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비만은 개인의 질병 정도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룰 모양이다. 얼마 전 우리 국민 10명 중 4명이 과체중인 것으로 나타났지? 급기야 보건복지가족부가 이달에 정부 차원의 비만예방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자라나는 청소년 중에도 과체중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최근 서울의 한 병원이 초·중·고생 8천 8백여 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25퍼센트가 과체중, 7퍼센트가 보다 심각한 비만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인스턴트 식품 같은 고칼로리 음식에 많이 의존하면서도 운동량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 이런 증세는 나중에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같은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만 문제가 사회적 골칫거리인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 현재 세계 각국이 `살과의 전쟁' 중이다. 미국은 3명 가운데 2명, 유럽은 전체 인구의 20%를 비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과 중국도 곧 비만 국가 대열에 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인들이 다이어트로 연간 1,000억 달러를 쏟아 붓지만 대부분 감량에 실패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탄산음료세'를 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모든 연구가 탄산음료와 비만 간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나라인 미국, 왜 이렇게 된 걸까. 미국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오래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비만에 따른 미국의 사회적 비용이 연간 12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2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유가 있었다. 미국 주부들은 집에서 요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아침식사는 시리얼, 점심은 땅콩버터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나 햄버거로 때운다. 저녁은 인스턴트식품을 오븐에 데워 먹는 식이다. 이런 고열량 음식은 미국을 뚱보의 나라로 만들었다.

비만 퇴치를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던데. LA 시의회는 비록 한시적이지만 지난해 패스트푸드점 개업을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미국인의 식습관을 고쳐보겠다며 야채 위주의 백악관 식단을 언론에 공개했다. 백악관 잔디밭을 갈아엎고 55종의 채소를 키우는 텃밭을 만들기도 했다. 미 국세청은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 살 빼는데 드는 비용을 의료비 공제대상에 포함시켜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의미 있는 개선 효과는 아직 지표상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탄산음료세가 거론된 것이다.

우리 정부도 대책을 세우는 모양이다. 정부가 민관 합동의 국가비만관리위원회를 만들었지? 비만 치료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쪽으로 간다는 보도다. 아이들이 자기 전 시간대인 밤 9시 이전의 패스트푸드 광고를 금지하고, 모든 식품에 칼로리와 지방 함유량을 표기하는 방안도 검토된다고 한다. 상당수 서울시내 초중등학교와 도서관 등에서 콜라나 사이다가 사라졌다. 비만과의 전쟁에 정부도 거들고 나선 것이다. 수면무호흡증, 뇌중풍, 당뇨병 등이 있는 비만의 경우, 보험 혜택을 주는 것이 오히려 의료 재정을 아끼는 방법이라는 주장이 의사들 사이에 제기돼 왔었다. 국민의 건강은 곧 국력이라는 것. 상식이지?

포스코같은 경우 기업차원에서 비만 관리를 한다. 포스코센터 직원 1300여명 가운데 희망자는 다음 주부터 건강검진을 해서 ‘비만’으로 판정받을 경우 회사로부터 3개월간 개인 체질에 맞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의무실 담당 요원이 최적의 다이어트 식단을 짜준다. 사내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나이, 체중, 체지방률을 고려한 에어로빅, 요가 등 운동 처방도 받는다. 회사 피트니스센터를 확장하고 직원 전용 사우나 실도 신축한다. 운동 기구도 대폭 늘린다. 구내식당에는 ‘웰빙 코너’를 만들어 체지방 감량을 돕는 음식 위주의 식단으로 꾸민다. 비만에서 벗어났더라도 다시 살이 찌는 ‘요요현상’을 막기 위해 사후관리도 지속한다. 살 안 뺀다고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는 계획은 없지만, 직원의 건강을 기업의 경쟁력으로 인식하는 시각은 독특하다. 물론 기업이 과하게 직원 사생활에 개입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비만단계에 있는 사람은 암 발생률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 크게 증가하는 만큼 적극적인 체중 조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귀 따가운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