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의 그릇만큼 당신 남편도

아내의 그릇의 크기에 따라 남편의 크기도 좌우된다. 당신의 그릇이 좁으면 당신 남편의 활동 범위도 위축되고 말 것이다. 그에게 늘 보수가 적음에 불평을 늘어놓고 그의 명성이나 능력이 초라함에 비난을 퍼 부으며, 그가 데리고 오는 손님에 대해 짜증의 표정을 드러낼 때, 혹은 그가 너무 바쁜 나머지 당신과 함께 즐거운 나들이를 하지 못한 채 서 너 달이 지나갔음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나타낼 때, 그는 변명하고 화를 내며 당신의 소견(小見)을 책하는 동안, 그의 속은 무너지고 어두워져 가며, 마침내 그이 범위는 날로 줄어들어 당신의 소견만큼 되어 버릴지 모른다.

당신의 그릇만큼 그는 될 것이다. 당신이 크면 그도 커질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유명한 백화점의 왕 페니(J. C. Fenny)는 직원을 채용할 때 그의 부인도 함께 면접을 보았다는 일화는 큰 의미가 있다. 당신이 소견(小見)에 매여 받는 보수에 불평하고, ‘번쩍번쩍’하게 날리는 부흥사들에 비해 집회 한 번 못나가는 남편에 대해 빈정거리고, 교우들의 주택은 고급화되어 화려한 거실과 부엌 시설을 갖추고 있음에 비해, 목사관은 어두침침하고 낡은 시설로 방치하고 있게 하는 교회의 무관심에 짜증을 부린다면, 아마 당신의 남편이 사도 바울과 같이 사명감에 투철한 자라도 몇 달이 못 되어 지치고 말 것이다.

마침 내는 설교 때마다 자주 주(主)의 종에 대한 대우를 강조할지도 모르며, 당회나 제직회나 공동의회 때에, 혹시 당신의 불평하는 문제에 대해 직접이든 간접이든 비칠 기회를 가지기 위해 신경을 쓰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현대 시대가 배워준 계산 감각에 능한 교인들은 재빨리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목회자의 모습을 눈치 챌 것이며, 그것은 더 큰 냉담을 당신들에게 보이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한 교회와 목사관의 보이지 않는 냉전은 그의 목회를 더 지루하게 만들 것이다. 아니 그와 당신을 지치게 함으로 더 나은 보수, 더 나은 인기, 더 고급화된 사택을 찾아 요나처럼 ‘다시스’로 가게 될 지도 모른다.

훌륭한 목회를 했던, 미국 달라스시 ‘은혜 성서 교회’의 목사 부인인 펜트코스트(D. H. Pentecost)는 “목사의 아내가 항상 필요 없는 짐 때문에 시무룩하고 신경이 날카롭고 피곤해 있으면 자연 남편이 영향을 받게 된다. 아내가 만족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남편은 일에 몰두할 수 없다. 그의 원망은 교회 신자들에게 옮겨지기 시작하고 주님의 일은 크게 흔들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아니 된다. 당신의 소견(小見)의 결과로 교회가 어지러워진다면 그것은 얼마나 큰 범죄인가?

그러나 형편없는 보수와 낡을 대로 낡은 목사관에서라도, 외진 산골이나 개척 교회의 위치에라도 염려에 곧 잘 ·쌓이는 남편을 향해 그의 믿음이 없음을 격려하며 소신껏 일하기를 말해주는 아내를 가진 목회자는 천하를 얻은 것 이상으로 축복받은 자일 것이며, 그녀의 그릇에 따라 더 크게 목회의 영역을 넓히어 갈 것이 분명하다. 우리 교계(敎界)에서 존경 받는 원로 김창덕 목사님은 그의 목회의 대부분의 공을 그의 아내에게 돌리고 있다. 그녀는 그 당시 재산자의 딸로 태어났고, 김구와 애국지사 손곤 선생의 훈육 밑에서 자라서 정신여자학교에서 수업한 규수로 목회자의 아내가 된 분이다.

그 부인은 농촌 목회시나 만주 목회 시에 그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야학의 선생노릇, 여전도인 노릇, 식모 노릇을 하며 먹을 것도 잘 먹지 못 하고, 입을 것도 잘못 입었는데도 가난한 목사의 가정에 매일 찾아드는 손님을 대접하였으며, 집안에 사치한 의복을 들이지 아니하였으며, 여름에 그렇게 더워도 양산을 받고 다닌 일이 없으며, 돌아다니는 살림이라 가구가 형편없음에도 조금도 원망하는 일이 없고 도리어 가난한 형제 집을 동정하여 구제에 힘썼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선배 목회자들에 비하면 우리는 부유한 편이며 우리의 목사관은 오히려 감사할 조건이 더 많은 것이다. 여하튼 가난하든지, 부유하든지, 외진 곳이든지 화려한 곳이든지, 핍박이 있는 곳이든지 박수의 환호가 있는 곳이든지 개의치 않고 주님이 원하시는 곳은 어디든지 가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주님에 대한 사랑이 변치 않으며, 오직 죽도록 충성하면서 당신이 그를 돕는다면 그와 당신은 하나님이 기뻐하는 큰 그릇으로 쓰여 질 것이며, 그가 목양(牧養)하는 양떼들은 날로 살찐 꼴을 먹으므로 풍족한 젖을 내게 될 것이 분명하다.

(2) 크고 아름다운 그릇이 되려면

자, 그러면 큰 그릇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오늘 날의 대답은 ‘손이 크다’ ‘배짱이 크다’ ‘할 말을 한다’ ‘허욕이 크다’는 표현을 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특히나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큰 그릇이란 견해는 그것과 아주 판이하다. 큰 그릇이란 첫째, 얼마만큼 그리스도화(化) 되어 있느냐에 달려있다. 아무리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고 좋은 가문과 높은 학문과 탁월한 재질을 지닌 재원(才媛)일지라도 철저히 그리스도 안에 부서져서 자기 옥합을 깨뜨리지 않고는 그 모든 것은 향기를 드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악 취를 발산하며 목회의 방해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철저히 자기 부인(否認)이 있는 후에야 그 모든 것들은 승화되어 하나님과 교회에 영광 돌리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큰 그릇이란 세상 것을 쏟아내고 질그릇 같은 존재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담는 것이다(고후4:7). 당신의 인격이 그리스도를 깊이 닮아 갈수록 그의 그릇의 크기도 비례하여 넓어갈 것이며, 그에 따라 그의 사랑의 심도(深度)도 깊어져서 그의 사랑의 숲에서 수많은 이들이 안위를 받고 휴식을 받으며 거기에서 새롭고 신선한 의욕을 얻게 될 것이다.

목사의 아내인 당신이 얼마만큼 그리스도 안에서 녹아졌느냐에 따라 당신의 남편의 목회의 크기는 깊은 상관성(相關性)을 나타낼 것이다. 당신은 밑거름이다. 그것은 어쩌면 여인들의 숙명인지 모른다. 한 어머니의 희생의 썩음에서 한 인물이 출현되듯이 밑거름인 당신이 썩어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의 모든 것이 비례로 달라질 것이다. 만일 밀알 하나가 그대로 있으면 그 속에 있는 생명의 가능성도 그대로 있다.

그러나 밀알 하나가 썩어질 때 그 속의 배아(胚芽)는 생명의 눈을 뜨며 당신의 희생의 자양분을 먹고 그는 날로 성장되어 수많은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더 그리스도 안에서 녹아지라. 더 그리스도화 되라. 아직도 당신의 구석에는 그리스도 안에서 승화되지 못한 것이 주저하며 웅크리고 있다. 그 이삭마저 제단에 번제로 드리라. 그리하여 ‘사나 죽으나 주의 것이 되기를 원하노라’는 고백이 솟구치도록 하라. 그때 너무나 인간적이던 남편일지라도 당신의 그릇에 담긴 그 사랑의 물을 마시우고 녹아지고야 말 것이며, 거목(巨木)으로 날로 성장되어 갈 것이다.

둘째로, 그릇의 크기는 사명감의 크기에 의해 척량(尺量)되어 진다. 사명감은 자의적으로 되어 진 것일 수 없다. 그것은 오직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응답이며, ‘내가 누구를 보낼꼬’ 할 때, ‘오, 주여, 나를 보내소서.’하는 소명에 대한 대답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깊은 사랑을 느낀 자만이 진정한 사명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릇이 크다 함은 사명감이 크다는 뜻이다. 목회자의 아내직을 사명감으로 시작하라.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당신의 남편이 아무리 사명감에 불타서 신학교를 입학하고, 그곳에서 더 깊고 뜨겁게 그것을 달구었다 할지라도 당신의 희박한 사명감으로 차츰 그 열도 식어질 것이고 마침내 당신과 그의 것의 중간 정도의 것으로 타협되고 말 것이다. 아담의 사명감은 그의 아내로 인해 약화되었던 것이다. 당신의 남편 이상으로 사명감에 불타라. 그때 숯불이 숯불과 만날 때 더 뜨거워지듯이 그의 목회는 뜨거움이 배가 될 것이고, 그것은 곧 교회에 큰 영향을 나타내게 될 것이다.

존 포셋(John Fawcett) 목사는 겸비와 봉사의 축복으로 유명한 목사이며, 찬송 시인으로 이름난 이였는데, 그가 지은 찬송가 중 「주 믿는 형제들 / 연락한 사랑이 / 천당의 교제 같으니 / 참 좋은 교젤세」는 너무나 많은 신도를 감동시킨 찬송이었다. 그 찬송의 유래에는 깊은 사연이 있다. 젊은 포셀 목사가 처음 취임한 ‘웨인스’ 교회는 건물이나 교인이나 너무 형편없는 상태에 불과한 농촌 교회였다. 특히나 생활비는 연 20 파운드도 넘지 못하는 박봉이었다.

그러므로 그의 부인 마리는 이 생활비로는 도무지 감당키 어려워 주변에 밭을 일구어 곡식을 심고 양을 키웠지만, 겨우 보리죽과 감자를 먹기 일쑤였을 정도로 심한 가난에 시달렸던 것이다. 그러던 1772년 초가을 어느 날, 런던에서도 큰 교회로 알려진 ‘카텔스레인’ 침례교회에서 그를 담임목사 로 청빙하는 소식이 왔다. 그와 그의 아내의 기쁨은 비할 데 없었고, 그 즉시 그 교회 부임을 수락하였다. 마침내 이사할 날이 왔다. 마차에 실은 짐짝 사이에 어린이들을 차례로 태웠다.

그러나 교우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마차에 오른 포셋 목사의 눈에 얼핏 보인 것은, 자기가 억지로 버리고 떠나려는 목자 없는 양들의 슬픈 얼굴과 눈물어린 순진 한 눈동자들이었다. 별안간 여신도들의 흐느껴 우는 소리가 한편 구석에서 터져 나오자 온 교우들에게 번지어 울음바다가 되었고, 마리와 어린 아이들까지도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하였다. 포셋 목사는 그 사랑의 눈물 속에서 확실한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그 순간 아주 목 매인 소리로 “우리는 결코 여기서 안 떠납니다.”고 외쳤다. 그의 얼굴에도 뜨거운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후 일생에 걸쳐 명망 높은 자리에 초청을 받을 때마다 이를 거절하며 53년간에 걸친 오랜 기간을 보잘 것 없는 빈촌 ‘웨인스 게일’ 교회의 강단을 지키었다. 이러한 결단과 인내 뒤에는 그의 충직한 아내 마리의 아름다운 사명감이 눈물처럼 뒷받침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는 깊이 반성하자. 우리의 시대는 이런 아름답고 순수한 목회자 보다는 너 나 없이 큰 교회, 큰 봉급, 큰 지위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느 의미에서 그들 뒤에서 끝없이 불만을 토하는 그의 부인들의 추궁 탓인지 모른다.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소견 탓이다.

셋째로, 그릇의 크기는 무엇보다도 그의 속에 품은 비전에 좌우된다. 아무리 위대한 박사라도 그의 속에 비전이 없다면 그는 이미 고목(枯木)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무리 비천한 소년이라도 그의 속에 큰 웅지(雄志)를 품고 있다면 그는 그의 웅지만큼 큰 그릇이다. 당신은 당신의 남편에게나 그가 목회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불만은 어느 의미에서 비전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비전은 미래에 대한 믿음이다. 이제 당신의 남편에 대한 큰 비전을 가지고 기도를 시작하라. 무릎을 낮추라. 눈물로 하늘 앞에 아뢰기를 쉬지 말라. 그에게 격려를 시작하라. 바로 ‘온달’에 대한 ‘평강’ 공주의 큰 비전이 마침내 ‘온달’장군을 만들어 냈듯이, 당신들이 하늘 앞에 호소하고, 그에게 격려의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의 속으로 사랑의 수액(樹液)은 솟구쳐 오르고 크고 우람한 나무로 자라 하나님의 큰 재목이 되어 감을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