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자들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남자들은 그런데 근래에 발견된 존재들이다. 혹시 ‘초식남’이란 말 들어보셨나? 이 신조어는, 역시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나라 일본에서 비롯됐다. 뒤에 ‘남’자가 붙는 걸로 봐서 남성의 한 유형임을 알 수 있겠지? 초식남은 초식계남자의 줄임말이다. 혹시 육식을 피하고 채식을 선호하는 남자를 얘기하는 것일까. 아니다. 초식 동물처럼 유순한 남자를 말한다. 성격은 부드럽고, 생김새도 거칠지 않고 매끄럽다. 이들의 꿈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하면 여유롭고 재미있게 살 것인가’이다. 2006년 여성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칼럼에서 처음 언급하고, 한 패션 잡지가 '초식남 유형 분석'이란 제목의 글을 내놓으면서 널리 퍼졌다.

그렇다면 육식남도 있을까. 있다. 거칠고 성격도 모 난 사람을 말한다. 사실 육식 동물이 대체로 다 이런 성격을 갖고 있지 않나? 이 육식남의 꿈은 성공한 지위와 경제력을 갖는 것이다. 이성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 여러 비유를 들 것도 없이 ‘마초’를 떠올리면 될 것 같다. 이 사람들은 여성을 소유와 쟁취의 대상으로 여긴다.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쟁취하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 즉 아름다운 여성을 내 품에 넣을 수 있다" 이렇게 본다는 것이다. 참으로 봉건적이다. 여성을 돌 같이 보는 게 아니라, 여성의 두뇌를 돌로 보는 유형이라 하겠다. 반면 초식남은 다르다. 초식남의 성격을 ‘여자 같은 성품’이라고 하면 너무 단순한 접근일까.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먼저 고백할 용기나 의지가 부족하지만 그걸 수치로 여기지 않고, 여자가 답답할 정도로 여자와의 친분 관계를 완벽하게 유지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 하겠다.

여성적인 감성이 살아있는 초식남들, 이들의 애정 취향은 어떨까. 애정의 대상이 생기면 육식남은 어떻게든 쟁취하려 한다. 또 쟁취한다. 하지만 초식남의 스타일은 이렇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과 많은 대화도 나누고 그녀를 지켜주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렇게 공들이고 사랑한 여인을 떠나보내야 한다. 평소에 여성들의 상담을 해주며 카운슬러 역할도 하지만 막상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은 선택의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즉 여성들은 배우자로 선택할 때 초식남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섬세한 남자를 좋아할 것 같은데, 특이하다. 사실 남자들도 보면, 배우자감과 연애 대상이 다른 경우가 있다. 연애는 섹시하고 예쁜 여자를, 그러나 배우자감은 현숙하고 단아한 여자를 선망하는 것이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자상하고 감성이 짙은 남자, 좋다. 하지만 이런 남자들일수록 가족과 인간관계에 대한 지속적인 책임감을 기피한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사실 동양권에서는 가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가장이 져야할 짐이 답답하다며 사나흘씩 여행 다녀오고 이래버리면 어떤 여자가 버티느냐 이것이다. 여성들은 초식남에게서 강한 생활력, 책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진 것으로 풀이하는 이들이 적잖다. 예전에 남자하면, 학생, 총각, 아저씨, 할아버지 이렇게 네 부류였지? 요즘엔 남자를 나이별로 매겨진 네 개의 유형으로 해석하기엔 한계가 분명해졌다. 사람들의 지향하는 바와 기호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식남, 육식남이란 말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초식남에게는 어떤 유형의 여자가 어울릴까. 음양의 조화라고 해야 할까. 육식녀가 제격이라고 한다.

육식녀는 초식남의 반대개념이 되겠지? 치열한 도전의식, 강인한 생활력 그래서 한마디로 말해 투지가 있는 여성 스타일이라 하겠다. 연애에 큰 관심이 없는 초식남을 애정의 장으로 견인하는 흡인력이 있는 유형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런 여성이 있는가 하면 ‘건어물녀’도 있다. '호타루의 빛'이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탄생된 캐릭터인데, 이건 연애보다는 집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건조하고 메마른 감성을 지닌 여자이다. 건어물처럼 마음도 애정도 바짝 말라 버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초식녀와 비슷하긴 한데 초식녀보다 ‘수분’이 좀 더 빠진 유형이라 하겠다. ‘나는 건어물녀인가’라는 자기 진단 테스트표도 있다. “퇴근 후부터 출근 전까지 추리닝 차림으로 지낸다” “혼잣말이 많다. 애완동물과 대화를 한다” “최근 가슴이 두근거린 기억은 계단을 걸어 올라갔을 때뿐” 이런 것인데, 많이 고를수록 ‘건어물녀’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런 현상,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다양성의 사회에선, 다양성의 가치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틀리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그러나 막연히 개인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서로를 이해하며 맞춰가는 공존의 법칙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초식남의 단점만이 아니라 장점도 살필 수 있는, 그 장점을 공동체 속에서 녹여낼 수 있는 혜안 그리고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