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보수측과 진보측의 갈등이다. 국가의 중요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진보측과 보수측이 팽팽하게 맞서서 격렬하게 논쟁하는 것은 물론, 심하게 적대하는 험악한 모습을 보임으로 국민들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갈등에 싸이게 된다. 특별히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입장에 서서 국민들을 계도(啓導)해야 할 신문과 방송이 두 패로 갈라져서 이러한 갈등을 부축이고 있으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 평가하기를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을 보는 사람은 보수에 속하고 한경대(한겨레, 경향, 대한매일)를 보는 사람은 진보에 속하고, MBC 등 방송의 뉴스와 해설을 즐겨 시청하는 사람은 진보이며 메이저 신문의 사설과 칼럼을 즐겨 정독하는 사람은 보수라고 한다. 또한 20-30세대는 진보측의 중심에 있고 50․60세대는 보수측의 중심에 있고 40대는 사안에 따라 때로는 이쪽을, 때로는 저쪽을 각각 지지하는 형편이라고 평한다.

이러한 때에 가장 중도에 서서 진보와 보수를 포용해야 할 종교마저도 편 가르기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이러한 이념이나 정치적인 갈등은 어느 국가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제는 그 갈등이 너무나 극단적이라는 점이다. 서로 증오에 가까운 대결을 하고 있다. 보수측 신문의 자유계시판에 들어가면 많은 네티즌들이 진보측에 있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세우고, 진보측 신문의 자유계시판에 들어가면 네티즌들이 보수측에 있는 사람들을 수구골통 혹은 친일파로 몰아세우고 있다.

어느 때는 너무나 지독한 욕이나 저주를 함으로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아니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처럼 양측이 극단적으로 대결할 것인가? 아니 된다. 지금 한국의 시대적인 사명은 남북문제 해결이다.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역사상 가장 침략성이 강했던 강대국 틈에 끼어서 언제까지 민족끼리 총을 겨누고 있어야 하는가? 바로 이러한 때에 한국교회는 이념간의 갈등의 화해자로 나서야 한다.

이러한 때에 한국교회는 성경적인 바탕에 바로 서야 한다. 성경에서는 무슨 일에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수1:7)”고 명하고 있다. 흔히 우익(右翼)은 보수를 말하고 좌익(左翼)은 진보를 말한다. 익(翼)은 날개를 말한다. 하늘로 높이 나르려면 오른쪽 날개(右翼)도 필요하고 왼쪽 날개(左翼)도 필요하다. 우익의 장점은 변화의 속도는 느리지만 얼마큼은 검증되고 합의된 정책들을 이끌어 냄으로써 안정적인 경제를 유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익의 단점은 너무 낡은 것에 대한 집착과 신속하지 못한 정책, 제도, 법률적 대비로 인해 국제 경쟁력에 뒤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좌익의 장점은 새로운 생각과 실험적인 정책 및 제도 등을 수용하는데 더 수용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세상이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그에 맞지 않은 제도나 법률 같은 것들을 신속히 바꿔 줄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하고 새롭게 생겨난 사회적 문제에 신속히 대처 할 수 있다.

그러나 좌익의 단점은 너무 급진적이다 보니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전에 어떤 정책들을 수용부터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어느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고 비약하려면 우익과 좌익이 다 필요하다. 어느 쪽이든 부족하면 그 사회는 병들게 되는 것이다. 1800년대 후반 러시아는 기독교 문화권이었으나 가진 자의 편에 서 있을 뿐, 사회적인 약자들을 외면할 때 마침내 공산주의가 출현하게 되었던 것이다.

국가가 발전하려면 진보와 보수가 모두 필요한 것이다. 국가를 축구로 표현한다면 진보측은 공격수의 역할이라면, 보수측은 수비수의 역할인 것이다. 축구가 공격수만 강하고 수비수가 약하거나, 수비수만 강하고 공격수가 약한다면 결국 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가 진보측만 강하면 무질서해지 쉽고, 보수측만 강하면 부패로 굳어지기 쉬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보수측과 진보측이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협력하여야 하는 것이다.

한국사회가 1990년대 이후 민주화를 이루면서 보수측과 진보측이 정권을 교대로 맡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엄청난 이념 갈등의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사회를 십자가 사랑으로 포용하고 치유하면서 빛과 소금의 양 날개, 사랑(우익)과 공의(좌익)의 양 날개를 달고 함께 협력할 때 마침내 선진국가로 비상하는 날이 올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