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향 쥐

국립환경과학원은 얼마 전에, 지난 한 해 동안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새로운 외래 동식물 실태를 조사해서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동물이 있다. 바로 사향 쥐이다. ‘사향'은 중풍이나 전신마비를 치료하는 고급 한약 재료로 많이 쓰이는 것이지. 그런데 한약재로만 쓰이는 게 아니다. 향수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그 털은 모피로 쓸 수 있다고 하고. 남은 꼬리? 버리지 않는다. 수술봉합사 그러니까 수술용 실로 쓸 수 있다고 한다. 정말 버릴 게 없는 효자 동물이었다.

그런데 이게 생태계를 파괴하는 최악의 포식자로 지목되지 않았다. 그렇다. 사향 쥐는 고가(高價)로 분양돼 130여 농가에서 1만여 마리를 기르고 있다. 이 쥐에서 사향을 채취한다. 이 사향은 천연 동물성 향료이고, 사향노루나 사향고양이의 사향보다 불순물이 적다고 한다. 그래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가격? 가치가 있는 만큼 당연히 만만치 않다. g당 4만5000 원 선에 거래된다고 한다. 하지만 너도나도 기르다보니, 사향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가격이 떨어지면 사료 값을 아끼기 위해 이 사향 쥐를 야생 상태에서 풀어줄 가능성도 있겠지? 환경과학원은 이럴 경우 ‘난리가 난다’라며 손사래치고 있다. 워낙 먹성이 좋아 하천과 습지의 수초와 수생 동물을 마구 입에 쑤셔 넣는다는 것이다. 사향 쥐가 말이다. 이렇게 되면 생태계가 결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단 동물만이 아니다. 현재 왕성한 번식력으로 고유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식물이 287종에 달한다고 한다. 환경과학원은 이 가운데 비자루 국화, 미국 가막사리, 큰김의털 같은, 이름부터 생소한 세 종류의 식물에 위해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것들이 토착 식물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것이다. 다시 동물 얘기 좀 해볼까. 사향 쥐 말고, 황소개구리를 비롯해, 블루길, 큰입배스, 붉은귀거북 이런 것들이 해로운 동물로 꼽힌다. 그런데 며칠 전 황소개구리가 몇 년 사이 70%나 줄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한 때는 천적조차 없다며 만인의 골칫거리였던 황소개구리였는데 어찌된 사연일까.

처음 황소개구리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는 커다란 몸집과 큰 울음소리，불쾌한 냄새로 상징됐다. 이러다보니 황소개구리를 잡아먹는 포식자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말하자면 황소개구리도 토착화되면서 이를 만만하게 여기는 토종 동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가물치와 메기가 '황소개구리의 천적‘으로 우선적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이 천적들이 황소개구리가 개구리가 된 상황에서 잡아먹는 게 아니다. 올챙잇적에 먹는 것이다. 천적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왜가리와 고니 같은 새도 황소개구리의 올챙잇적 천적이다. 심지어 너구리, 족제비, 백로, 물새, 뱀도 이젠 황소개구리를 보면 입맛을 다신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외래종은 우리만의 골칫거리가 아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이 낸 ‘세계 최악의 외래종 100종’이란 소책자를 보면, 전 세계가 글로벌화 되면서 외래종의 이동경로도 넓어지게 되고, 이런 현상이 토종 파괴 현상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외래종의 실태이다. 어떤 경우가 있는지 짚어볼까. 일명 ‘미친 개미’를 보자. 이 ‘미친 개미’가 인도양의 크리스마스 섬에 자리를 틀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불행은 시작된다. 이 ‘미친 개미’가 1년 반 만에 육지 게 300만 마리를 죽였다. 사실 육지 게는 열대림의 부산물을 분해하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런데 이 미친 개미가 가차 없이 삼켰다고 한다. 육지 게만이 삼킨 게 아니다. 도마뱀, 새 그리고 포유류까지 닥치는 대로 공격한다고 한다. 동물만이 아니다. 식물에도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더 얘기해보겠다. 모나코에 있던 한 수족관이 물청소를 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 물을 지중해에 버린 모양이지? 그랬더니 모나코에서 자라던 열대 해초가 지중해 토종 해초를 몰아내고 바다 밑을 뒤덮었다고 한다. 미국 동·남부에 사는 송사리의 일종인 서부 모기고기도 그렇다. 이게 모기를 퇴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풀어놓았다. 하지만 정작 서부 모기고기는 모기 유충보다는 토종 물고기의 알을 더 잘 먹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은 물고기가 점점 줄어드는 현상에 어민들, 속병이 났다고 한다. 그밖에 플로리다 주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는 미얀마에서 우연찮게 들여온 비단뱀이 새끼를 치면서 이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살쾡이와 사슴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고 한다. 이 뱀, 보통 뱀이 아니다. 길이 6m, 무게 270kg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나가 골칫거리가 된 것도 있다. 일명 싱아로 불리는 호장근과, 잉어이다. 가물치와 칡도 문제가 된다. 이것들이 미국의 하천과 도로변을 점령해버렸다고 한다.

이런 해로운 외래종, 도대체 왜 들여올까. 식물과 동물로 나눠서 짚어보자. 식물의 경우, 씨가 들어와 우연찮게 땅에 떨어지고 이게 번식하는 식으로 퍼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물의 경우는 다르다. 앞서 황소개구리를 도입했던 사람들의 의중에 그 원인이 있다. ‘돈이 되니까’ 들여온다는 것이다. 1970년대 새마을사업의 하나로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해 미국에서 수입했던 게 황소개구리이다. 이 식용 양서류는 삽시간에 전국의 하천이나 저수지를 점령해 나갔다. 그밖에 고기용, 모피용으로 들여온 물쥐 뉴트리아, 또 관상용 그리고 식용으로 들여온 붉은 가재도 다 ‘돈’ 아니면 들어올 이유가 없었던 것들이다.

그러면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이것도 식물과 동물로 나눠서 짚어야 한다. 식물의 경우 외래종을 뜯어낼 경우 뜯어낸 그 자리에 또 다른 외래종이 들어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이것을 뜯어내기보다는 ‘이 외래식물이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어떻게 하면 자생종들이, 그러니까 토종들이 외래 경쟁자를 물리치고 이곳에서 주인의 위치를 되찾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동물의 경우는 어떨까. 소득의 많고 적음 이전에, 들여왔을 경우 발생할 수 있을 부작용에 대해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환경 치유도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