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여，아버지께서 내 안에，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요한복음 17장 21절)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창립정신과 행동 강령은 바로 위의 요한복음 말씀이다. 1백여 년 전 기독교 평신도들과 청년들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전 세계로 나서면서，유럽과 미국의 울타리에서와 달리, 세계 각지에서는 성공적인 선교를 위해서 교단 간의 협력이 더욱 절실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큐메니컬 인식과 움직임은 1910년 에딘버러 세계선교 회의를 통해서 구체적인 모습을 띠기 시작했고，1937년 세계 교회 지도자 회의에서 “일치，증언，섬김(unity， witness，service)" 을 기치로 WCC 창립을 결의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이듬해 전쟁의 발발로 WCC 창립 총회는 전후 1948년으로 미루어졌으나，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147개 교회들이 모여 WCC를 창립했다. 이후 60여 년간 WCC는 안으로는 지속적인 교회 간의 대화와 협력으로 공동의 신앙과 사역을 증진시키고，밖으로는 나누어지고 깨진 세계를 치유하고자 공동의 증언과 활동을 강화했다.

그래서 WCC는 1968년 “기독교 일치를 위한 주간’을 시작하고，1982년 ‘세례，성찬식과 사역’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시켰다. 또한 1960년대 냉전의 위협 속에서는 평화를，1980년대는 아파테이트 등에 반대하며 인권을, 1990년대엔 창조질서의 회복을 요청하며 환경을, 2000년대에는 폭력 종식을 위한 10년을 선포했다. 이렇게 오늘날 6대륙，140개국, 349개 교단, 5억6천만 성도를 아우르는 WCC는 세계의 교회들이 먼저 하나가 되고 나아가 한 목소리로 나아갈 때，어떻게 세상을 이끌고 변화시킬 수 있는가 보여 주고 있다.

2013년 제 10차 WCC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WCC의 비전과 사역이 결실을 맺어 이제는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를 섬겨야 할 때임을 보여 준다. 한국 교회의 역사는 125년에 지나지 않지만，그 탄생에서부터 장로교，감리교，성공회 등 미국，호주와 유럽의 교회들이 협력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신앙을 전파한 곳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한국 사회는 전후 분단과 전쟁의 고통을 경험하고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의 진통을 겪으면서，어느 곳보다 정의，평화，인권의 문제가 절실히 제기되었던 곳 가운데 하나이다.

그 속에 한국 교회는 새로운 영성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성장을 이루었고，나아가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고자 노력했다. WCC는 이러한 한국 교회와의 연대를 통해서，세계 교회가 한국 교회와 함께 있음을 보여 주었고，또 한국 교회의 고민과 활동이 세계 교회에 들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WCC의 비전과 사역이 한국 교회의 탄생과 성장 과정에 어우러져 있는 것과 같이, 이제는 한국 교회가 자신의 경험과 비전을 세계 교회와 나누고 또 세계 교회를 섬김으로써 세상을 이끌어가야 할 역사적인 순간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지난 8월 제네바에서 열린 WCC 중앙위원회가 21세기 WCC의 비전을 고민하면서 격론 끝에 한국으로 총회 장소를 결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6~7년마다 열리는 WCC 총회는 세계 교회가 모여 서로 대화하고 함께 신앙을 확인하며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자리이다. 그렇기에 총회 개최지는 단지 장소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향후 세계 교회의 방향과 비전을 설정하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제10차 WCC 총회 장소가 한국 부산으로 결정된 것은 21세기 세계교회의 비전과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고，이는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를 주신 은혜이자 도전이다.

한국 교회는 단지 여러 교단 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한 에큐메니컬 운동 뿐만 아니라，남북 교회외 대화와 한반도 평화 증진，아시아로의 선교 선도，유럽 및 미국과의 협력，아프리카 교회와의 연대를 통해서 세계 교회 속에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나아가 한국 교회는 한국의 신앙적 바탕과 성찰 위에，21세기 세계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서 갚이 고민하며，오늘날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예언자적. 목소리를 담도록 기도해야 한 때: 다.

이를 위해서는，WCC의 시작에서부터 평신도들의 섬김과 고민이 그 중심에 있듯이，21세기를 향한 비전과 사역에서도 한국의 평신도들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다 하나가 되어，우리 안에 있게 하사，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평신도신문 발췌)

/예장통합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