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주일 설교)

제목 : 말씀대로 부활하신 예수님
성경 : 마태복음 28장 1-10절


1.
토요일 아들이 견학을 갔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온다고 해서 오후에 마중을 나갔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나서 20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예수님의 부활을 묵상했습니다. 그러다가 기다림이란 주제로 부활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제자들에게 이미 예고되었던 것입니다. 기간도 예고되었습니다. 3일입니다. 3일이지만 실제로는 하루 반입니다. 금요일 저녁에 돌아가셔서 주일 새벽에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들이 올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리는 것처럼 왜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차분히 기다릴 수 없었는지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알려주고 싶은 메시지를 들은 것이 아닙니다. 제자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메시지를 들은 것입니다.

대학에 입학해서 제일 먼저 읽어야 했던 책이 모티머 J.애들러가 쓴 ‘독서의 기술’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How to Read a Book’입니다. 번역하면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입니다. 이 책에서 저는 독서를 하는 사람은 야구의 포수와 같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저자의 주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선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실상 똑같은 구조를 갖습니다. 우리는 사람의 말을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자신이 듣고 싶은 대로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도 예수님의 부활을 진지하게 듣지 않았습니다.

만일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 메시지를 진지하게 들었다면, 그들은 십자가의 죽음 이후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잠잠히 부활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버렸던 그물을 다시 잡고 고기를 잡으러 가는 소동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이 불안해했고 낙심했고 절망했던 이유는 예수님의 말씀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활절에는 말씀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와 태도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삼고자 합니다. 이번 부활절을 통해 내가 원하는 대로 듣는 데에서 예수님께서 원하는 대로 듣는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2.
오늘 읽은 본문 말씀에 보면, 부활의 첫 번째 증인들이 나옵니다.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입니다. 이 둘은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갑니다. 두 사람은 천사와 무덤이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랍니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약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은 예수님의 부활 예고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면, 막달라 마리아보다 먼저 부활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무덤을 지키던 병사들입니다. 그들은 천사들이 내려와서 돌을 굴려내고 예수님께서 부활하시는 것을 직접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그들은 정말 예고 없이 부활을 목격했습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성경은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부활을 목격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되었습니다.

부활의 예고를 들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님의 부활예고가 있었기에 무덤을 지키던 자보다 충격이 훨씬 덜합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침착하게 대응합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무덤에서 천사를 만납니다. 그 천사는 마리아에게 아주 중요한 말을 합니다. 마태복음 28장 6절입니다.

그가 여기 계시지 않고 그가 말씀하시던 대로 살아나셨느니라 (마 28:6)

이 말이 정말 중요합니다. 부활은 충분히 예고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을 여러 번 예고하셨습니다. 예수님은 3번이나 부활을 예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제자들 중에 아무도 십자가의 죽음 앞에서 부활의 말씀을 기억해내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부활을 기다리지 못했습니다. 말씀을 듣는 자세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말씀이 그들 안에 남아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것이 그들이 슬픔과 공포와 절망에 사로잡힌 이유입니다.


3.
예수님은 마태복음에서만 3번 십자가와 부활을 예고하셨습니다. 첫 번째 부활 예고는 마태복음 16장 21-25절입니다.

이 때로부터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가 예루살렘에 올라가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제삼일에 살아나야 할 것을 제자들에게 비로소 나타내시니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항변하여 이르되 주여 그리 마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께 미치지 아니하리이다 예수께서 돌이키시며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사탄아 내 뒤로 물러 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하시고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 (마 16:21-25)

예수님은 십자가와 부활을 예고하셨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만 귀에 들립니다. 그래서 십자가를 지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꾸짖습니다. 베드로의 귀는 십자가 고난에만 열려있고 부활에는 열려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이것을 마귀의 역사라고 단정합니다. 마귀는 자기가 듣고 싶은 대로 듣도록 역사합니다. 반대로 성령님은 하나님께서 듣길 원하시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두 번째 부활 예고는 마태복음 17장 22-23절입니다.

갈릴리에 모일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인자가 장차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죽임을 당하고 제삼일에 살아나리라 하시니 제자들이 매우 근심하더라 (마 17:22-23)

이번에도 제자들은 십자가 고난만 듣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매우 근심합니다. 그들의 귀에는 3일 만에 다시 살아나리라는 부활의 메시지가 들리지 않습니다.

제자들은 근심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을 때에 근심케 한 뿌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불신입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왜 그런 고난과 멸시를 받게 하시느냐고 항변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듣지 못하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하나님에 대한 불신입니다.

세 번째 부활 예고는 마태복음 20장 17-19절입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려 하실 때에 열두 제자를 따로 데리시고 길에서 이르시되 보라 우리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노니 인자가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넘겨지매 그들이 죽이기로 결의하고 이방인들에게 넘겨 주어 그를 조롱하며 채찍질하며 십자가에 못 박게 할 것이나 제삼일에 살아나리라 (마 20-17-19)

이번에도 예수님은 분명히 3일에 살아날 것을 말씀하십니다. 이번에는 제자들이 아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습니다. 제자들의 마음에 예수님의 말씀을 이미 다 안다는 마음이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2번이나 말씀을 들었기에 이제는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제자들은 부활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3번이나 반복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2번이나 들었기에 다 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제자들의 마음 속에 들어있던 교만이 예수님의 말씀을 온전히 듣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말씀을 바로 듣고 바로 깨닫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자들이 말씀을 바로 듣고 바로 깨달았다면,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에 혼란과 낙심과 절망에 빠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의 문제는 말씀을 제대로 듣지도 제대로 깨닫지도 못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말씀대로 행하십니다. 그러므로 말씀을 바르게 들을 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모든 혼란과 두려움과 절망은 말씀을 바르게 듣지 못하는 데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말씀을 바로 듣고 바로 깨닫는다면, 우리는 모든 혼란과 두려움과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4.
예수님의 부활은 하나님께서 행하신 가장 큰 권능의 역사입니다. 예수님을 사망에서 건지셔서 부활하게 하신 하나님은 지금도 살아계셔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권능을 행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하나님의 권능을 믿는 자만이 진정한 믿음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권능을 믿는 삶을 살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장 핵심적인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를 고치는 것입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무엇을 고쳐야할까요?

첫째 하나님의 말씀을 대할 때 교만을 버려야 합니다. 이때의 교만은 성경말씀을 몇 번의 공부를 통해 전부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생각과 경험에서 한계가 많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만일 한계가 많은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몇 번 읽고 공부한 것으로 전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처럼 큰 착각은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신비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하나님이 차원이 다른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도 우리의 생각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미국의 한 유명한 프로골프 선수가 사우디의 왕으로부터 초대를 함께 골프를 치자는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 선수는 그 초대에 응했고 사우디의 왕은 자가용 비행기를 미국으로 보내 그 선수를 데려왔습니다. 며칠 동안 함께 즐겁게 골프를 쳤습니다. 그리고 돌아가려고 비행기에 오르는데 왕이 그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데 무엇을 원하십니까?”

골퍼는 골프 클럽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골프 클럽을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골퍼는 왕이 어떤 골프클럽을 보낼지 궁금했습니다. 그는 매일 우편배달부가 오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드디어 왕으로부터 배달이 왔습니다. 그런데 소포가 온 것이 아니라 편지가 왔습니다. 그는 골프클럽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하면서 편지를 뜯어보았습니다. 그런데 편지에는 500만 에이커(약 80만평)나 되는 골프장을 증여한다는 증서가 들어 있었습니다.

영어로 골프채도 골프클럽이고 골프장도 골프클럽입니다. 골프 선수는 멋진 골프채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사우디 왕은 골프채가 아니라 골프장을 주었습니다. 골프 선수와  사우디왕은 생각하는 데 있어서 수준의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이런 생각의 차이가 있는데 하물로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는 얼마나 큰 수준의 차이가 있겠습니까? 하나님은 하나님의 차원에서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겸손해지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성경을 바로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5.
둘째 내 경험을 기준 삼아 성경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자기의 경험을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성경도 그런 생각에서 읽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자신의 경험의 범위를 벗어나는 성경의 이야기는 믿지도 않고 받아들이지도 않습니다.

성경은 우리를 하나님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은 아무리 하나님께서 차원을 높이려 해도 자기 경험의 한계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마다 내 경험이 얼마나 작은지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의 경험을 기준 삼지 말고 성경 말씀을 기준 삼아야 합니다.

성경이 진리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나와 내 경험이 기준이 되어 성경을 읽는다면, 나를 읽는 것인지 하나님의 말씀을 읽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분들은 조금만 이전과 다른 경험을 해도 금방 혼란과 불안과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자기 경험의 한계를 겸손히 인정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진리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6.
셋째 편견과 선입관으로 성경을 읽으려는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성경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편견들이 있습니다. 성경을 읽지 않고 다른 분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확인하지 않고 그냥 믿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성경의 이야기 중에는 정확하지 않거나 틀린 것들도 많습니다. 성경을 읽을 때에는 모든 선입관과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처음 성경을 읽는다는 자세로 성경을 읽어야 합니다. 그럴 때 하나님의 말씀이 들리고 깨달아지게 됩니다.  

지난 주 수요일에 새벽기도를 마치고 교회력을 중심으로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다음 주가 부활주일이기에 말씀을 함께 나누는 것에 큰 유익이 있으리라는 기대로 참여했습니다.

올해 부활절 교회력 본문은 요한복음 20장 1-18절입니다. 함께 묵상을 하던 중에 설교제목을 함께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날 아침에 무덤이란 단어가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가 죽는 자리가 바로 부활의 자리란 감동이 왔습니다. 그래서 부활절 설교 제목으로 ‘너의 무덤으로 나아가라’라고 정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함께 참여했던 목사님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참동안 말씀이 본문에 기초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날 목사님께는 제 묵상이 매우 낯설고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렇게 성경을 보는 일정한 틀입니다. 이 틀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문제는 그 틀에만 고정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주시는 폭넓은 은혜의 세계를 누릴 수 없게 됩니다.  


7.
넷째 내 능력을 의지하여 성경을 이해하려는 태도입니다.

성경의 저자는 성령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마다 성령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해야 합니다. 내 힘으로는 한 구절도 바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모든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령의 도우심을 통해서 읽을 때에만 성경기자가 받은 감동을 갖고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성령의 감동으로 성경을 읽게 되면, 그 어느 책보다 재미있는 책이 바로 성경책입니다.


8.
다섯째 기도 없이 성경을 이해하려는 태도입니다.

성경을 읽을 때에는 반드시 깨달은 것을 마음에 새겨달라는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말씀이라도 금방 잊어버리게 됩니다. 말씀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마음에 말씀을 새겨야 합니다. 그 일은 성령님께서 하시는데, 반드시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에게 행하십니다.


9.
이제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권능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오늘날도 살아계신 하나님은 많은 권능을 우리에게 행하십니다. 우리는 권능을 행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어느 순간에도 의심하거나 불안해하거나 절망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런 믿음의 삶을 살려면 반드시 성경을 읽고 듣는 자세를 바꿔야 합니다. 말씀을 바로 들을 때, 우리는 바른 믿음의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