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제6회 한센가족의 날 기념식이 열린 소록도에서 한승수 국무총리는 6천여 명이 참석하고 관계자 16명이 정부포상을 받는 자리에서 국가가 한센가족을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해 정부에서는 처음으로 사과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한센병은 일명 문둥병이라 하며 천형으로 알고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격리 조치만 했을 뿐 별다른 혜택을 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순교자 손양원 목사는 생전에 애양원을 설립，순교할 때까지 한센민을 극진히 돌봐온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또한 나병환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다미엔 신부를 잊을 수가 없다. 다미엔은 19세 약관의 나이에 피가 끓는 청년의 몸으로 1859년 봄 수도생활을 시작，1864년 하와이 섬에 선교사로 상륙한다. 다미엔은 하와이에 전도를 통하여 나병환자의 병이 깊어지면 정부의 명에 의해 아무런 소망도 없는 산송장의 웅덩이인 몰로카이섬으로 보내지는 비참한 모습을 보면서 그들을 돕는 최후의 방법은 그들과 함께 거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1866년 나병요양소가 시작된 지 7년이 지났는데도 이곳에서 일하는 성직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정부의 보조로 근근이 살아가는 이들은 정신적 고민과 육체적 고통, 사회적 멸시와 고독한 환경 속에서 지옥과 같은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움막 속에서 사는 이들 환자들은 노름하고 술 마시고 추잡한 짓을 하는 가운데 매주 8~12명이 죽어갔다. 이는 참으로 참답한 사망의 골짜기와 다름없었다.

다미엔은 이들을 손수 묻어주며 그들의 고통을 멀어주려고 갖은 애를 써 가면서 주님의 십자가를 생각하였다. 다미엔은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온 것이다. 지극히 작은 자를 대접하는 다미엔의 모든 봉사는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시는 신약시대의 새로운 제사였다. 몰로카이섬은 다미엔에겐 겟세마네 동산이기도 했고，갈보리이기도 했다. “다미엔아! 이것이야말로 네 생애의 사업이다”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그는 이때부터 맹렬한 싸움을 시작했다.

보이는 것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죄악과 미신과 악습과 무지와 악한 질병과 싸워
이겨야만 했다. 다미엔의 겨자씨만한 믿음에 새싹이 돋아났고 그의 불같은 정열은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미엔은 10년 동안 일하다 결국 자신도 문둥병에 걸렸다. 세상에서 말하는 천형병에 걸린 것이다. 그는 49년을 살면서 하나님의 거룩한 제물로 그 생애의 마지막을 고했다. 현재 소록도에는 이런 봉사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조양교회 장로, 한국장로신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