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소탱크 박지성이 지난 해 9월 30일 열린 UEFA 슈퍼컵 제니트 전에 출격하며 검정 바탕의 붉은 색 나이키 로고와 골드로 컬러로 강조된 축구화를 신었다. 이는 나이키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박지성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박지성 이름을 제품명에 내건 일명 “불사조 축구화” 박지성 티엠포 레전드 FG. ⓒ 나이키스포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즉 맨 유가 챔피언스 리그 5월 6일에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맨 유하면 박지성이 떠오르실 거다. 정말 명성만큼 이름값 했다. 선제골을 넣어 팀의 승리에 기여한 것이다. 박지성은 기억한다. 작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맨 유 출전 선수 중에 후보에조차 이름을 넣지 못했던 자신을. 그래서일까. 올해에는 ‘결승 엔트리에 안 넣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신을 만들었다. 실제 맨 유의 퍼거슨 감독에 있어 박지성은 ‘있으면 좋은’ 존재가 아니라 ‘꼭 필요한’ 존재로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오늘 이야기는 유럽의 축구 리그 이야기이다.

유럽 축구하면 4대 리그가 생각난다. 박지성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그리고 스페인 프리 메라 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에A 이렇게 3개 리그를 빅3라 불린다. 여기에 차범근 선수가 뛰었던 독일의 분데스리가까지 들면 4대 리그를 꼽을 수 있게 된다. 운영방식도 K리그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3월에 시작해 12월에 끝나는 K리그와 다르게 유럽 축구는 8월에 시작해 이듬해 5월 말까지 진행된다. 또 3개 리그는 20개 팀이 홈경기와 원정경기를 주고받는 홈&어웨이 방식으로 총 38게임을 치르며, 여기서 가장 많은 승점을 따낸 팀이 우승하는 공통점을 가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 대한 영국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영국인이 꼽은 자기 나라의 대표적 문화상품하면 BBC, 왕실, 비틀스, 셰익스피어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다. 사실 이런 말이 있다. 영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대영박물관보다 먼저 축구장을 찾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점잖고 예의 바른 영국 신사의 이미지 뒤에 놀랍도록 폭력적인 에너지가 숨어 있으며, 축구장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맨 유는 이제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다. 현재 1부 리그에 참가하는 20개 팀은 그 자체가 관광 상품이며, 도시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 판에 따르면 맨 유의 가치는 18억7000만 달러 그러니까 약 2조5000억 원이라고 한다. 정말 대단하지? 이건 어마어마한 매출규모와 직결된다. 맨 유는 작년에 상품 판매와 스폰서십 유치, 라이선싱 합의를 통해서는 6천 4백만 파운드 그러니까 약 1200억 원의 상업적 이득을 봤다고 한다. 가장 큰 이익 증가는 TV 중계권료 협상을 통해 얻은 것이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덕에 맨 유는 9천만 파운드 그러니까 약 1700억 원의 엄청난 보상을 받았다.

지금 맨 유가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챔피언스 리그는 무엇일까. 유럽 각국의 상위 프로팀들은 유럽 대륙 차원에서 열리는 경기에도 참가한다. 프로야구로 말하자면 한국시리즈가 되겠지? 유럽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클럽대항전이라 할 수 있는데. 1956년 창설돼 각 리그의 챔피언들만이 참가하여 홈 앤 어웨이 녹다운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렸는데. 1992년부터는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를 병행하는 현재의 대회방식으로 개편되어 진정한 '리그'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예선라운드를 거치지 않은 8개 팀과 예선라운드를 거친 8개 팀이 모두 4개의 그룹으로 조별리그를 벌여 각조 상위 2팀이 준결승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도 꽤 된다. 유럽축구연맹은 챔피언스리그 중계권과 스폰서십 계약에 따른 수입의 75%를 각 클럽에 성적에 따라 배분한다. 지난해 우승팀 맨 유는 8500만 파운드 그러니까 약 1627억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맨 유에 입단한 박지성은 재계약에서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할 때 연봉의 10％ 정도를 인센티브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성의 연봉은 280만 파운드 그러니까 약 54억 원. 따라서 챔피언스리그에서 맨 유가 우승한다고 가정하면 박지성은 28만 파운드 그러니까 약 5억4000만 원의 부수입을 챙길 수 있다. 게다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현재 추세대로 이어져 확정된다면 10억 원이 넘는 돈을 가욋돈으로 받는다. 어째 인센티브가 국내 선수들 연봉보다 세다.

축구의 종가 영국 또 유럽을 보면서 우리 축구에 대한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비교 대상은 K리그가 될 텐데. 요즘 K리그 흥행이 별로이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인 것 같은데. 왜 이럴까. 에이스급인 이동국·이천수의 부진 이근호·조재진의 J리그행이 결정되면서 팬들의 K리그에 대한 관심이 반감되고 있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들 꼽는다. 하지만 내용의 아쉬움은 결국 스타의 부재 탓이고, 스타의 부재는 결국 돈의 문제로 이어지게 되지? 올해 K리그, 타이틀 스폰서 구하는데 애먹었지? 이런 가운데 흥미와 경쟁력을 확대할 묘안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 동아시아 3국이 모여 출범시킨 A3챔피언스컵 대회를 동아시아 리그 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축구를 바라보는 국민의 의식도 많이 발전해야하겠다. ‘왜 4강 신화 재현 안 되나’ 이러기 전에 국가대표의 경쟁력과 직결된 K리그 흥행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관중의 뜨거운 성원 없이 한국 축구는 성장해 온 점은 정말 기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챔피언스 리그는 물론, 프리미어 리그에도 열광적인 성원을 보내는 유럽인들의 태도. 축구의 종가다운 모습이며, 월드컵 세계 4강을 다시 꿈꾸는 우리에겐 교과서적인 전범(典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