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45: 9-15, 엡 6: 1- 4

요즈음 노인 혼자 살거나 노인부부끼리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통계를 보았습니다. 그 중에는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혼자 사는 노인들도 상당수가 된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점점 더 증가될 것입니다. 노부모를 모시고 살려는 자식들이 점점 더 줄어든다는 말입니다. 부모를 공경하라고 어버이주일 하루 설교해 보아야 이런 추세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런 현상은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진 데도 원인이 있지만, 부모들의 잘못된 교육에도 원인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부모들은 자식에게 온갖 정성을 다 쏟아 부어서 그가 원하는 것을 다 이루어 주는 데만 전념(專念)하였습니다. 자식들은 의례이 부모에게서 받을 것만 생각했지, 부모에게 자기가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는 전혀 훈련받지 못하였습니다. 부모들은 자식에게 좋은 교육을 받게 하여 출세하게 함과 동시에 부모가 준 만큼 자식도 부모를 공경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쳤어야 할 것입니다. 나는 늙어서 절대로 자식에게 기대지 않겠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풍토가 젊은 부모들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오늘날 노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버림받는 것은 결국 부모공경을 바르게 가르치지 않은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주는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주는 것만큼 받아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유일하신 아들까지 아끼지 않으실 만큼 모든 것을 주셨지만, 동시에 인간에게 모든 것을 다 바쳐 하느님을 사랑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느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하느님은 그의 아들을 보내시기 전에 먼저 사랑할 것을 가르치셨던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아버지들은 철저하게 자식들에게 부모공경을 가르쳤습니다. 잠언 23장에 보면, "너의 어버이를 즐겁게 하여라. 특히 너를 낳은 어머니를 기쁘게 하여라. 내 아들아! 나를 눈여겨 보고, 내가 걸어온 길을 기꺼이 따라라."(25-26)라고 하였습니다.

옛날 우리 전통사회에서 부모를 공경하던 일들이 저절로 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회가 부모를 공경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교육을 시켰기 때문에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자식 사랑은 교육을 받지 않아도 할 줄 알지만, 부모공경은 교육을 받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교육을 받지 않아도 부모를 지극하게 공경하는 자식이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예외일 뿐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하기를 기대해 보아야 소용이 없습니다.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부모를 공경하게 하려면 어려서부터 부모를 소중히 알도록 교육을 시켜야만 합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너무 버릇없이 자라고 있습니다. 부모 앞에서 들어 눕는 것은 보통이고, 부모를 자기 종 부리듯 하기가 일수입니다. 아버지가 출근할 때면 모두들 나와 정중하게 안녕히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하고, 돌아오실 때면 역시 나와 안녕히 다녀오셨느냐고 인사를 해야 할텐데, 이런 풍경을 찾아보기란 어렵게 된 것이 요즈음 세태가 아닙니까? 교회학교 학생들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아이들 과외로 인한 피곤이 그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식과 재능 교육에 바쁜 부모들이 아이들 신앙교육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격과 신앙 훈련을 시키지 않은 채 방치해 두면, 결국 그들에게 버림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믿음의 조상들은 훌륭한 아버지들이었다.

창세기에 나오는 믿음의 조상들은 훌륭한 아버지들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독자 이삭을 하느님의 명령을 따라 모리아산까지 가서 제물로 드리려 했던 사건은 훌륭한 교육적 사건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이 사건을 통해 아들에게 하느님께 순종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쳤고, 동시에 아버지의 절대적 권위를 그에게 가르쳐 준 기회가 되었습니다.

믿음의 조상들인 아브라함, 이삭, 야곱에게는 축복권(祝福權)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갖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자식들은 아버지의 축복을 받기 위하여 아버지에게 순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에서와 야곱의 경우를 보아도 그 아버지의 축복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축복권 때문에 이스라엘의 아버지들은 공경을 받았습니다. 결국은 이것도 교육에 의하여 세워진 전통이요 권위였습니다.

야곱은 열 두 아들을 낳았습니다. 야곱도 이들을 모두 철저하게 교육을 시켰습니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자기에게 주신 하느님의 약속이 무엇인지를 아들들에게 열심히 가르쳤을 것입니다. 가르쳤다는 이야기가 성경에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그것은 바로 이런 교육은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지막 때 아들들에게 축복을 할 때 장자에게 가장 큰 축복을 주고, 그리고 차례대로 해야 할텐데 야곱의 축복을 보면,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열 두 아들의 행적을 따라 축복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그들의 아버지가 그들에게 말하고 그들에게 축복하였으니, 곧 그들 각 사람의 분량대로 축복하였더라. 창 49:28

열두 아들 가운데 요셉이 가장 큰 축복을 받았고, 다음에 넷째 아들인 유다가 큰 축복을 받았습니다. 요셉은 열 두 아들이 축복을 받기 전에 두 아들인 므낫세와 에브라임을 데리고 아버지에게 가서 따로 축복을 받았습니다. 야곱은 큰아들 르우벤에게 해야 할 이야기를 요셉에게 해주었습니다. 창세기 48장에 보면, 야곱은 전능하신 하느님이 자기에게 나타나 들려주셨던 약속의 말씀을 요셉에게 들려주면서, 므낫세와 에브라임을 자기의 자식으로 선포하고 그들에게 축복하였습니다. 나중 열 두 지파의 이름에 보면, 요셉지파는 없습니다. 대신 그의 두 아들의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가장 큰 축복을 받은 것입니다. 이것은 아주 철저한 교육입니다. 아버지의 뜻을 받아서 그 뜻을 바르게 실천하면서 부모를 공경하는 아들에게는 크게 축복을 하여주고, 그렇지 않은 아들에게는 축복의 내용이 축복이라기보다는 저주에 가깝습니다.

요셉이 사랑을 받은 이유

요셉이 열 두 아들 중 야곱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는 그가 아버지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요셉은 형들의 잘못을 아버지에게 가서 일렀습니다. 형들은 그래서 요셉을 미워하였지만, 아버지는 요셉을 사랑하였습니다. 요셉은 어려서부터 잘못된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았고, 그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음을 뜻합니다. 잠언서에 보면, "내 아들아, 너의 마음이 지혜로우면, 나의 마음도 또한 즐겁다. 네가 입을 열어 옳은 말을 할 때면, 나의 속이 다 후련하다"(잠 23:15-16)고 하였습니다. 요셉은 아버지의 뜻을 알았고, 그의 마음이 지혜로웠으며, 그의 입술은 항상 정직하였습니다. 이런 일들이 아버지 야곱을 기쁘게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야곱은 그에게 색동옷을 해 입혔습니다. 아버지 야곱의 사랑이 너무 편파적이었다고 하겠지만, 아버지에게 잘하는 아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베푸는 것은 훌륭한 교육이라고 하겠습니다. 부모에게 더 잘하는 아들을 더 사랑하는 것은 자녀들로 하여금 부모를 공경하게 만드는 교육의 한 방편이 될 것입니다.

요셉은 꿈도 잘 꾸었습니다. 그 꿈의 내용 때문에 형들에게는 미움을 받았지만, 아버지는 그 아들의 말을 마음속에 담아 두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꿈을 대견하게 생각했고, 그것은 자기가 간직했던 꿈의 연장이라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요셉은 아버지의 말씀에 잘 순종하는 아들이었습니다. 양을 치러나간 형들에게 다녀오도록 명령을 받았을 때 순종하여 형들에게 찾아갔습니다. 이 때문에 형들에 의해 죽을 뻔 하였고,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갔습니다. 요셉의 아버지에 대한 순종은 뛰어났습니다. 훗날 야곱이 총리대신이 된 요셉을 찾아가서 거기서 17년을 보낸 후 죽을 때가 되자 요셉을 불러 자기의 환도뼈에 손을 대고 맹세하게 하였습니다. 자기가 죽거든 이집트 땅에 묻지 말고, 열조들이 묻힌 가나안 땅 선영(先塋)에 장사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요셉은 "내가 아버지의 말씀대로 행하리이다"라고 맹세하였고, 그 맹세대로 아버지를 가나안 땅 선영에 장사를 지냈습니다.

그는 아버지에게 순종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아버지의 그런 뜻을 이어받아,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의 약속하신 땅에 반드시 나아가게 될 것을 바라보면서, 자기의 해골도 반드시 메고 나갈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요셉의 아버지 공경은, 그가 살아 계실 때 그를 극진히 모신 일에 머물지 않고,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하느님의 약속을 그대로 믿고 그 약속을 따라 행동했다는 데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바른 삶의 길을 가르치라

우리가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배울 것은 바로 이런 신앙의 전승입니다. 훌륭한 자식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대로 아버지를 공경하는 자식이 아니라, 아버지가 받은 신앙을 그대로 이어받아 그 신앙을 위해 살아가는 자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인용한 잠언 말씀을 다시 보면, "내 아들아! 나를 눈여겨보고, 내가 걸어온 길을 기꺼이 따라라"라고 하였습니다. 자식된 도리는 바로 신앙을 따라 사신 아버지의 길을 즐거워하고 그 길을 기꺼이 따라가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아버지의 길은 말할 것도 없이 이스라엘 신앙전통을 말합니다. 잠언서에 이런 말씀도 있습니다.

내 아들아, 너는 잘 듣고 지혜를 얻어서, 너의 마음을 바르게 이끌어라. 잠 23:19

마음을 바른 길로 인도하라는 교훈입니다. 바른 길이 무엇이겠습니까? 아버지가 따른 이스라엘의 신앙전통을 그대로 따르라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이 신앙전통을 바르게 가르칠 때 그 자식이 부모를 기쁘게 하며 동시에 부모를 올바로 공경하게도 되는 것입니다. 바른 길을 가르치지 못한 부모가 그 자식에게 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효도 그 자체를 가르치기보다는 인생의 바른 길을 가르치면, 그 자식이 바른 길로 행하게 되면서 부모를 공경하게도 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자녀들에게 신앙을 통한 바른 길을 가르치기보다는 재능을 키워주고, 기술을 익히게 하며, 많은 지식을 넣어주기에 바쁩니다. 그러다 보니 신앙은 뒷전으로 밀리고, 바르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합니다. 바르게 사는 길을 모르니 이들이 이기적인 인간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부모까지도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이것은 과학과 기술문명은 발전하게 할는지는 몰라도 인간관계를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발전한 기술문명은 결국 흉포한 살인무기가 되어 인간을 공격할 것입니다. 기술문명보다는 도덕을 바탕으로 한 문명이 발전해야 인류가 보다 진보한 세계 속에서 살 수 있을 텐데, 오늘의 과학문명은 철저하게 도덕성을 배제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정말로 저주받을 교육입니다. 철저하게 지식위주의 인간을 배양하고 철저하게 이기적인 인간을 양산해 내는 교육이어서 우리가 간직해 온 인간관계의 전통을 모조리 파괴시키고 있습니다. 오늘 부모들이 공경을 받지 못하고 버림받는 것은 바로 이런 교육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여러분,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똑바로 시키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머지 않아 후회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야곱은 아들 요셉에게 바른 길을 가르쳤음으로 인해 그 자신이 복을 받았습니다. 요셉이 이집트에 팔려 가서 보디발 장군의 집에 청지기로 있을 때에 정직하게 행하여 신임을 얻었습니다. 여자의 유혹을 받았을 때 그는 강력하게 뿌리치고 나왔습니다. 바르게 행한 것입니다. 감옥에 갔지만 거기서도 그는 신임을 얻었습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바른 길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철저하게 아버지로부터 받은 신앙을 따라 살았습니다. 마침내 그는 바로의 꿈을 해몽해 줌으로 일약 총리대신이 되었습니다. 그는 총리대신이 되었다고 해서 자기의 바른 길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간절하게 그의 가족들 특히 아버지를 그리워하였고, 마침내 그 아버지를 모셔 오게 하여 극진히 모셨습니다. 야곱은 아들 요셉을 오랫동안 만나지를 못하였으나 오랜 세월 후에 만난 아들 요셉이 조금도 그 신앙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을 보고 기뻐했습니다. 요셉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형제들이 두려워하여 자기 앞에 나아와 살려달라고 할 때도 오히려 형들을 말리면서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내가 하느님을 대신하기라도 하겠습니까? 형님들은 나를 해치려고 하였지만, 하느님은 오히려 그것을 선하게 바꾸셔서, 오늘과 같이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원하셨습니다. 그러니 형님들은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내가 형님들을 모시고, 형님들의 자식들을 돌보겠습니다"

여기서도 요셉의 바른 삶을 봅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나 돌아가셨을 때나 한결같이 아버지가 전해준 신앙의 바른 길을 행하여 간 요셉은 참으로 효성스러운 아들이요 충직한 신앙인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부모 공경은 바른 삶의 길입니다. 바른 삶의 길은 신앙의 길입니다. 오늘날 부모 공경이 살아지는 것은 바른 신앙이 없기 까닭입니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다음 이제 부모를 공경하라고 자식에게 요구하는 것은 때늦은 일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자녀들에게 바른 신앙의 길을 가르치십시오. 그러면, 그들이 부모를 공경할 것입니다. 야곱이 요셉에게 참 신앙의 전통을 물려준 것처럼, 신앙의 유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기를 힘쓰십시오. 부모의 축복권을 되찾으십시오. 에서가 그의 장자권을 팥죽 한 그릇에 팔아버렸듯이, 오늘날 부모들은 하느님께서 주신 축복권을 모두 헌신짝처럼 던져버렸습니다. 이제 그 축복권을 되찾도록 노력하십시오.

하느님 경외와 부모공경은 바른 신앙의 삶을 이루는 두 축이 됩니다. 하느님 경외와 부모공경을 자녀들에게 철저하게 가르치십시오. 철저하게 가르친 사람만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경외하도록 자녀에게 가르친 부모를 하느님이 사랑하셔서 그 자녀들이 부모를 공경하도록 복을 주시는 것입니다. 이제 철저하게 자녀들에게 하느님 경외를 가르치는 부모, 또 신앙을 따라 부모를 공경하는 자녀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안동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