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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봉사자의 아내이다

[내가 바라는 목회자 부인 ⑦] 고난 피하는 요령 터득하는데 조력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2008년 03월 14일 (금) 09:56:24

김태복 목사

hipc6012@cry.or.kr

많은 목회자의 실패는 그가 섬김을 받으려 하고(to be serve), 섬기려 하지 않는데 (not to serve)이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 사역하려는 모든 목회자의 결정적인 역행(逆行) 이다. 주님이 목회자들에게 친히 당부한 것은 자기가 친히 섬기는 본을 보이신 후, “너희도 이와 같이 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목회자의 많은 수가 섬김만 받으려는 쪽에 서 있다. 목회자가 무슨 높은 계급인 양 ‘내가 주의 종인데’ 말끝마다 그 소리하는 이 허다하다.

교우들로 부터 조금만 하대(下待) 하는 인상만 보이면 상당한 상처를 받기까지 한다. 그 자세가 교회를 어지럽히고, 지도자 간에 균열을 가져 오고 심지어 선뜻 교회까지 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도 있다. 이는 “누가 높으냐”의 쟁론으로 고난 받으실 주님의 가슴에 큰 상처를 주던 제자들의 추태의 재연이다. 분명 주의 종이라 함은 주님의 뜻을 철저히 따라야 하는 자이다. 주님의 뜻은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종이 되어야 하리라.”는 것이다.

섬기는 자(serve), 종(s1ave)이 되려는 자가 곧 주님의 뜻을 따르는 사역자요, 교회에서 가장 으뜸자이다. 즉 ‘종’이란 영어로 s1ave 로 표현했다. 노예는 천한 자요, 팔린 자이다. 그러므로 가장 높은 자는 스스로 교회의 상좌(上座)에 앉아 훈장처럼 훈계나 즐기는 자가 아니요, 하나님 앞에 스스로 천한 자가 되어 모든 자의 더러운 발을 씻는 자가 그이요, 모든 자의 허물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자이다.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것을 빙자하여 높은 대우, 높은 칭찬, 높은 권한을 누리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자는 오히려 그리스도의 모독자이다. 오늘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저 무지몽매한 이들의 더러운 발을 씻는 일과 그들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가며 고난에 동참하는 자를 하나님은 으뜸 목회자, 큰 목회자로 높이어 주신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교계(敎界)의 풍토는 봉급의 액수와 지위의 높이가 바로 으뜸가는 목회자요, 큰 목회자인 양 선전되어지는 것은 모순이다.

결코 그럴 수 없다. 봉급의 크기와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주님의 판단은 오직 섬기는 자세 여부에 달리어 있는 것이다. 워치만 니(Watchman Nee)는 말하기를 “우리가 주님께 유용한 인물이 되고자 한다면 주님을 위하여 고난의 길을 자의(自意)로 선택하는 것이 근본적인 필요 사항이다. 우리가 주님을 위해 고난 받는 기질을 갖추지 않는 한, 우리가 하는 목회 사업은 그야말로 너무나 피상적인 성질을 벗어나지 못한다.”라고 했다.

당신은 섬기는 자로 부름 받은 목회자와 결혼했음을 명심하라. 자, 그런데 많은 목회자가 신학교를 졸업하고 주님이 명하신 임지(任地)로 갈 때에, 다 이러한 고난을 각오하고 출발하지만 대부분 얼마만큼 세월이 흐르면 고난을 받을 각오보다 고난을 피하는 요령만 습득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낀다. 그런데 그러한 안일한 자세를 충동질 하는 데는 대부분 그의 아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하겠다.

사실, 어느 부인치고 남편이 스스로 비천(卑賤)에 처하여 종인 양 봉사하는 모습을 좋아하랴. 지금 시류(時流)는 어쨌든 자격 이상으로 평가받기를 원하고 있음에도, 굳이 스스로를 천하게 낮추어 교만하기 짝이 없는 자의 비웃음을 감내하고 있는 남편, 저 범죄자의 허물을 돌로 치지 않고 용납하고 있는, 십자가 밑에 엎디어 있는 비참함, 어찌 보면 피학대증(被虐對症) 환자처럼 스스로 고난 길을 찾아가는 남편을 어느 아내가 이해하고 보고만 있으랴.

그런 남편의 고난의 모습 대신, 모든 사람이 추앙하는 저 인기 있는 모습, 저 교만한 자의 콧대를 시원히 꺾어버리는 신랄한 논리와 담대성, 군주(君主)와 같이 다스리는 저 위엄 있는 통치력, 모든 자의 선망과 자랑의 대상이 되는 품위와 교양이 배인 목회자일 때 아내의 긍지는 만족으로 가득찰 것이다. 그런 긍지를 가지기를 바라는 아내는 남편이 십자가를 지려고 할 때 분명 베드로처럼 ‘그리 마옵소서’ 만류할 것이 틀림없다.

“왜 당신이 그 일에 책임져야 하나요?” “그 따위 장로는 출교(出敎) 시켜야 돼요.” “주의 종을 이 따위로 대접하는 교회는 축복받기는 다 틀렸어요.” “당신은 너무나 담대하지 못해요. 왜 할 말을 못한 채 그리 눌리어 지내요?” “자기들은 고급 주택에서 살면서 주의 종은 이런 낡은 사택에서 살게 하다니……” 그리하여 저 매스컴의 CM송처럼 끊임없이 들리어지는 아내의 불평이 마침내 그의 신념을 흔들어 버리고 그 속에 불평으로 가득 차게 됨으로 섬기려는 자세의 목회에서 섬김을 받으려는 목회로 서서히 방향을 바뀌어 가게 될 것이다.

아마 그런 아내들은 일주일 동안 천사(天使)처럼 환대(歡待)를 받으면서도 ‘할 말’을 다하는 부흥사들의 대우 정도에 이를 때까지 그 불평을 계속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주님이 원하는 자세가 아니다. 주님은 자기를 위해 충언하는 베드로를 향해 ‘사단아, 내 뒤로 물러가라’ 책망하듯 그녀들을 꾸짖게 될 것이다. 주님은 모든 목회자들이 스스로 고난을 받을 각오를 가지고 섬기는 자가 되며, 밀알이 되어 십자가 지기를 바라고 계시며, 스스로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높이어 주시기를 희망하시는 것이다.

우리 시대 속에서 우리는 두 명의 성자(聖者)를 발견한다. 슈바이처 목사(A1bert Schweizer)와 가가와 도요히코(賀川豊彦) 목사이다. 왜 우리는 그들을 성자로 추모(追慕) 하는가? 그들의 높은 학식 탓인가? 그들의 깊은 교설(敎說) 탓인가? 그들의 뛰어난 인품 탓인가? 그런 면에서는 그들보다 뛰어난 이 허다하다. 그들의 위대는 그들의 삶 그 자체 탓이다. 그들은 철저히 모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섬기는 자로 살았던 탓이다.

슈바이처 목사는 높은 지위와 학식을 스스로 저버리고 유럽 문명인들에게 많은 착취와 약탈을 당한 암흑의 나라, 말라리아와 문둥병과 이질로 괴로워하며, 한 사람의 의사도 없는 현대의 지옥을 향해 떠났고 그 생을 바쳤다. 가가와 도요히코는 버림받은 자들을 찾아서 신학교 시절부터 고베(神戶) 시내의 빈민굴에서 설교했고, 스물한 살 때는 아예 ‘신가와’ 빈민굴에 주소를 옮겨 가지고 창문이 없는 6자 되는 단칸 거적 방에서 14년 동안 살았다.

누구든지 먹을 것과 잠자리를 부탁하면 그는 자기 방에서 비좁은 대로 함께 자며, 얄팍한 죽 그릇 안에 담은 죽을 서로 나누어 먹고는 했다. 때로 옷마저 벗어 주는 경우도 있었고 매 맞고 상처를 입은 적도 있었으나 저는 복음 전하는 일과 구제하는 일, 병자 방문하고 위로 하는 일을 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위대한 생활 뒤에는 그들의 아내의 눈물겨운 도움이 있었던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슈바이처 부인은 그가 안정이 보장되는 위치에서 죽음의 늪과 같은 정글의 삶이 옮겨지는 데도 남편의 선한 결심을 따랐고, 또 간호부로서 그의 옆에서 그녀의 남편과 모든 흑인들을 위해 고귀한 생(生)을 헌신했던 것이다. 가가와 도요히코는 어느 날 공장에서 설교하다가 ‘하루’ 라는 여인을 만났고 그녀와 뜻이 맞아 결혼했다. 그녀는 오두막집에서 빈민들과 함께 사는 일에 조금도 개의치 않고 그와 결혼을 했고, 또 그의 생활을 기꺼이 따랐던 것이다.

그는 너무 과로한 나머지 녹내장(綠內障)에 걸려서 고생을 했고, 그의 아내도 이와 비슷한 병으로 시달렸지만, 그러나 그와 그녀는 가난의 멍에를 메고 기꺼이 고난의 길을 이기어 갔던 것이다. 그녀들 없이 두 성자(聖者)의 출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녀들의 저 헌신적인 삶이 그들을 만들었고,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그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뜨거워지고, 주님을 위해 고난당하는 수많은 크리스천과 목회자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될 뿐 아니라, 주님이 그들을 높이어 으뜸으로 세우고 계심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남편으로 하여금 그런 성자적인 삶의 자리까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목회적인 기본이 섬기는 자로 사역하도록 도와야 한다. 결코 그런 자세를 비난하거나 낙심하게 하거나 생활비의 부족을 내세워 그로 하여금 힘을 잃게 해서는 안 되며 당신 자신부터가 대접을 받으려는 자세에서 대접을 하는 자세로 살아야 할 것이다. 흔히 우리의 변명이 그런 식의 목회는 교인들을 버릇없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님은 스스로가 그렇게 사셨기에 제자들이 변화되고 초대 교회가 크게 홍왕된 것이라면 우리의 이론, 우리의 주견을 떠나 오직 섬기는 자로, 봉사자로서 모든 무지한 자들의 몽매와 저 교만한 자들의 허물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자에게 기꺼이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 아니겠는가? 당신의 남편이 하나님 앞에 으뜸 목회자, 큰 목회자로 인정받기를 원하는가? 섬기는 자로 사역하도록 당신은 쉬지 않고 도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