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딴 사람들 다 친구끼리 동료끼리 식사할 때, 나 혼자 식사하게 된다면. 참 난감해 할분들 많을 것이다. 실제로 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3명중 1명꼴인 31.6%는 ‘나 홀로 식사’를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2008년 9월에 조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점심을 혼자 먹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 불황에 부하직원들에게 점심을 쏘기가 부담스러워서", "밥값을 절약해 취미생활에 투자하려고", "일이 너무 많아서" 밖에 나가 먹기 그래서 사정이 참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나 홀로 식사족’을 위한 식당이 꽤 늘어나고 있다. 식탁 가운데 도화지만 한 플라스틱 칸막이를 만들어 혼자 먹어도 어색하지 않게 해주는 작은 배려를 표하는 식당이 있다. 또 선 채로 먹을 수 있는 편의점의 식탁 코너도 어떻게 보면 혼자 먹는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워 마시라’고 마련한 편한 공간이 아닐까 싶다. 이도저도 싫다, 이런 사람을 위해 아예 한 사람을 위한 배달을 마다하지 않는 상점들도 있다. 주로 샌드위치 전문점, 적극적인 마케팅을 펴는 편의점이 그렇다.

우리는 왜 그동안 ‘나 홀로 식사’를 멀리했을까. "40·50대 중년층은 '혼자 먹는 건 처량하다' '동료와 함께 밥을 먹어야 동료애가 강해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집단주의, 전체주의의 소산이다. 그러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20·30대들엔, 상사나, 별로 친하지 않은 동료와 밥을 같이 먹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그래서 회식 약속을 잡을라 치면 “그때 약속 있는데요” 이러는 젊은 직원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필자가 아는 어떤 기업의 부장은 “외할머니가 세 번 돌아가신 직원이 있었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따라서 현대사회로 옮겨갈수록 도시 직장인이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혼자 밥 먹기’를 꺼려하는 한국 정서가 이해 안 된다고들 한다. 서울특별시가 운영하는 영어라디오방송인 TBS e FM의 PD인 팀 알퍼 씨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이 있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방법은 음식에 대한 기호 이상의 것이 반영된다. 즉, 문화 전체가 반영된다. 한국에서 음식은 여러 사람들과 공유된다. 한국 사람들은 한 그릇에 담겨진 음식들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어 먹는다. 하지만 서구에서 음식 문화는 개인적이다. 각각의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음식을 주문하고 자신의 그릇에 담겨진 음식을 먹는다”라고 했다.

식사 속에서조차 공동체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 글을 계속 인용한다. “한국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활동이다. 공동체와 함께 먹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공동체적 상실을 느낄 것이다. 서구 사회에서 음식문화는 더 개인적이다. “배가 고프기 때문에 먹는다”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혼자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전혀 외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점심시간이 주는 자유와 고요함을 즐긴다. 그들은 사무실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먹으며 사색을 즐긴다“ 이런 얘기이다.

이제는 식사 그 자체를 즐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식(美食) 차원의 거한 식사를 즐길 때는 재료의 선도, 셰프의 의도와 솜씨, 코스의 구성, 실내 분위기, 서비스, 와인과 음식의 조화 같은 이런 더욱 세밀히 느낄 수 있다. 이런 것 말고도 때론 혼자 밥 먹으면서 보는 신문이 더 집중이 잘 되고, 혼자 밥 먹으면서 바라보는 타인들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창의성을 기르는 기회로 점심을 삼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혼자 식사하는 방법도 요즘 인터넷에 나돈다. 이 가운데 한 세 가지만 추려보겠다. ① 크고 번듯한 식당을 찾아라. 분식집에서 대충 후딱 먹어 치울 생각을 버려라. 몇 개 안 되는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앉으면 누가 좋아할까. 이왕이면 매너 좋은 고급 식당이 좋다. ② 기사 식당이 최고다. 달리는 시사평론가인 택시 기사들은 맛에 관해서도 달인이다. 또 기사님들은 대부분 혼자 먹는다. ③ 한식보다는 양식이 좋다. 한식당에서는 으레 2인용 반찬을 준비한다. 혼자 시키면 남기는 민망함이 발생하게 마련. 때로 '2인 이상 주문 가능' 문구는 상처가 된다. 개인주의가 보편화된 서양식 레스토랑이 싱글에게는 바람직하다.

‘혼자 식사’의 영양 불균형 가능성도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급증하는 기러기아빠, 맞벌이 부부, 독신자 등 우리 사회에서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아지고 있지? SBS TV가 3년 전 SBS스페셜을 통해 방송한 내용을 보면, 혼자 밥 먹는 경우가 많다는 430명을 24시간 회상법 설문조사를 통해 살펴봤더니 역시 건강에서 가장 기초적인 영양부족 상태가 상당수였다고 한다. 여럿이 함께 할 경우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다양한 음식이 한 사람의 식사에서는 제약을 받는 것이 주원인이다. 세 명이 모이면 김치도 나오고 마른 반찬도 나오지만 혼자면 삼각 김밥에 컵라면 그 정도 아니겠나. 영양불균형은 성인질병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출산해야 하는 여성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싱글세대가 많은 일본에서는 이런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다. 어느 식당에서나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일본에서는 후생성이 음식 안내서 즉 하루 동안 먹어야 할 각종 영양소의 양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표를 발간했다. 이 음식안내서는 전국 슈퍼마켓과 식당에 배포돼 있고, 기업체들은 영양사를 통해 혼자 사는 직원들의 영양을 관리하고 있다. 국민건강과 직결된다는 시각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SBS스페셜이 내렸던 결론이 참 인상적이었다. “수년간의 독신생활 끝에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직접 만듦으로써 행복을 찾고 건강까지 되찾은 이들을 소개하고, 홀로 먹는 식사의 즐거움을 발견한다”를 권고를 했다. 식사, 다른 것 보다 영양에 좀 더 관심을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