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방문하는 일본

▲ 내가 언제나 가지고 있는 생각은 ‘일본이 발전의 요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세계에서 GNP가 세 번째로 높은 나라가 되었을까?’하는 점이었다. ⓒ http://www.oberste-kleinbeck.com

일본을 처음 방문한 것은 1989년이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에 교포학교 교사로 있는 동생의 초청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어쩌다 보니 50의 나이에 가까움에도 그 흔한 제주도 여행도 가보지 못하다가 처음 비행기를 타고나서는 해외 나들이 탓인지 흥분이 적지 않았었다. 다시 14년 만에 총회 출판사 주관으로 이사들 15명(목사 7명, 장로 8명)과 함께 6월 19일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게 되었다.

원래는 일본 남쪽 지역인 후쿠오카와 구마모토이었는데 태풍관계로 인천공항에서 6시간 지연 후에 오사카와 교토로 변경되었다. 아시아나항공편으로 일본에 도착할 때쯤 되어서 태풍의 여운 탓인지 심한 바람으로 기체(機體)가 자주 흔들렸고 오사카 공항 상공 위에도 검은 구름이 가득 덮고 있었다. 일본에 도착하면서 첫 인상은 14년 전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내가 언제나 가지고 있는 생각은 ‘일본이 발전의 요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세계에서 GNP가 세 번째로 높은 나라가 되었을까?’하는 점이었다. 그러므로 이번 여행을 통해서 다시금 눈여겨보아야겠다는 나름대로 다짐을 하면서 공항을 빠져나갔다. 다행히 한국에서 따라간 여자 가이드가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박식한 것이 다행이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차창으로 차량의 물결이 넘치고 있는 거리와 규모 있게 지은 건물들을 바라보면서 머리는 일본과 한국을 끝없이 비교하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비교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본 일본과 한국에 대한 비교 느낌을 다음과 같이 대강 정리해 보았다.

첫째, 한국의 모든 것은 급속적인 경제발전에 따라 가집 지붕을 재빨리 철거하고 슬레이트를 입힌 후, 울긋불긋 페인트칠을 하던 과정을 지나 이제는 연립주택과 아파트군(群)으로 발전하고 있음으로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통 날림으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는 반면, 일본의 주택, 거리, 골목길, 상하수도 시설은 화려해 보이지 않았으나 안정감이 가득 차 있었다.

거리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하천들조차도 한국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맑음 그대로였다. 모든 것은 화려한 외양은 없었으나 짜임새가 있었고 윤기가 흐르는 알부자의 느낌이 있었다.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알려면 도시의 골목을 다녀보면 대략 알 수가 있다. 일본의 뒷골목은 청결했고 쓰레기봉지들이 질서를 지키고 있었고 각 집들마다 담을 헐고 주차장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서 무질서한 주차가 보이지 않았다.

둘째, 일본이 주는 처음 느낌은 친절이다. 몇 번씩 물어도 친절히 대답해 주는 것을 택시기사, 거리의 상인, 주유소나 음식점의 종업원을 통해서 강렬하게 느끼게 한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무뚝뚝하고 굳어진 한국인들의 얼굴이 자꾸 클로즈업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셋째, 일본인의 근면은 대단한 것 같았다. 대도시의 한낮 거리는 한산했다. 전부 일하기 때문이란다. 첫 번째 방문 때에 동경 긴자(銀座)에서 노인들이 구두 닦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었다. 일본 노인들은 대부분 허리가 휘고 꾸부정했는데 그 이유는 먹는 것을 적게 먹고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검소한 삶이 몸에 밴 것 같다. 워낙 물가가 비싼 탓인지, 거리에서 보면 대부분의 차량이 소형차이고 집 구조도 소형이다. 또한 음식점에서 주는 음식이나 반찬도 너무 적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나 빈둥거리는 자가 많다는 것과 허세 때문에 거리는 대형차로 넘치고 있고, 주택도 너무 호화판이요, 음식점에서 버리는 쓰레기가 연간 8조원이 된다니 깊은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넷째, 일본의 오늘의 발전은 직업정신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일보> 동경 특파원이었던 송효빈 기자는 「이것이 일본이다」라는 그의 저서에서 “나는 일본자본주의를 꽃피운 원동력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땀 흘려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가따기 정신’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막스 베버는「기독교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책에서 서양 자본주의의 원동력이 기독교의 소명감(Calling)에서 연유된 것이라면, 일본의 ‘가따기 정신’은 칼이 지배하는 봉건사회에서의 체념에서 온 생활의 지혜라고 보고 싶다”고 피력했다.

그러한 정신이 일본인 특유의 가업(家業)을 대로 잇는 전통을 심어주므로 지금도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이 뱃사공을 3대를 이어 물려받거나 생선초밥집 또는 대장간, 연 만들기 등을 대를 잇는 것으로 긍지를 삼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교윤리를 잘못 받아들인 양반이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도 땀 흘려 일하기를 싫어하는 나쁜 전통을 남긴 것과 대조를 이룬다 했다. 한국에서는 가정부나 파출부를 두는 가정이 많으나 일본은 일류 탤런트나 가수의 손을 보면 거칠고 손마디가 남자처럼 굵은 경우를 보는데 이는 그들의 근로정신에서 우러나오는 생활 탓이라는 점은 큰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다섯째, 일본의 유적들을 보면 그 민족의 성격을 잘 엿볼 수가 있다. 불교의 절이나 전통적인 문화유적을 보면 건물은 웅장하나 우리나라처럼 많은 복잡한 구조나 그림, 현란한 단청(丹靑)이 없이 담백한 맛이 있다. 일본 국기처럼 간단명료한 느낌을 준다. 다시 말 하면 일본은 중국이나 우리나라로부터 전래된 문화를 오랜 세월동안 소화시켜서 자기들 성격대로 담백한 문화로 변모시켰다. 그러한 정신 하에서 서구의 거대한 문화나 제품들도 아주 간략하고 편리하도록 만드는 기술을 익힌 것 같다.

이어령 교수가 지적한 소위 「축소 지향적 문화」를 창출해냄으로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의 소형화, 실용화시키는 단순화 작업으로 세계 경제대국을 이룩했다고 볼 수 있다. 전해종 교수는 「일본․일본인․일본문화」라는 글에서 “일본의 문화는 헤로디안적 달빛문화라고 하면서 달빛이 햇빛을 모방하고 단순화하듯이 일본문화의 특징은 단순화, 표면화에 있다"고 했다. 또한 그들의 문화유적을 보면 집단주의 성격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주택구조가 우리나라는 ㄷ자형이나 ㅁ자형으로 건축되고 가운데 공간을 남기는 여운의 멋이 있는 반면, 일본은 가운데 중심으로 집약적으로 짓고 있다. 즉 일본인의 성격은 집단을 우선으로 내세운 조화의 정신에 있고, 남과 어울리는 화(和)에 둔다는 지적이 옳은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개인적으로는 우수하나 집단주의에 약한 것이 주택구조에서 기인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국이 일본 앞지를 수도

일본을 다녀오면서 많은 좋은 점을 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이 일본을 앞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 가닥 기대가 심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일본의 문제점은 오히려 안정에 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서 모든 면에 안정되고 탄탄한 느낌을 받게 한다. 복지혜택도 뛰어나서 노인과 어린이 복지, 의료복지가 잘 되어 있고 심지어 실업자에게도 실업수당을 주고 있고 도시보다 농촌이 잘 산다고 할 정도 로 농업정책도 우수했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일본의 문제처럼 보였다. 모든 것이 안정되니까 사람들이 안일과 안정에 빠져있고 활기가 없었다. 근면 검소하던 부모세대와는 달리 그들의 후세들은 부모의 재산을 향락으로 빠뜨리고 있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에 비해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거칠고 상품의 질 면에서 날림 냄새가 난다. 그러나 활기가 있다. 뻗치는 힘이 있는 상승세를 일본을 떠나 한국에 와서 거리를 달리며 아주 강하게 느낀다. 모든 사람들은 친절한 표정을 하고 있으나 밝음이 없는 가식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젊은이들을 보아도 일본의 고등학생에 비해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더 장대같이 커 가는 것을 본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기술이나 경제나 제도는 아직도 멀었으나 그 뻗치는 힘과, 무모하게 대시하는 돌진력으로 좇아오는데 있다.

둘째, 일본의 큰 문제는 물가고이다. 모든 도시, 모든 교통시설, 모든 제도는 그들의 전자제품처럼 완벽하게 보이고 관광시설도 가히 세계적이다. 그러나 물가는 너무나 비싸다. 우리나라의 물가에 거의 10배나 된다. 가는 음식점마다 우리 일행들은 한국 돈으로 환산하기에 바빴다. 보통 음식이 몇 천 엔이라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만원이 쉽게 넘는 가격이 된다. 무엇을 사더라도 가격표 앞에 당황하게 된다. 우리나라 돈으로는 200만원의 생활비로도 살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일본은 세계시장에서 경쟁에 점점 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러시아, 중국, 동남아시아의 저렴한 제품들이 일본의 비싼 가격 틈새를 마구 흘러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제품이 일본보다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다.

셋째, 일본의 큰 문제점은 아부 근성이다. 자기보다 강한 자에게 아부하고 약자에게는 경시여기는 근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미국과 서구 쪽에 간을 빼줄 것처럼 아부의 미소로 돈을 엄청나게 벌었으나 이제 새로운 북방시대에서 러시아, 중국, 동구권, 동남아시아는 교만한 일본보다는 한국을 택할 것이라는 학자들의 견해는 타당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국민들이 더 정신을 차리고 남북이 적극 협력한다면 머지않은 날에 일본을 앞지를 수 있지 않을까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해 보았다.

/ 본보 발행인, 홍익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