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1967년도에 신학대학에 입학하여 설교학을 배우던 때에 교재는 곽안련 선교사의 「설교학」이다. 그 때 배웠던 교재를 서가(書架) 귀퉁이에서 찾아내어 다시 읽어 보았다. 다음과 같은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설교하는 직분은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최고의 특권으로서, 그리스도의 생명의 도를 전하여 영원히 죽을 인생을 영생의 길로 구원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 고귀한 특권을 천사에게 주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주셨으니, 어찌 자기의 최선을 다하여 사명을 완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설교단은 곧 보좌이다. 설교자는 언제나 스스로 겸비한 것은 좋으나, 일단 성전에 나아가 강단에 오르게 되면 사인(私人)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자의 지위에 선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범할 수 없는 권위를 가지고 하나님의 도를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학생 시절에는 크게 감동을 느끼지 못하던 구절이, 목회 종반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는 감동과 아울러 깊은 찔림을 느끼게 한다. 일주일에도 거의 10번 이상 설교하는 동안 타성에 젖은 탓인지, 그 동안 시간 때우기 식으로 설교할 때가 많지 않았나 하는 후회이다. 필자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바리새적인 병으로 굳어가고 있는 한국 목회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더 나가서는 설교학 교재에서 보좌로 언급하고 거룩한 강단을 우리는 자주 더럽히지 않았던가?

1. 설교자의 두려움

설교자의 가장 큰 두려움은, 하나님으로부터 말씀을 신탁(神託) 받았다고 하는 데 있다. 그 때문에 강단에서 말씀을 전할 때 마다 다음과 같은 두려움이 앞 설 때가 많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1) 사람을 좋게 하는 설교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설교자는 하나님께 받은 말씀을 회중에게 전할 중차대한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때로 설교하면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보다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설교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자책감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 바울은 그러한 설교자는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라고 했다. 갈1:10 “이제 내가 사람들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께 좋게 하랴 사람들에게 기쁨을 구하랴 내가 지금까지 사람의 기쁨을 구하는 것이었다면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니라.”

또한 때로 설교할 때, 듣는 이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기 쉽게 전한다는 명분으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지나치게 가미함으로, 오히려 말씀의 본 맛을 흐리게 한 것이 아닐까? 혹은 내가 말하고 싶어 하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성경을 인용하는 식이 됨으로 성경을 자료집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계22:18-20 “내가 이 책의 예언의 말씀을 듣는 각인에게 증거 하노니 만일 누구든지 이것들 외에 더하면 하나님이 이 책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더하실 터이요 만일 누구든지 이 책의 예언의 말씀에서 제하여 버리면 하나님이 이 책에 기록된 생명나무와 및 거룩한 성에 참예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

얼마나 무서운 경고인가? 우리 설교자들이 언제나 명심할 말씀이다.

(2) 말씀의 칼이 무디어 있지 않은가?

히4:12-13에서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나니 지으신 것이 하나라도 그 앞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고 오직 만물이 우리를 상관하시는 자의 눈앞에 벌거벗은 것같이 드러나느니라”라 했다.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말씀이다. 문제는 전하는 자에 따라 그 말씀의 능력이 강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말씀의 칼은 의사의 ‘메스’와 같다면, 그 칼은 언제나 예리하도록 갈고 갈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딘 채로 사용한다면 수술 받는 자들이 얼마나 큰 고통과 위험을 만나겠는가?

그렇다. 설교자가 끝없이 기도생활과 말씀을 깊이 연구하고 묵상하는 생활을 하지 않으면 그 설교를 듣는 자들이 지루함과 짜증을 가지게 함으로 하나님과 교회에 대한 싫증을 나타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최근에 교인들은 각종 집회나 매스컴을 통해서 수없는 명설교들을 들은 탓인지, 듣는 귀들이 너무 높아져 입맛이 대단히 까다로워져 있다는 탓이다. 그 탓인가, 운동력 있는 말씀인지 아닌지를 용케 감별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교자들은 단에 설 때마다 언제나 ‘자신의 말씀의 칼이 무디어 있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3) 과연 자신은 말씀대로 살고 있는가?

설교자가 강단에서 받는 가장 큰 압력이 있다면, ‘과연, 내가 설교하는 대로 나는 살고 있는가?’라는 자문(自問)이다. 고원용 목사가 저술한 「능력 있는 설교자가 되려면」이라는 책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생명과 향기가 없는 설교가 바로 위선자의 설교일 것이다. 이단자는 진리를 잘못 알거나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진리를 왜곡하는 자들이나 그러나 거짓 선지자는 진리를 바로 잘 가르치지만 정작 자신은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 자이다. 만일 우리가 설교하는 그 말씀을 먼저 실천하려는 노력 없이 설교한다면 거짓 선지자가 될 것이다.”
만약, 설교자가 자기가 전하는 말씀대로 살지 못하면서 강단에서 설교를 계속한다면, 교인들은 설교 시간 내내 강단에서 풍기는 위선의 악취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2. 혼탁해진 한국교회 강단

신학생 때부터 교회 강단은 지성소와 같다고 배웠다. 그런 교회 풍토인지, 그 당시는 교회마다 강단에 신을 벗고 올라가야 했고 여성들이 강단을 올라가는 것을 금했다. 여전도회헌신예배 시에도 아래 강단에서 사회를 보아야 했다. 그러므로 강단에서 함부로 말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교육을 받은 필자가 시골교회에서 목회할 때, 교회 가까운 기도원 집회에 참석했다가 심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그 기도원 원장이란 분이 상이군인 출신이요, 전과가 많은 조폭(組暴) 출신인데, 설교 중에 상소리나 욕을 얼마나 함부로 해대는지, 또한 간증이랍시고 과거 조폭 시절의 이야기를 무용담을 얼마나 흥미롭게 이야기함으로 죄 짓고 사는 것이 멋있어 보일 정도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성경 본문과는 관계없는 내용으로 설교하기를 다반사였다. 너무나 기가 막혔다. ‘어떻게 거룩한 강단에서 저런 상소리와 욕을 함부로 말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 때문에 치솟는 분노심을 참을 수 없어 중간에 하산(下山)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더 큰 충격은, 참석한 교인들은 그 원장을 너무 좋아한다는 점이요, 심지어는 우리 교인들 중에도 ‘은혜 받았다.’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교인들의 입장에서는 평소에 자기 교회에서 딱딱한 설교를 들으면서 숨 막히는 느낌을 받다가, 이런 만담식의 설교를 들으면서 어떤 해방감을 느끼게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되기도 했다. 많은 교인들이 기도원을 찾아가게 된 탓인지, 아니면 70-80년대 교회성장 붐 탓인지, 기도원에서 집회를 인도하던 많은 강사들이 교회 부흥사경회에 강사로 초청받기 시작했다.

어찌 그 뿐이랴, 교회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교인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교회 목회자들도 기존 설교의 틀을 깨고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설교를 함으로 한국교회 강단은 혼탁해지게 되었다. 교회성장이라는 명분만 있으면, 강단에서 거친 말을 하든지, 본문은 뒷전으로 밀린 채 자기 주장을 앞세우든지, 만담 일색이라는 느낌이 들던지, 어떠한 설교도 용인되는 시대가 되고 있었다. 아니, 교회성장이라는 업적만 이룩해 놓으면, 그의 강단은 어떠한 주장을 하더라도 교인들은 ‘아멘’으로 받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몇 년 전인가? 인터넷 언론매체인 「뉴스엔조이」에서는 어느 기도원 원장의 설교를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김대중·김정일·김일성 이 세 김은 참 골치가 아파. (나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때려잡을까 하는 게 최근 기도 제목이야",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목사가 남한에 간첩이 5만 명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간첩이 왜 5만 명이냐. 한국에 목사가 5만 명이거든. 이 목사를 잡으면 대한민국은 김정일 세력 안으로 들어간다. 유사시에 이 5만 명의 간첩들이 독침을 갖고 다니면서 막판에 목사들에게 독침을 사용할 수도 있다. 독침 마귀 물러갈지어다.”

“대통령이 쌍꺼풀 수술을 했다. 그러나 노 씨는 눈만 달라졌지. 머리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누가 그러는데, 눈을 수술하지 말고 혀를 수술해야 했었다. 현재 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이 위조지폐를 만든 북한 김정일 정권을 비호하는 바람에 미국의 노여움을 산 것이다.” 또한 상기의 언론 매체는 어느 대형교회의 설교자의 설교 중 일부로 소개하기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매국노 이완용이가 나라를 팔아먹은 거보다 10배, 20배 더 악한 일입니다.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었어도 수백만 수 천만 죽었어요? 아니거든. 만약에 공산화가 된다면 1천만 명 그리스도인들이 다 죽임을 당하고, 이 귀한 교회가 다 파괴되고 말아요.”라 했다.

아무리 자기가 설립한 기도원이요, 자기가 이룩한 대형교회의 강단 일지라도, 또한 아무리 대통령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할지라도 거룩하다고 하는 강단에서 어떻게 이런 언어폭력을 하나님의 말씀과 함부로 섞어서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가?

3. 한국 설교, 윤리성을 회복하여야 한다.

위의 언급한 설교자들은 나름대로 한국교회 발전을 위해서 크게 공헌한 분들이다. 그런 공로가 있다고 해서 하나님 앞에서 함부로 말하여도 용납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모세가 하나님 앞에 엄청난 공로를 나타낸 분이라도, 하나님의 거룩함을 훼손하는 방자를 나타낼 때 결국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은혜를 허락받지 못한 것이 아닌가? 물론, 설교자들도 다 나름대로 정치적인 소신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선배들이 하나님 보좌요, 지성소라고 할 정도로 거룩하게 여기는 설교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빙자하여 자기 정치적인 소신을 아주 상스러운 언어로 함부로 말한다는 것은 방자한 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설교를 듣는 교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러 왔지, 그런 일방적인 정치적인 주장을 들으려고 온 것은 아닌 것이다. 정치적인 주장은 찬반이 있게 마련이다. 찬반이 나누어 있는 사안에 대해서 설교 시간에 언급하는 것은 될수록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자기의 주장을 저주가 담긴 듯 한 언어로 성경 말씀과 함께 함부로 전함으로 듣는 이들 중에 상처를 받고 실족된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사실, 우리 교인 중에 그 기도원에서 한 설교를 듣고 와서 ‘어떻게 강단에서 그런 식으로 설교할 수 있는가?’라고 대단히 흥분하는 모습을 보았다.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설교단에서 단물과 쓴물(약3:11)을 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한국 교회 설교자들이 비윤리적인 언어로 설교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초신자들은 설교자의 표현에 따라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기가 쉽다. 설교자가 경박한 언어로 사용할 때, 초신자들은 하나님 말씀조차 경박하게 보기가 쉽고, 부흥강사가 만담 비슷한 수준으로 설교하면 하나님의 말씀조차도 만담 수준이 되기가 쉬운 것이다. 또한 간증이랍시고 과거 폭력과 음란에 빠졌던 시절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신나게 이야기 할 때 오히려 회개 이전의 시절이 더 화려하게 보일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강단에서 오직 말씀만 전한다 생각으로 성경 그대로 딱딱하게 전하기만 한다는 것은 지혜로운 설교자의 모습이 아니다. 정진경 목사는「나의 목회 나의 삶」라는 책에서 주장하기를 “설교에서 텍스트(text)와 콘텍스트(context)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텍스트에 치우치면 성경강해가 되기 쉽고, 콘텍스트에 치우치면 시국 강연이 되기 쉽습니다. 오늘의 상황을 예리하게 분석, 진단하고 케리그마로써 해답을 주어야 합니다.”라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말씀을 그 시대, 그 상황에 맞는 언어와 전달방법으로 풀어서 전해야 효과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급변하는 시대에 직면했다고 할지라도, 성경이 영적 음식의 주재료가 되고 콘텍스트는 조미료에 불과하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성경의 표현은 아주 경건하며 윤리적이다. 때로 격한 표현을 나타낸 곳도 많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경건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설교자가 방자한 모습으로 자기의 주장을 부각시키기 위해 성경 자료를 이용하는 느낌이 들게 하거나, 상스럽고 경박한 언어를 함부로 사용함으로 하나님의 말씀의 경건성을 훼손하는 일들은 경계해야 한다. 큰 교회를 이룩한 공로가 있다고 해서 방자하게 설교해도 용납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 설교자들에게 언제나 경고가 되는 말씀이 마7:22이다.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하며 주의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치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그 때에 내가 저희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 이제는 한국교회가 설교 표현에 있어서 윤리성을 회복하여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 일을 젊은 목회자들이 앞장서서 실천하여야 한국 교회 강단의 건강은 회복될 것이다.

/ 홍익교회 원로목사, 본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