 만큼 이목을 끈 보도였다. 지금도 외국 언론은 만우절이면 이런 장난 기사를 쏟아낸다. 그런데 참 딱하게도 우리 언론이 검증 없이 사실인 것으로 알고 받아썼다가 망신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한 일간지 같은 경우, 지난해 4월 2일 국제면에 "세계적인 모델 출신인 카를라 브루니 프랑스 대통령 부인이 영국 정부의 위촉을 받아 영국 사람에게 패션과 음식을 가르치는 문화대사로 나선다"란 만우절 기사를 영국 신문인 가디언 인터넷 판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과 프랑스, ‘견원지간’이나 다름없는데, 프랑스 영부인에게 영국 국민이 지도받는다? 말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일간지, 올해에도 당했다. 러시아의 영자신문인 모스크바타임스가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차가 방탄 능력이나 내부 시설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전용차를 압도한다”는 내용의 만우절 기사를 그대로 받아쓴 것이다.

여기서 ‘외신 맹신주의’의 단면을 읽게 된다. 2003년 4월 4일, 한 방송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 피살됐다고 CNN이 긴급보도 했다"고 전했다. 오보의 이유는 너무 허망했다. "한 네티즌이 CNN과 똑같은 모방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그걸 기자가 보고 착각했다"는 것이다. 한 뉴스채널은 남의 방송의 이 오보를 확인도 안 하고 그대로 베껴 썼다가 앉아서 망신을 당했다. 가짜긴 했어도 그 뉴스에 CNN 로고가 없었다면 이런 오보 베껴 쓰기를 했을까. 사실 재작년 아프가니스탄 사태 때, 우리 언론은 외신이 쏟아내는 기사를 중계할 수밖에 없었다. 취재원과의 접근성이 우리보다 낫다는 점에서 현지 언론을 맹신했고, 강대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 영국 언론의 기사를 그대로 받아썼던 것이다. 언론의 품위, 공신력, 어떻게 됐겠나? 실종되고 말았다.

마감시간의 압박, 정보의 부족, 다른 언론사와의 경쟁 심리. 이런 것들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국민의 알 권리’ 아래에 있는 것들 아닌가. 우리 언론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뒤인지를 아는, 기본에 충실한 보도 윤리의 회복이 전제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신속과 정확,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쫓기 힘들다면, 어떤 토끼를 먼저 붙잡을까. 우리 언론은 이 질문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