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인터뷰 내용은 김용민 교수가 4월 30일 부산문화방송 라디오 '아침의 발견'에서 행한 4.29 재보선 결과분석 내용입니다.

▲ (진행자) 초미니 선거라고 하지만 여야 모두에게 정치적 의미가 있는 선거이기 때문에 관심이 높았다. 투표율부터 짚어보자.

(김 교수) 전체 유권자 477만9536명 가운데 112만5043명이 투표를 마쳐 잠정 집계된 최종 투표율은 23.5%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경북 경주가 53.8%로 가장 높았다. 흥미롭다. 경주 재선거 투표율이 작년 총선보다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역대 이런 일이 있었나? 한편 울산 북구는 46.7%를 기록했다. 전북 전주 덕진은 38.3%, 전주 완산 갑은 37.8%였다. 이번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 중 유일한 수도권 선거구인 인천 부평 을은 29.1%로 평균 이하의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그러나 재보선 치고는 상당한 편이다. 이처럼 최대 30% 중반을 예상했던 투표율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개표 초반 한나라당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의 정권심판표가 많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니나 다를까. 4월 29일 밤 한나라당은 초상집이 됐다.

▲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진 5곳을 포함해 선거 결과를 좀 분석하라.

‘한나라당의 완전 참패’ 이 말 말고 무슨 의미를 앞세울 수 있을까. 이번에 한나라당이 공천한 국회의원 재보선 후보 모두 떨어졌다.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5개 지역에서 세 군데 이겼는데 이번에 다 졌으니까 의석수가 -3석이 됐다. 울산북구는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에게, 경주는 친박 무소속 정수성 후보에게 내줬다. 게다가 주목받았던 시흥시장 선거에서도 졌다. 여기는 한나라당 후보가 워낙 강세인데다, 민주당 후보가 황급히 공천되는 바람에 민주당의 승리를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던 곳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졌다. 민주당은 수도권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모두 이겼다. 사실 수도권은 정세균 대표가 총력을 기울인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마냥 웃을 수만도 없다. 왜냐. 호남에서 다 졌거든. 국회의원 재보선인 전주완산과 전주덕진에서 졌다. 전남 장흥에서 있었던 도의원 선거와 광주 서구 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졌다. 수도권을 탈환했는데, 고향을 빼앗긴 꼴이 됐다.

▲ 민심 향배는 어떻게 나타났는지, 또 이번 재보선 결과의 의미는 어떻게 보는가.

우선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컸다. 이번에 재보선치고 투표율이 높았다. 높은 상황에서 패배했다 함은 작정하고 한나라당 후보 떨어뜨리려고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이 많았다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게다가 수도권에서 전패했고, 영남권에서도 전패했다는 점은, 이 체제 이 구도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음을 시사 하는 부분이다. 민주당은 어떤가. 수도권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가 전주 두 군데에서 민주당 후보를 꺾고 이긴 상황이다. 따라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정동영 신건 두 사람의 복당 요구에 직면할 것 같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수용할 가능성은 적다. 수도권 승리로 체면치레 한 점으로 미뤄본다면 말이다. 그러면 당내 친 정동영 세력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승리를 디딤돌로 해서 국민의 신망을 얻는데 주력하느냐, 아니면 또 다시 정정 갈등에 휘말려 당내 분란에 빠져드느냐, 민주당은 지금, 그 기로에 서있다.

▲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특징이랄까, 이례적인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게 있을까.

우선 한나라당의 텃밭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은 수도권과 영남, 강원권에서 선전해 원내 과반 1당이 됐다. 그러나 수도권 민심이 이반됐다는 점이 각종 재보선을 통해 거듭 확인되고 있고, 이번에 박근혜 전 대표가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경주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떨어지고 친박 후보가 당선됐다. 친박의 네임브랜드가 영남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입증한 것이다. 게다가 울산 북구의 경우 한나라당과 정반대 성향인 진보진영이 승리했다. 또한 진보진영의 연대가 얼마나 큰 파급력을 일으키는지 또 한 번 입증했다. 지난 경기도 교육감 선거와, 이번 울산 북구의 재보선이 그렇다. 앞으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이번에 원내 진출에 성공한 진보신당의 선거 연합 가능성도 예견할 수 있게 됐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이번 재보선에 어떤 영향이 있었다고 보나.

없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전라도에서만 먹혔다는 점이다. 신건 당선인과, 친노 성향의 386후보였던 민주당 이광철 후보가 나왔던 전주 완산갑의 경우를 보자. 신건 당선인은 줄기차게 이광철 후보의 친노 성향을 문제 삼았다. 참여정부 시절 호남이 소외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이것에 유권자들이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에 출마한 친노 성향 홍영표 후보가 당선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전국적인 표심을 좌지우지한 변수라고 보기 어려웠음을 대변하고 있다.

▲ 재보선 치르는 여야 시각이 엇갈렸었는데요. 선거를 치른 후, 각 당의 반응, 분위기는 어떤가.

한나라당은 침통했다. 박희태 대표는 자신감까지 싣진 않았지만 세군데 승리를 낙관했다. 그러나 결과는 세군데 전패였다. 그것도 (국회의원 재보선의 경우) 10% 안팎이라는 큰 차이로 말이다. 특히 부평과 시흥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점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당 관계자들은, 민심 이반이 적나라하게 표출된 이상, 6월 미디어관련법 강행 처리가 사실상 어렵게 됐고,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가속화되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주당의 경우 일희일비하는 분위기이다. 수도권 승리에 희색이 만연하지만 호남 전패 결과는 속을 끓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편 진보신당은 첫 원내 진출에 크게 반색하고 있다.

▲ 선거 결과에 따라 각 당의 내부 지각 변동도 예고가 됐었는데요. 지도부 인책론과 함께 당내 역학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 예상하나.

한나라당은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 흔히 쓰는 방식이라면, 지도부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게 수순이다. 그러나 물러나자니 대신 당 대표 할 사람도 마땅히 없다. 또 물러나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벌인다면 친이 친박 사이에 당권 경쟁이 조기에 벌어져야 한다. 이런 걸 바라는 쪽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국면 전환을 위해 용쓰는 정도의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도권 영남 전패의 후유증, 쉽게 지워질까. 민주당의 경우 정세균 대표 체제가 확고하게 유지되게 됐다. 그러나 전주에서의 ‘힘’을 보여준 정동영 당선인이 신건 당선인과 더불어 입당 압박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일부 당내 분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게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게 광폭의 수사로 친노 진영이 궤멸되다시피 한 상황이라, 앞장서서 정동영 당선인의 복당을 반대해야 할 친노 세력이 발언권을 행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정정 대립, 제 2라운드가 열리게 됐다.

▲ 대선 주자급 거물들도 앞 다퉈 선거전에 나섰고, 그래서 거물들의 정치적 희비가 엇갈리고 있을 것 같다. 향후 입지,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박근혜 전 대표는 ‘한 것’이 없었지만, ‘한 것도 없음’에도 경주에서 친박 후보가 승리했기에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 분명하다. 반면 잠재적 대선 주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은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울산에서 한나라당이 보기 좋게 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선거 운동을 주도하다시피 한 장본인으로서 당분간 당내에서 큰소리 내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의 경우 정동영 당선인이 화려하게 정치 무대에 복귀하게 됐다. 하지만 고향을 기반으로 해서, 당 후보를 낙선시키며 등극했다는 점. 이 점은 두고두고 정치 인생에 오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향후 정치권에 가져올 영향과 여야 관계는 어떻게 전망해 볼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관심이다. 만약 이번 패배의 의미를 바로 새겨서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개선하고 야당과 대화하며 소수 세력과의 공존을 모색한다면 모르겠지만, 여전히 적개심을 갖고 비판세력을 홀대한다면, 주도권을 쥐게 된 진보진영은 반발의 동력을 키울 것이다. 그로인해서 발생하는 국정 혼란은 고스란히 여당의 책임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고, 올 10월 또 내년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레임덕을 우려하는 시각,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