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목사관은 교육 장소로 부적합

어느 목회자 치고 자녀 교육에 대해 고민 안하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목사관은 자녀들의 영적, 인격 교육을 시키기에는 부적합한 장소이다. 목사관이 교육 장소로 적당하지 못한 것은 교회 구내에 위치한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 그 구내에서 목회자의 자녀들은 먹고 입고 떠들면서 혹은 때로 남몰래 교회 속에 숨어들어 의자 밑을 기어 다니면서 숨바꼭질을 즐기는 동안, 그들의 의식에는 교회는 경건한 곳이라기보다 놀이 장소라는 생각이 심어지게 된다.

다른 교우의 자녀들처럼 주일(主日) 날이면 그의 부모와 함께 단정한 복장으로 경건히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엄숙한 느낌을 좀체 소유하기가 힘들게 된다. 그들에게는 교회와 세속의 구별에 대한 느낌이 없는 것이다. 또한 부모로서의 큰 어려움은 교인들이 목회자 자녀에 대해 너무 과도한 관심을 주고 있는 데 있다. 어느 신앙이 돈독한 교우는 목회자 자녀를 마치 제 2대 목회자로 취급하여 어려서부터 사무엘처럼 종교적으로 비범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다가 자기의 자녀와 별 다름없이 철부지에 불과함을 발견할 때, 마치 목회자가 큰 실수나 저지른 양 크게 문제시하기도 한다. 반대로 어느 교우는 너무 귀여워한 나머지 이 것 저 것 사주면서 군것질의 악습을 배워 주거나 무릎에 앉히고 갖은 농담을 지껄이며 완구(玩 具)처럼 데리고 놀아주는 동안 아이들의 버릇을 망쳐 놓기가 일쑤이다. 그 뿐인가? 교우들은 인생의 무거운 문제를 가지고 곧잘 목사관을 방문한다.

그리고는 누가 듣든지 말든지 신세타령을 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남편이나 시모(媤母)를 욕 비슷한 말로 원망하게 될 때, 이제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의 목회자 자녀들은 책을 읽는 척 하며 그들의 귀는 안방에서 들리는 상담 내용에 가 있기 일쑤이다. 그때 그 내용이 노골적인 성(性) 문제일 수도 있고, 교인에 대한 비밀스런 흉일 수도 있다. 그때 순진스런 자녀들의 감수성은 큰 충격으로 얼룩지지 않겠는가?

그러한 우울하고도 슬픈 기운들이 목사관에 자주 가득 찰 때마다, 밝고 빛나는 심성(心性) 보다 목회는 너무 괴롭다는 인상이 주어져 자기는 목회자가 결코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며, 더 나아가 십자가가 없는 기독교권(圈) 밖을 통경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특별히 자녀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은 교회 강단에서 검은 가운을 입은 경건한 목사로서의 아버지가, 가정에서는 파자마 바람으로 휴식을 취하며 TV의 희극을 보고 헤프게 웃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에 대해 느끼는 이질감(異質感)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데서 기인되기 일쑤 이다.

그것은 서양에서 보다 동양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부터 동양의 어버이들은 왜인지 그냥 엄격하기만 했고, 부정(父情)을 자상히 표현하는데 미숙했다. 오히려 애국지사처럼 가정을 떠나 독립군이 은거한 어느 계곡에서 여러 달 유숙하다가 간간 야밤에 몰래 숨어들어 부인과만 만나고는 먼동이 트기 전에 떠나야했던 그런 모습을 대장부다운 멋으로, 미덕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그러한 풍토에서 목회자도 교회를 위해 철저히 헌신하며 가정을 등한히 하는 것이 목사로서의 긍지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자녀의 입장에서는 독수공방하는 어머니, 희생을 무릅쓰고 가계를 꾸려가는 어머니와 똑같이, 아버지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되고 위선자의 냄새를 진하게 맡게 됨으로 비뚤게 성장하기가 일쑤였던 것이다. 제 아무리 능력자라도 예외일 수는 없었던가? 우리 교계(敎界)의 목회자로서 믿음의 조상격인 길선주(吉善富) 목사님의 아들은 청년 때 탕자나 다름이 없었다.

술과 계집에 빠져 부모 얼굴에 흑칠을 했고, 목회에도 큰 지장을 주어 당회에서까지 문제가 확대되어 만일 아들이 회개하지 아니하면 목회를 그만 둘 위기까지 당한 적이 있었다. 그러한 예는 예나 지금이나 모든 목회자 가정에서 많이 발견되는 사실이다. 어느 목회자는 자녀 때문에 교회를 자주 옮겨야 하는 쓰라림을 당하기도 했다. 참으로 목회만큼 자녀 교육은 중요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이 기거해야 하는 교회 구내에서의 영적, 인격적인 교육의 최선책은 무엇일까?

2. 부부가 하나가 될 때

부부가 하나가 되지 못할 때 자녀들은 탈선되어 간다. 특별히 목회자인 경우는 더하다. 목회자인 아버지가 교회와 사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함으로 자연히 가정과 자녀에 대해 등한할 지라도 그의 부인이 남편의 무관심을 불평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남편에 대한 존경심을 더 나타낼 때 자녀들은 결코 아버지의 인격과 그 사역에 대한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교계에서나 사회에서 깊은 존경을 받는 목회자라도 그가 전심으로 교회와 사회를 위해 전 시간을 바치고 있음에도, 그의 부인이 자녀들 앞에 불평할 때는 결과가 달라진다.

가정을 등한히 하고 자녀들의 학비조차 마련치 못하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에 대해 자주 불평을 나타내고, 자기를 독수공방으로 팽개쳐 둔 채 돌아다니는 그 불쾌감을 자주 노출할 때, 자녀들은 어머니의 불만의 안경으로 아버지를 보게 되고, 분명 그의 눈초리는 위선자를 볼 때 그것일 것이다. 부부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양전기와 음전기가 하나가 될 때 강한 에너지가 표출되듯이 부부가 사랑으로 하나가 될 때 가정도 자녀도 부모님도 교회까지 그 사랑의 샘으로부터 갈증을 풀고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부부는 가정의 핵이다. 목회자 부부는 또한 교회의 핵이다. 두 사람이 먼저 영적으로 하나가 되어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처럼 전심으로 주를 위해 헌신하라. 결코 십자가가 무겁다 하더라도 불만을 나타내지 말라. 그때 자녀들은 당신들의 저 뜨거운 자세 앞에 큰 감동을 받게 될 지언정 어떤 저항감을 지니지 않을 것이다. 목사며 심리학자인 로런스 글드는 ‘목회자가 자기 목회에 흥미와 보람을 느끼지 못할 때 그의 자녀들은 신앙을 잃기 쉬우나 목회자가 자기 사역에 진지하게 열심을 다하는 것을 보면 자녀들은 자기도 하고 싶은 충동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부 중 누구 하나라도 불만할 때 그 어두움은 자녀의 영에 깊이 배는 법이다. 주영진 전도사가 순교의 자리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주기철 목사와 그의 신실한 부인 오정모 집사의 주님에 대한 뜨거운 열정 탓임이 분명하다. 더 주님을 바라보라. 더 가까이 남편과 함께 주님께 나아가라. 더 주님을 위해 고난 받을 각오를 하라. 그 경건한 모습을 보면서 당신네 자녀들도 그 뒤를 따르게 되리라.

3. 한손에 사과를, 한손에 채찍을

루터의 유명한 격언인 ‘자녀 교육은 한 손에 사과를, 한 손에 채찍을 가지고 하라’는 말은 큰 동감을 느끼게 한다. 채찍은 자녀의 인격에 뼈를 갖추게 하고 사랑은 인격의 살을 만든다. 우리를 하나님이 공의와 사랑으로 대하시듯이 그렇게 자녀를 교육시키어야 한다. 자녀들을 채찍으로만 대할 때 뼈만 갖춘 융통성 없는 인간이 될 것이고, 그저 오냐 오냐 하면서 사랑의 온실에서만 키울 때 무골 인간이 되어 아무 쓸모가 없는 유약한 인간이 되고야 만다. 한 손에는 공의의 채찍을 들라. 성경에서도 그것을 강조하고 있다.

“초달을 못하는 자는 그 자식을 미워함이라”(잠13:24). “그를 채찍으로 때리면 그 영혼을 음부에서 구원하리라” (잠23:14). 채찍은 그에게 깊은 뼈대를 이루게 한다. 그런데 그 채찍은 분노와 울화에 의한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에 기준될 때 그의 영혼의 약이 되는 법이다. 채찍 들기를 꺼려하고 주의 교양과 훈계를 가르치지 아니할 때 엘리 제사장과 같은 불량아들을 자녀로 두게 되는 것이다. 이제 다른 한 손에는 사랑의 사과를 쥐고 있으라.

채찍의 엄격만 있을 때 자녀들은 눈가림만 하기 쉽고 외식에 흐르기 쉽다. 그러나 잘 할 때, 용기가 필요할 때, 따스한 한마디의 격려와 등을 툭툭 다독거리어 주는 인자한 손은 얼마나 깊은 감격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옛날의 아버지들은 빼앗긴 조국과 해방된 조국이나, 흔들리는 사회를 위해 가정을 잊고 살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얼마든지 자녀들과 피아노 앞에서 즐거운 합창을 할 수 있으며, 저녁 식탁에서 자녀들에게 따스한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깊은 산곡이나 바닷가에서 푸른 바다를 보며 미래를 설계해 줄 수 있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나서도 얼마든지 조국과 이웃을 위해, 교회를 위해 일할 시간들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사랑을 주라. 어린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자라는 나무이다. 사랑과 채찍을 겸하여 가지고 교육을 할 때 자녀는 공의와 진실의 줄기가 서게 되고 사랑의 잎과 꽃이 피어나며 마침내 사랑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게 되리니 그 때 수많은 사람들이 그 나무 밑에 몰려오리라. 자녀들에게 사랑을 주라. 산책하며 나누는 따뜻한 대화, 높은 산정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미래를 설계해 주는 부정(父’情)을 보여주라.

온 가족이 경건히 둘러앉아 가정 예배를 드릴 때 자녀들은 사무엘이 되고 리빙스턴이 되고 무디가 되어 가리라. 양광교회 전밀라 목사님은 고백하기를 ‘부모님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교회 출석으로부터 교회 모든 활동 분야에서 수 십 년간을 충실히 일 하셨다고 기억되며 매일 자녀들과 둘러 앉아 가정 예배드리는 것을 계속했고, 그때에 성경을 돌려가며 읽고 기도하던 일,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던 아버지의 세밀하심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손에 공의의 채찍을, 한 손에 격려의 사과를 들라.

4. 하나님 보좌 앞에 기도로 안고 갈 때

그러나 제 아무리 완벽한 교육과 본을 보였을지라도 사단이 우리 인간보다 능(能) 하다고 한다면 어떻게 그 사단의 간계의 손으로 부터 우리 자녀들을 참된 크리스천으로 보호하고 성장될 수 있는가? 오직 사단의 세력을 꺾으시고 지금도 여지없이 파쇄(破碎)하시고 계신 성령께 기도로 의탁할 수밖에 없다. 위대한 어머니들은 이런 기도의 힘을 가지고 자녀들을 늘 기도의 손으로 안고 하나님의 보좌 앞으로 데리고 갔던 여인들이었다.

존 웨슬레의 어머니가 그랬고, 스펄전, 무디의 어머니가 그랬다. 때로 어거스틴처럼 어머니의 기도의 손에서 도망치어 타락의 세계로 갔을지라도 어머니의 저 눈물의 기도의 손은 아들이 절망으로 헤매고 있는 고독의 숲에서, 혹은 홍등가(紅燈街)의 저 창기의 요염한 품에서 끌어냈고, 그들의 죄를 안고 하나님 보좌 앞으로 나가고는 했던 것이다. 타락한 아들로 인해 이제 목회를 그만 둘 위기에서 길선주 목사 부부는 아들의 회개를 간절히 기도하던 중 113일 되던 날이었다.

술에 취한 채 기생 품에 자던 아들이 갑자기 배가 아파 새벽에 업히어 왔고, 그것이 회개의 기회가 되어 마침내 그가 현재 크게 수고하시는 길진경 목사가 된 것이다. 우리도 날마다 기도의 손으로 우리의 자녀를 안고 하나님 보좌로 나아가자. 그들이 스스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를 즐길 때까지, 스스로 사단의 세력을 꺾고 날마다 성령 안에서 승리의 개가를 부를 수 있을 때까지 저들의 뒤에서 쉼 없이 기도의 손을 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