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일을 맞아 상춘객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한려수도 ⓒ 하나투어

2009년 5월 4일. 참 기묘한 날이다. 이날은 사실, 법적으로 쉴 근거가 없는 날이었다. 그러나, 5월 1일 금요일의 노동절, 토요일 부처님 오신 날, 어제 일요일, 그리고 내일 어린이 날이다 보니, 그날만 안 쉬는 게 어색해서 상당수의 기업들이 임의로 쉬었다. 이런 날을 흔히 ‘징검다리 연휴’로 이야기하지?

사실 공휴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꽤 오래전에 없어진 10월 9일 한글날은 물론, 4월 5일 식목일, 7월 17일 제헌절, 10월 1일 국군의 날도 이제는 더 이상 빨간 날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2009년 같은 경우 1월 25일 설 연휴 첫날과 삼일절인 3월 1일이 일요일, 5월 2일 석가탄신일과 6월 6일 현충일은 토요일, 광복절인 8월 15일과 3일 쉬는 추석 연휴의 둘째 날과 셋째 날이 토요일과 일요일이다. 그래서 명절을 뺀 평일에 쉴 수 있는 날은 5월 이후엔 5일 어린이날과 오는 12월 25일 금요일, 크리스마스뿐이다.

미국 같은 나라는 공휴일 요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지정일에 쉬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 이를테면 몇째 주 무슨 요일에 쉰다는 식이다. 흑인운동가 마틴루터킹의 날 같은 경우 1월 셋째 주 월요일이다. 1월 며칠이 아니다. 미국의 초대대통령인 조지워싱턴의 날은 2월 셋째 주 월요일이고, 우리로 말하자면 현충일인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는 5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이다. 그러니까 해마다 기념일이 달라지는 편이다.

일본은 징검다리 휴일을 아예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공휴일이 주말과 겹칠 경우 대체 휴무나 징검다리 공휴일제 같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연간 15일 이상의 공휴일을 확보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걸 도입하자며 법안을 만든 의원이 있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이다. 각종 국경일이 주말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그 다음날 쉬도록 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었다. 예를 들어 광복절이 일요일과 겹칠 경우 그 다음날인 월요일이 공휴일이 되고, 추석 연휴와 국경일이 겹칠 경우 연휴가 끝나는 다음날이 대체 공휴일이 되는 식이다.

한편 재계에서는 주5일 근무제로 ‘일할 수 있는 날’이 줄어들었다며 울상인데, 이 법안을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해마다 공휴일 수의 편차가 크다는 이유이다. ‘공휴일 규정’에는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이 연간 14일로 지정되어 있지만, 2008년에는 13일을 공휴일로 쉬었고, 2009년에는 10일만을 공휴일로 쉬게 되어 있다. 사실 공휴일을 만든 이유는 이런 것이다. 국가가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다하고, 국민의 건강과 휴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일정한 공휴일 일수가 확보되지 못하고 해마다 공휴일 일수에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 공휴일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노동량이 상당했다. 얼마 전,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한국의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는 통계가 나왔다. 우리나라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2357시간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가장 노동량이 적은 네덜란드는 1,392시간이다. 실제 한국은 법정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이지만, 2006년 전국공공 운수서비스 노동조합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은 아직도 주 평균 46시간이라고 했다.

이 법안 제출 소식에 많은 직장인들이 주목했던 것 같은데,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20여일 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된 모양이다. 이 자리에서 공휴일 관련 대통령령을 시행하는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이달곤 장관은 이 법안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지금은 경제위기여서 극복할 때까지는 현 체제를 유지해주고 다음에 검토할 때 반영했으면 좋겠다"며 말이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 한 목소리를 냈다. 김충조 민주당 의원은 제가 앞서 말씀 드렸듯 연간 근로시간이 세계 최고위라는 점을 들어 윤상현 의원이 낸 안을 지지했다.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도 "통상 큰 기업체에서는 임금단체협상을 체결할 때 공휴일이 중복되면 그 다음날 쉬게끔 시행하고 있다"며 도입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국민들에게 신뢰를 크게 잃은 국회, 징검다리 공휴일의 제도화를 통해 점수 한 번 따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