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전에 어느 교회 젊은 목사와 상담한 적이 있었다. 주일날 100여명 정도 출석하는 작은 교회 담임이었다. 부임한지 6년이 되어가는 최근에 교회가 시험이 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장로 2분이 찾아와 그 목사에게 사임하기를 강요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목회자는 크게 잘못한 것이 없다. 굳이 이유를 대라면 부임한지 6년이 되어감에도 교회가 전혀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요, 교인들이 설교를 통해서 은혜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담하면서 그 젊은 목회자는 자기가 그냥 버틴다면 중직들이 물리적인 방법으로 강단에 서지 못하게 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했다. 사실, 그 목회자의 두려움이 필자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근년 들어서 필자가 소속되어 노회에서만도 담임목사가 강단에 서는 것을 막기 위해 매번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함으로 결국 교회를 사임하게 된 몇 교회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목회자와 반대하는 장로들 중간에 서서 수습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었다.

그러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리고 그런 교회의 현장에 가서 수습할 때마다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물론, 종당에는 말할 수 없는 분노를 품은 채 돌아오고는 했다. ‘어째서 교회 성장의 책임을 담임목사에게만 뒤집어씌우고 있는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 왜 많은 교회가 교회 문제를 전부 담임목사에게 책임전가 시킴으로 해결하려고 하는가?’ 왜 많은 교회는 담임목사를 새로 모신지 몇 년도 못 되어 다시 시험에 들고 다시 몰아내기를 반복하고 있는가?

사실, 한국교회는 1990년대 이후에는 성장이 멈추고 있을 뿐 아니라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들의 입장에서 점점 비어가는 회중석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고 ‘왜 우리 교회는 성장이 되지 않느냐?’는 교회 중진들의 탄식을 들을 때마다 밥맛을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는 한다. 이처럼 한국교회 전체가 성장부진을 겪는 목회환경인데다 상기에 상담을 의뢰했던 목회자가 시무하는 교회 지역은 대단히 낙후되어서 살만한 교인들은 멀리 이사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 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메가(Mega) 문화’ 탓에 많은 교인들이 대형교회로 몰려가고 있음으로 대형교회들은 수평 이동해 오는 교인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반면, 중소교회들은 줄어드는 교인들로 탄식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 또한 중소교회들 목회자들이 받는 비판 중의 하나가 설교이다. 요즈음 평신도들은 매스컴을 통해서 소위 유명하다는 분들의 설교를 수시로 접하면서 자기 교회 목회자의 설교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이 생기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매스컴을 통해서 인기리에 설교하고 있는 분들은 목회자들이 들어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자주 그런 분들의 설교를 듣다보면 목회자의 입장에서 식상하게 된다. 사람을 웃겼다 울렸다하는 모습에서 쇼인지, 만담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축복과 저주의 쌍칼을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기복주의를 부추기는 모습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런 설교에 맞을 들인 교인들이, 오직 본문 중심에만 매여 있는 자기 교회 담임목사 설교가 성이 차겠는가?

교인들은 설교를 듣는 동안 은혜를 받는 대신 목회자에 대한 불만을 쌓아가는 형국이 되고 있다. 결국, 교회 성장 부진의 책임을 담임목사에게 전가하고 갈아치움으로 문제해결하려는 어리석음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갈 데 없는 목사, 크게 책잡힐 것이 없는 목사가 쉽게 물러서겠는가? ‘떠나라’거니, ‘남겠다’거니 실갱이질을 계속하다가 어느 날부터는 폭력적인 방법이 동원되어 강대상에 오르지 못하게 하거나 강제로 끌어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거룩하다는 예배당에서 이런 부끄러운 일을 자행하는 교회 중직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나마 버티고 있던 선한 일꾼마저 떠나 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교회성장을 명분으로 벌인 일이 결국 교회가 더 말할 수 없이 짜그려지게 되는 꼴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악행을 저지른 중직들이 철저히 회개하지 않은 채, 교회 문제를 목회자를 갈아치우는 것으로만 일관했던 그런 교회에 누가 유능한 목회자가 부임하겠는가?

혹 유능한 분이 부임한다 할지라도 그 지역 환경이 대거 변하지 않는 한, 무슨 수로 그 교회를 성장시키겠는가? 새로운 담임목사가 부임한 후에 폭력에 앞장섰던 중직들이 자기들이 가장 충성스러운 일꾼인 것처럼 가장할 것이나, 새 담임목사는 얼마 되지 아니하여 교회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중직들이 본이 되지 못하는 신앙생활 탓임을 알고 그들을 바로 교육시키려 하다보면 강한 반발에 부딪히게 됨으로 다시금 밀려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이제는 아무리 담임목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폭력적인 방법으로 몰아내려는 자세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하나님이 결코 기뻐하시지 않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자기 교회 담임목사가 부족할지라도 하나님이 보내신 사역자인 줄 믿고 적극 협력하는 것이 성경적인 자세가 아니겠는가? 물론, 담임목사가 부족한 면이 많을지라도 중직들이 적극 협력함으로 은혜롭게 운영되는 교회가 상당수이지만, 문제는 일부적인 교회가 목회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물리력을 동원하여 사임 압력을 가하는 풍토가 형성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맡기운 자들에게 주장하는 자세를 하지 말고 오직 양 무리의 본이 되라 그리하면 목자장이 나타나실 때에 시들지 아니하는 영광의 면류관을 얻으리라” (벧전 5:3~4)

김태복 목사 / 본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