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에게 있어서 설교는 생활의 핵심이라고 할까, 목사는 설교를 위해 존재한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것일까? 아무튼 설교는 목회의 꽃이라 하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설교 한편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온갖 신경과 관심과 생각이 한곳으로 몰리게 된다. 마치 볼록 렌즈로 햇빛을 모으면 불을 일으키듯이 일주일의 삶은 설교에 초점이 모아진다.

주일 예배가 끝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다음 주일 설교는 무슨 말씀을 전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그때부터 뇌 엔진은 다음 주일 설교를 향해 가동이 시작된다. 어떤 날은 설교 준비가 청산유수처럼 잘 되는 때가 있다. 이런 날은 토요일 오전이면 원고가 마감된다. 이런 경우에는 오후 시간이 얼마나 홀가분하고 좋은지 날아갈 것 같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이런 날이 1년에 불과 몇 번이고 보면 나머지 날들은 하루 종일 설교 준비와 씨름을 해야 한다. 불과 2~30분 설교하는 것인데 1주일 동안 내내 머릿속에 담아 두었다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원고 정리를 해야 한다.

새벽기도회를 인도할 때는 30분 정도 본문을 읽고 간단하게 메모한 다음 설교를 하는데도 부흥회를 인도하는 것처럼 스스로 은혜가 되는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주일 설교도 이렇게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해 본적이 있다. 나는 왜 주일 설교에서 자유롭지 못할까? 토씨 하나까지도 원고화해야만 직성이 풀리니 어려운 작업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준비된 설교원고가 지난주일 새벽에 폐기처분되었다.

어제(토) 종일토록 낑낑대며 설교준비를 마쳤다. 5월 한 달 동안 테필린 교육에 대한 설교를 했기 때문에 5월 마지막 주일은 총정리 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가정 꾸미기’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준비한 것이다. 그런데 설교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 생기게 된 것은 꽃꽂이하는 분들의 지나가는 말에서 시작됐다.

‘내일(5월31일)은 성령 강림주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거에요’라며 성령강림을 상징하는
불꽃 형상으로 정성을 다해, 그 분들도 하루 종일 헌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나가는 말이 ‘내일은 성령강림 주일이니 예배 중에 성령 충만히 받으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한다. 저녁때 도착한 주보를 펼쳐보니 찬양대 제목이 3부-성령의 열매 맺게, 4부-성령이여 임하소서,

부목사 설교-성령충만한 자의 담대함 이다. 온통 성령강림절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 순간 아차 싶은 것이다. 내가 설교의 주제를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모두가 성령강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담임목사만 엉뚱한 준비를 한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설교 준비를 다시 하자니 시간이 너무 없고, 그대로 가자니 절기에 맞지 않는 것이다.

너무 고민한 탓일까? 주일 새벽 일찍 눈이 떠진다. 사무실로 달려 나와 머릿속에 빨간불을 켜고 설교를 다시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 하나님-은 그렇게 태어나게 되었다. 타자 실력이 좋지 못하니 문장도, 철자도 엉망인 상태로 치고 나갔다. 떠오르는 감동과 말씀을 숨 쉴 틈도 없이 작성하여 2부 예배 시작 전에 겨우 손을 놓았다. 부랴부랴 주보 내용 수정, 찬양곡 체인지, 반주자에게 급전, 음향실에 수정 사항 연락 등, 진땀나는 것을 느낄 겨를도 없이 2,3,4부 예배 인도를 하였다. 오늘은 나의 목사 위임식이 있는 날이다. 교회로부터 위임을 받는 날 아침부터 이렇게 허둥대는 모습으로 어떻게 평생 목회를 잘 할 수 있을까?

주님 도와주십시오. 무릎 꿇지 않을 수가 없다.

/보배로운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