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불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을 잘 들어서 압니다. 많이 가진 자는 책임도 많이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도자는 지배자가 아니라 섬기는 자이고, 더 많은 희생과 봉사와 헌신의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정말로 좋은 사회로 만들어 가는 길은 경제적인 부유함이나 삶의 윤택함 보다는 우리 사회의 품격을 높이는 것입니다.

옛날 우리 어른들은 비록 가난하여도 품위를 지켰고,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우면서도 체통을 지켰고, 자존심을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물질은 풍요롭고 환경은 윤택해졌지만 체통을 잃어 버렸습니다. 인간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무슨 일이든 순리로 해결하기 보다는 극한 갈등이나 투쟁, 그리고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포악함에 물들어버렸습니다. 어두움을 몰아내기 위하여 더 큰 어두움을 동원하는 악순환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추구한다면서 그 방법은 더욱 더 야만적인 방법을 스스럼없이 동원하고 그것을 정당화 하려고 하는 실수를 범합니다.

교회나 성도들의 신앙과 섬김의 삶도 조금은 걱정스러운 면을 봅니다. 어떤 경우에도 유치한 수준은 뛰어 넘어야 합니다. 마음 뿐 아니라 말이나 행동 수준도 격상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소중성을 인식하는 거룩한 자존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위나 직분 만큼의 희생과 헌신도 있어야 합니다.

신앙적 가치의 재고가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하지만 많은 경우 자기 위상을 세우는 것에 관심이 있고, 섬김을 말하지만 헌신이 없습니다. 지배(支配)를 지도(指導)로 착각하고, 하나님의 일을 한다면서 자기 영역 확보에 관심이 있습니다. 희생 없는 봉사는 봉사가 아닙니다.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헌신으로 교회사역을 이루었고, 오늘의 한국 교회는 선배들의 헌신과 희생의 터 위에 세워졌습니다. 모든 사역과 모든 행사에서 언제나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이 사역을 위한 나의 헌신은 무엇인가?’라는 것이지만 우리는 좀 뻔뻔스러워졌습니다.

사역과 행사를 위한 비용에는 의례히 간식비까지 계산되는 것을 보며, 헌신을 잃어버린 둔감한 우리 신앙에 위기감을 느끼고 우리 신앙을 새로 세팅해야한다는 절박감을 가집니다. 바울사도는 군인이 국록을 먹는 일이나 포도 농부가 포도를 먹는 것과 목자가 양의 젖을 먹는 것은 당연한 권리고 곡식(穀食)을 밟아 떠는 소에게 망을 씌우지 말아야하지만(고전4장) 그러나 자신은 자신이 부득불 할 일인 복음을 위하여 이 당연한 권리를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자유인이지만 종이 되고, 유대인을 위해서는 유대인같이, 율법 없는 자를 위해서는 율법 없는 자같이, 약(弱)한 자(者)를 위해서는 약한 자 같이 자신의 몸을 쳐 복종(服從) 했다고 합니다.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헌신입니다. 권리를 다 사용하는 것은 헌신이 아닙니다. 할 수 있다고 다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위해 포기하고 자제할 수 있는 것이 신앙인의 품위입니다. 품격이 격상되어야 합니다. 더 높은 수준의 헌신이 필요합니다. 희생을 전제로 한 사역이어야 능력이 나타납니다. 지도자는 남을 지배하는 능력 보다는 자신을 제어할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교회가 가진 인적 물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스스로 자제하고 섬기고 낮아져서 먼저 헌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높은 수준의 신앙인격을 세우고 품격을 높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힘의 지배가 아니라 영적 정신적 영향력으로 지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복음을 위하여 자신을 포기 할 수 있는 영적 능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시회, 우리 교회를 위한 가장 큰 영향력은 권리의 사용이 아니라 권리의 포기이어야 합니다. 신앙적 품격을 높이는 것이 우리 시대의 최고의 해결책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