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기독교 명절로 지킵시다.

설날은 추석(중추절)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키는 최대의 명절입니다. 복잡한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들이 어릴 적 추억이 서려있는 고향을 찾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 친척 친지들을 만나는 설렘으로 귀향길은 북새통을 이루고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했다는 뉴스입니다. 그래도 찾아갈 고향이 있고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이고 기쁨인지 모릅니다.

명절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나 다 있습니다. 민족적 특성이나 자연환경에 따라 특유의 명절이 있습니다. 동양은 민속적이거나 유교적인 절기가 주를 이루는 반면 유럽이나 미대륙은 대체로 기독교적인 절기의 명절이 있습니다. ‘설’은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을 말하지만 오늘 우리가 지키는 명절로서의 설날은 새해 첫날이라는 의미보다는 음력을 사용하던 과거의 풍속을 따라 우리나라와 중국이 큰 명절로 지키는 가족 축제의 날이라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설은 가족이 함께 모이는 가족 축제의 날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설날을 우리 기독교와 무관한 명절이고 불신자들이 조상에게 제사하는 날로 잘못 인식하고 있고 우리 기독교인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이교도들의 축제인양 생각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설날이 즐거운 가족 축제의 날이기보다는 우상숭배를 강요당하는 부담스러운 날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설날이나 추석날이 되면 이웃이나 일가친척들이 하루 종일 이집 저집 다니면서 제사를 지내는 통에 세배는 해야 되고 제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으로 아주 난처한 명절이기도 했었습니다.

“예수쟁이들은 제사도 안 지내는 불효자식들이다”라는 것이 불신자들이 보는 우리 기독교인들에 대한 이해였고, 우리 기독교인들 역시 무슨 일이 있어도 제사는 안 지낸다는 신앙적 신념 때문에 유교문화권에 속한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 명절로부터 소외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설날을 제사하는 날로 인식하는데서 오는 문화적 이해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어느 민족이나 명절은 처음 종교적인 제의(祭儀)에서 유래했습니다. 따라서 새해를 시작 하는 날 복을 빌고 악귀(惡鬼)를 쫓아내는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행사들이 있었습니다.

또 놀이 문화가 발전되지 못한 과거에는 제의적 의미를 가진 전통이나 행사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문화적 환경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설날이나 추석에 조상 제사를 지내는 것을 중요 가정행사로 생각했었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설날에는 조상들께 복을 빌고 첫 곡식을 추수한 추석에는 조상들에게 감사하는 것이 전통적 축제의 기본틀이 된 것입니다. 이는 사실 조상에 대한 감사보다는 기복적(祈福的) 제의(祭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 새해를 맞이한 지 한 달이 훨씬 지나서 맞는 설날이므로 새해가 시작되는 날은 아니고 따라서 조상에게 복을 비는 의미보다는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이고 그리던 고향을 찾는 가족 친교의 명절입니다. 지독한 교통전쟁을 치르면서도 고향엘 가는 이유는 새해를 맞아 조상들에게 복을 빌기 위함이 아니라 잠시라도 복잡한 도시를 떠나 고향을 찾아서 보고 싶은 가족과 친척들과 함께 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물론 불신가정에서는 아직도 가족행사로서 조상제사를 지내기도 하지만 이는 제사가 목적이 아니라 함께 모이기 위한 구심점일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 기독교인들은 이 날을 부담스러운 날로 스스로 소외되지 말고 설날을 가족 축제의 날로 만들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가정문화를 기독교문화로 변화시키는 주도적 역할을 하는 날로 만들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친척들을 만나 가족사랑을 실천하고 고향교회와 어른들을 찾아인사를 드리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우리들의 축제의 의미를 부여하고 즐거운 우리 명절로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의미도 모르고 조상을 마치 신처럼 섬기는 제사보다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창조주 하나님께 감사하고, 조상들을 생각하고, 가족 사랑을 나누는 명절로 지키면 좋습니다. 제사보다 더 큰 부모섬김의 효를 실천하고 제사보다 더 즐거운 기독교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의미도 모르고 형식적 효에 그치는 제사보다는 진정한 부모섬김과 가족사랑, 그리고 이웃에 대한 관심을 보임으로 설날을 유교문화의 명절이 아니라 기독교 명절로 변화시켜 설날에도 하나님이 우리의 주인 되시는 축복의 명절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