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브랜드’ 시대이다. 요즘은 입는 것, 먹는 것, 자는 곳 하나하나가 모두 '브랜드'가 되는 시대지? 무형의 가치는 그러나 엄청난 부를 만들어 낸다. 최근 볼리비아 정부가 코카 잎을 원료로 만든 탄산음료 '코카콜라(Coca Colla)'를 생산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게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청량음료 '코카콜라(Coca Cola)'에 'l'자 하나만 더 넣은 이름이다. COLA가 아닌 COLLA로 읽지 않는 이상, 이게 코카콜라 브랜드로 인식하기 쉽다.

유명상품의 브랜드를 허락 없이 쓰는 걸, 흔히 ‘짝퉁’이라고 하지? 코카콜라인 줄 알고 봤더니 카카콜라, 소니 제품인줄 알았더니 SONY의 O가 Q인 경우가 있다. 아디다스는 아비다스, 나이키는 하이키가 된다. 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국산 짝퉁도 다양해진다. 삼성이 아니라 삼멩, 애니콜이 아니라 애미콜이다. 라면도 많다. 생우동이 생어우동, 신라면의 신이 매울 신이 아니라 믿을 신, 진라면이 찐라면으로, 비빔면이 비벼면이 되기도 한다.

그나저나 볼리비아의 짝퉁 코카콜라에 대해 원조 코카콜라가 가만히 있을리 없다. 이미 1893년 상표명을 등록한 코카콜라, 명백한 상표법 위반이라며 반발한다. 하지만 욕은 코카콜라가 먹고 있는 형국이다. 코카콜라의 코카잎 원산지가 실은 볼리비아이다. 하지만 코카콜라가 부를 쌓는 사이에 정작 코카잎 생산 농민들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볼리비아에 반미정서가 적지 않다. 어쨌든 상표법은 유명 브랜드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소비자들의 오인을 막기 위해 독점을 허용한다. 따라서 볼리비아에 L자가 하나 더 들어간 코카콜라는 짝퉁이다. 브랜드 가치는 그만큼 중요하다.

오늘 한 경제신문을 보니까 화가들도 브랜드화 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30대 팝아티스트 권기수씨는 '동구리'라는 캐릭터를 사각형의 캔버스에 안착시켰다. 최소영씨는 '청바지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낡은 청바지 천을 자르거나 꿰매 부산의 부둣가와 서민 동네를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참신성을 인정받아 지난 6년간 홍콩 경매장에 출품된 작품 17점이 모두 팔렸다. 낙찰총액은 1400만 홍콩달러였다. 환산해보면 20억이 넘는다. 이렇게 특정 소재나 이미지를 활용한 작품만 꾸준히 제작 · 전시하면서 자신만의 고유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작가가 늘고 있다. '설악산'을 작품의 대표 브랜드로 활용하며 전시를 준비 중인 원로작가 김종학 씨나 '물방울' 작가 김창렬 씨, '보리밭' 이숙자 씨, '장미' 황염수 · 김재학 씨가 그 예이다.

브랜드의 개념은 문화예술계가 앞장 서 온 느낌을 갖게 된다. 이제 대중문화계에서 스타의 이름은 자연인의 이름만이 아니다. 하나의 상품이다. 배용준 씨는 모 여행사가 허락을 받지 않고 여행상품을 개발했고 이로 인해 배용준의 브랜드와 이미지가 손상됐다며 소속사를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병헌 씨는 자신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옛 여자 친구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이 여성의 일본 언론 인터뷰였다. 오랜 기간 브랜드를 구축해 놓은 일본에서의 명성이 깎였다는 것이다. 동방신기의 멤버 3인과 갈등을 빚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는 장기화 되고 있는 소송이 해외시장에서 어렵게 쌓아올린 그룹의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 내릴 염려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만 해도 대중예술인들의 브랜드는 전화 한 통이면 바꿀 수 있는 시대였다. 1976년 7월 국화순화운동의 일환으로 어니언스가 '양파들'로, 라나 에 로스포가 '개구리와 두꺼비'로, 바니걸스가 '토끼소녀'로 이름을 바꿨다. 아니 바꾸도록 강요받았다. 특히 블루 벨스가 '청종들'로, 피버스가 '열기들'로 바뀐 것은 어리둥절한 것이었다. 신인 그룹들은 새 이름을 지을 때 반드시 한글로 하도록 '권고' 받은 결과 논두렁 밭두렁, 물레방아같이 '토속적'인 이름이 등장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이런저런 논란 피하고 싶어서 이름 끝자를 따서 ‘누구와 누구’ 이렇게 정한 경우도 많다. 나온 김에 몇 개의 사례를 더 추가하면 런 웨이는 '활주로', 블랙 테트라는 '열대어', 로커스트는 '메뚜기'로 이름을 바꿔야 했다. 만약 그때도 ‘트윈폴리오’가 있었다면, ‘두 장의 악보’로 바뀔 뻔했다.

이런 식으로 오늘날 가요계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에게 적용하면 아주 우스울 것 같다. 2AM은 ‘오전 2시’, 당연히 2PM은 ‘오후 2시’, 원더걸스는 ‘놀라운 소녀들’, 티아라는 ‘왕관’, 애프터스쿨은 ‘방과 후’, 브라운아이드걸즈는 ‘갈색 눈의 소녀들’ 뭐 이러지 않을까 싶다. 그때 우리말 쓰기 운동은 고유명칭도 바꿨지? ‘골키퍼’를 ‘문지기’ 바꿔 부르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뒤, 전두환 대통령이 집권할 당시, 한 방송이 “전두환 대통령은 육사 문지기 출신이었습니다”라고 한 일이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육사 생도 시절, 축구팀에서 골키퍼를 맡았다.

따지고 보면, 국가도 이젠 브랜드가 되는 세상이다. 명성만으로는 안 된다. 이제는 자신만 갖고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세계에 내놓을만한 브랜드는 뭐가 있을까? 미국의 정치분석가 데이비드 로스코프는 지난해 세계의 권력을 분석한 ‘슈퍼클래스’를 펴냈다. 세계 65억 인구 가운데 6000명이 이 그룹에 속한다고 하는데, 한국인은 슈퍼클래스에 몇 명쯤 포함될까. 로스코프는 80만 명의 열렬한 신도를 거느린 순복음교회가 일단 가능성 있다고 봤다.

인물도 브랜드인데, 세계 속에서 브랜드 가치가 있는 한국의 리더는 누가 있을까. 삼성경제연구소 등이 최근 세계 25개국 오피니언 리더 1만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인의 브랜드 가치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대중 전 대통령, 배우 배용준 씨 순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유명한 한국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7%가 ‘없다’고 대답했다는 점이다. 갑자기 이 시점에서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옛날 광고문구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