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벗은 모습을 볼 수 있는 안경이 있다면 어떨까? 투시 안경이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고 해서 세간의 화제이다. 오늘 그래서 민망하지 않은 선까지 ‘투시 안경’ 그러면서 그 ‘투시 안경’이 화제가 될 수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투시 안경이 '훔쳐보기' 호기심을 자극한 상술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서울대 물리학부의 한 교수는 "군사용으로 만들어진 적외선 투시 카메라도 X-레이 영상같이 윤곽만 보이는 정도"라며 "현 광학기술로는 옷 아래의 알몸을 볼 수 있다는 투시 안경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행여 그런 기술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여성분들이 적지 않다. 이론상으로는 투시가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투시가 가능한 적외선 카메라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투시 기술을 안경 렌즈에 접목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게다가 진짜 투시 안경이 있다면, 현재 가격(55만 원) 수준이 아니라 몇 백 만 원 이상일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도대체 누구 소행일까.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적발된 투시안경 판매 사이트 7, 8개 대부분이 중국에 서버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게다가 "물품 배송이 되지 않았다는 사기 신고가 들어와 있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얘기 듣고도 본인이 꼭 사기를 당해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이 지금까지 한 800명 됐다고 한다. 이 안경을 산 사람이 이 정도 됐다는 것이다.

관음증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영국 코번트리라는 지역이 있는데, 여기 11세기에 고디바라는 백작부인이 있었다. 이 고디바 부인의 남편은 영주였다. 그런데 남편이 농민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부과했다. 고디바 부인은 훌륭했다. 이 부인은 남편에게 “내가 알몸으로 말을 타고 성을 한 바퀴 돌 테니 농민들 세금 좀 깎아주셔” 이렇게 요구했다. 남편이 “해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조롱조로 말했다. 그런데 했다. 농민들은 이 부인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 밖을 내다보지 않았다. 그런데 딱 한 사람은 엿봤다. 톰이라는 재단사였다. 그래서 ‘엿보는 톰’ 이런 말이 생겨났다. ‘Peeping Tom'이라고. 이게 바로 오늘날 ’관음증‘을 뜻하는 말이 됐다.

관음증은 프로이트가 정의한 개념이다. 심리학을 모르는 분들도 한 번 쯤 들어봤을 이름, 프로이트라는 정신분석학자가 규정한 것이다. “자신을 숨긴 채 관찰행위를 통해 성적 쾌락을 느끼는 심리”로 말이다. 과거에는 성행위가 생식을 위해서만 가능했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면서 ‘비생식적 성행위’가 확산됐다. 이 비생식적 성행위 가운데에는 관음증도 포함됐다.

이상적인 이성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이 성적 유형이 관음형이다. 이게 병적 증상으로까지 악화되면 그땐 관음증이라 할 수 있겠지. 관음증은 반사회적 성향이 강하다. 영화이론가 로라 멀비는 남성은 ‘보는 존재’, 여성은 ‘보여 주는 존재’로 고착화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여성은 성적 대상으로 사물화된다고 말했다.

관음증이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어렸을 때 경험한 충격적 사건이나 경험과 관계가 있다고도 하다. 어린 시절에 민망한 경험을 겪었던 어린이가 왜 관음증에 시달릴 확률이 높으냐. 어렸을 때 성적으로 ‘당했던’ 경험을, 어른이 됐을 때 ‘능동적으로 극복하려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사회적 범죄로 전이되기 전에 정신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겠다. 이걸 방치하면 당연히 가정의 평화도 위협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음란물을 즐기는 관음증상이 있는 성인이 성격장애와 우울증 뿐 아니라 각종 성과 관련한 신체장애에 시달릴 확률이 높고, 나아가 부부관계에 금이 가고 외도 또는 성매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관음증을 인간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심리증세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사회를 조직하고 집단생활을 한다. 그러다보니 개개인의 원시적 본능 즉 욕구는 표출보다는 자제돼야 할 가치였다. 때문에 남의 눈 때문에 억압되어 온 감정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몰래 들여다보면서 해방감으로 전이돼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떤 심리학자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호기심이 관음증의 원인이라고도 분석한다.

남의 사적 영역을 부당하게 엿보는 문화, 치유할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사람을 사물이 아닌 사람으로 보는 시각. 이 이성적 접근의 내면화가 일차적인 답이 될 것 같고. 성을 상품화함으로써 관음증을 부추기는 사회. 이 사회를 개선하려는 공감대 형성 그리고 실천 의지와 실행이 이차적인 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