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제너럴 모터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이다. 최근 파산 보호신청을 했다. 사실상 파산한 셈이다. 101년의 역사, 이제 경영진을 싹 갈아치우고, 자산을 매각하고, 노동자 정리하고. 하여튼 GM이라는 간판 빼고 다 갈아엎어야 할 상황이 됐다.

미국인들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 사라졌다" "블루칼라 공화국이 무너졌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리먼 브라더스 같은 GM보다 규모가 더 큰 기업들이 파산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 GM 파산은 다른 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 큰 충격파, 제대로 이해하려면 GM의 역사부터 짚어야 한다.

GM은 1908년 설립했다. 당시에 GM의 경쟁상대는 포드였다. 사주인 윌리엄 듀런트는 여러 브랜드의 차종을 한꺼번에 생산함으로써 포드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1930년대에 들어서자 포드는 더 이상 GM을 따라잡기 힘들만큼 뒤쳐진다.

여기서 우리는 1952년 GM 사장 출신으로 국방장관이 된 찰스 어윈이 의회 청문회에서 했던 말을 살펴봐야 한다. 이때 한 의원이 "(장관이 되면,) GM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찰스 어윈은 "미국에 좋은 것은 곧 GM에 좋은 것이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GM의 이익은 곧 국익이라는 인식이 이때부터 미국 사람에게 뿌리내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GM 파산 보호 신청에 미국 사람이 큰 충격을 받은 셈이군. 미국 국민은 GM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늘 50% 넘게끔 밀어줬다. 한때는 전 세계 자동차 3대 중 1대가 GM 차였다. 미국 내에서 고용된 인원이 무려 61만8000명에 이른 적도 있었다. '차별화 전략, 브랜드 매니지먼트, 규모의 경제'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지? GM에서 만든 말이다. GM은 성공신화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왜 승승장구의 역사가 실패의 본보기가 됐을까. 위기를 보지 못한 점! 이점을 언론들을 꼽는다. 미국의 자동차는 기름 값 아끼려는 소비자들은 안중에 없었다. 그저 큰 차체와 강력한 엔진과 완충장치를 기반으로 쾌적한 승차감 이게 최고의 가치였다. 사실 소비자들도 원했던 바였고.

미국은 이미 1980년대 말에 자동차 수요 정체기를 맞지 않나? 이때쯤이면 위기관리를 해야 할 때 아니었나 싶다. 그때 미국 자동차업계도 모종의 대비책을 내놓았다. SUV를 개발한 것이다. 스포츠 유틸리티 비히컬의 약자가 SUV이지? 대형차 이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힘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대대적인 투자와 최고의 마케팅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넓혀갔다.

무조건 큰 차, 고가의 차를 만들고 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독(毒)이 됐다. 하지만 비가 오고 말았다. 세계적인 석유대란이 발발한 것이다. 이런 사이 1990년대가 시작됐다. GM은 이때도, 여전히 큰 차, 비싼 차로 승부했다. 이런 사이, 연료가 적게 드는 소형 승용차 시장을 일본이나 한국이 잠식하게 된다. 게다가 비싸지만 많이 팔리지 않는 고급 승용차는 유럽에게 시장 잠식을 허용한다. 이런 가운데 기업 규모에 맞게 노동자에 우대해야 한다며 복지비용을 팍팍 늘였다. 이런 위기 속에 갑자기 금융위기가 밀어닥친다. GM은 몰락하게 된다.

현실에 안주하면서 기술 개발 또 자기 혁신에 소홀한 대가, 너무나 톡톡했다. 물론 미국 GM의 직원 수는 1981년 44만 명에서 2000년 13만 명으로, 지난해에는 6만2000명으로 점점 감소했다. 하지만 이것도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지금 GM의 주가는 1달러를 밑돈다. 번영의 상징이던 디트로이트는 희망을 잃은 도시가 됐다. CBS방송은 GM 파산의 최대 희생자는 결국 노동자들과 딜러들, 부품공급업체들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미국 자동차 산업이 다시 위기를 극복할 지, 영원히 2류 자동차 제조국가로 전락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은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단기적인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고도의 리스크 관리 속에, 장기적인 비전을 항상 염두에 두는, 안목 있는 경영. 이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GM의 파산은 CEO의 책임이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