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많은 문제들이 난마(亂麻)처럼 얽혀 있다. 밖으로는 북핵의 위협과 군사적 도발의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는 한편, 세계적 경제위기가 언제라도 다시 업습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죽음이 많은 국민들을 슬픔에 몰아넣게 됨으로 민심이반이 일어나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점점 급락하고 있고, 야당은 국회개원을 거부하고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서고 있으며 각 대학 교수들과 단체들은 시국선언서를 통해 국정쇄신을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는 측과 옹호하는 측으로 갈라져 국론분열이 극에 달해 있을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과 지도부에 대해서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짐으로 나라가 혼란 와중에 있는 상태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이러한 혼란을 해결해야 한다. 반대 입장에 있든, 옹호 입장에 있든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자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다.

황태연 교수(동국대 정치외교학과)는 “우리의 제왕적 대통령은 대표적인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보다도 그 권한이 크다. 미국처럼 국가·행정 수반을 겸하는데다 선전포고권, 계엄선포권, 긴급조치와 긴급명령권 등 비상권력도 갖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선전포고권과 계엄선포권을 하원(下院)이 갖고 있고 우리와 같은 긴급명령권은 아예 없다.”라 했다. 현 국정 시스템은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어떤 일도 진행이 되지 않는 시스템이다.

문제가 생기면 모든 일에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당에 문제가 생겨도 대통령이 나서야 하고, 정부 부처에 문제가 생겨도 대통령이 나서야 하며, 공기업, 기타 사회문제가 터져도 대통령이 나서야 해경의 기미가 보인다. 그러다 보니 무슨 일이 터지면 대통령만 쳐다본다. 정부도 대통령, 여당도 대통령, 야당도 대통령, 언론도 대통령, 국민도 대통령만 쳐다본다. 대통령이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하라고 채근한다.

그러므로 국가가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지금 대통령과 여당은 자기들에 대해 압박하고 있는 자들이 국민들과 교수들의 일부라는 생각하고 시간이 가면 반대열기가 갈아 앉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무책임한 모습이다. 그것은 책임 회피이다. 이러한 대통령에 대해 백영철 논설위원(세계일보)는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데 이어 전직 대통령 죽음, 당 쇄신 논란과 반정부 시위 격화 등 세상이 소란스러운데 청와대 벙커에서 숨죽이고 있으면 어쩌란 말인지 답답하다.”고 개탄했다

아니 된다. 대통령은 정공법(正攻法)으로 당당히 나서서 얽힌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때로 반대측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그 요구의 부당함을 당당히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지도자다운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인사정책은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 스타일일지라도 문제가 있을 때에는 과감히 교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여당 내에서도 교체할 인물로 거명하고 있음에도 끝까지 끌어안고 있다가 실기(失機)하는 모습은 국민들의 마음을 너무나 답답하게 만든다. 더 이상 늦기 전에 이제는 지금까지는 국정 스타일을 과감히 탈피하고 전면에 나서야 할 때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국민들을 섬기겠다.”고 공언했다. 섬기려면 덕이 있어야 한다. 공자는 “백성을 형벌로 다스리면 법망을 피하고자 할 뿐 수치심이 없게 되나, 덕으로 다스리면 부끄러움을 알고 또한 착하게 된다고 했다”고 하면서 법치(法治)보다 덕치(德治)를 강조했다. 지금까지 이 대통령의 정치는 덕치보다는 법치가 더 강했다고 수많은 사람들은 지적하고 있다. 물론 법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무질서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치보다 우선이 덕치이다. 그래야 백성이 감동을 하고 적극 호응함으로 나라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덕으로 여당이나 야당, 진보측이나 보수측이나, 재벌이나 서민이나 모두 포용하려고 힘써야 한다. 덕치는 진정한 섬김의 자세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진정한 섬김의 삶의 본을 보였던 분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높고 높은 천국 보좌를 버리시고 친히 인간의 몸을 입고 가장 작은 나라, 가장 초라한 마구간을 통해서 이 땅에 오신 후에 일생동안 섬김의 삶을 사시다가 마지막에 자기 몸까지 희생하심으로 인간 구원을 이루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를 따라 그러한 섬김의 삶을 사는 방법을 마16:24에서 말씀하시기를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고 하셨다.

진정한 섬김의 삶은 자기를 버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자기의 주견이나 아집을 버려야 한다. 그때야 자기 십자가를 바로 질 수 있다. 자기 십자가는 희생이 없이는 질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기 버림과 희생을 통해서만 예수 그리스도의 진정한 섬김의 삶을 따를 수 있는 것이다. 교회의 장로직분을 가진 이 대통령은 이제 후반기를 새롭게 출발한다는 자세로 자기 주견이나 아집을 버리고 오직 국민들의 다양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대통령이라는 십자가를 희생의 정신으로 지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의 길을 따라 감으로 존경 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