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는 고위공직자의 도덕적 해이가 그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어째서 공직자들이 도덕적으로 해이해졌는지는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 원인을 안전 불감증이나 공직부패와 같은 무책임한 말로 돌려버린다. 공직자들의 무사안일주의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데도 말이다.

수질오염 문제를 예로 들어 보자. 업자들이 불법으로 폐수를 방류하는 것이 환경단체나 시민들의 눈에는 잘 띄지만, 공무원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수질오염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하천 오염원을 통제했어야 할 똑똑한 공무원들이 하는 말은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다거나 예산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는 매우 멍청한 핑계뿐이다. 공무원들의 그러한 대답을 들을 때마다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지만 공무원들이 본래 그런 사람들인 줄 알고 곧바로 체념해 버린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직무(職務, job)’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직무를 사람이 하는 ‘일(work)’이라는 의미 정도로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직무에는 일 이상의 것이었다. 직무는 원래 그 직무를 통해 달성해야 할 ‘성과책임 (accountabi1ity)’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성과책임이 직무의 존재이유를 밝혀주는 역할을 한다. 성과책임을 수질 문제로 풀어 보자. 수질담당 직무에 성과책임을 분명히 해주면 위의 핑계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말이라는 사실을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직무에는 ‘수질을 유지·향상시킨다’는 성과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과책임을 명확히 규정해 놓으면 오염원 감시를 하루에 한 번 하던 열 번을 하 든 구체적인 업무활동에 상관할 필요 없이 수질상태만 제어하면 될 것이다. 따라서 성과책임을 완수하기 위한 구체적인 업무활동은 자율 에 맡겨도 되며, 수질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 그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말하자면, 수질오염도에 따라 담당공무원에게 보상하거나 벌을 가하는 성과관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므로 성과책임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의 귀속문제가 아주 분명할 뿐 아니라 담당공무원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부여한다. 성과책임이란 얼핏 보면 별 것 아닌 것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조직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게 하는 매우 강력한 제어수단이다. 뿐 만 아니라 담당공무원에게 직무수행의 자율성을 제공함으로써 직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직무에 고유한 성과책임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한 관료조직의 도덕적 해이와 무사안일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따라서 성과책임의 달성 여부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속히 갖추어야 하며, 행정개혁은 이러한 ‘성과주의 인사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 경영학 박사, 서강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