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이런 내용이었다. “기상청 예보관들이 개고기를 먹는 시기는 따로 정해져 있다. 매년 10월 16일부터 한 달 보름 동안과 3월 16일부터 두 달간이다. 그 외 기간 예보관들에게는 개고기가 철저하게 금기시된다. '그 외 기간'이란 바로 방재기간을 말한다. 폭설 폭우에 대비하는 겨울과 여름철을 말한다.

그런데 왜 개고기를 금기시할까. '방재기간 개고기를 먹으면 폭설이나 폭우가 쏟아진다'는 징크스 때문이다. 이야기는 1998년 어느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상청장이 방재기간 고생하는 예보관들을 격려하기 위해 근처 유명 개고기집에서 '개고기 파티'를 열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부터 연일 장대비가 주룩주룩 쏟아져 200mm의 강우량을 보였다. 지난 달 서울에서 있은 100년만의 폭설, 이 폭설 전날, 예보관 한 명이 개고기를 먹은 것으로 드러났단다.

과학적인 관측 대신 징크스에 의존하는 기상청, 더 못미더워진다면 심한 말일까. 스포츠, 연예계 말고도, 징크스와는 별로 안 어울릴 것 같은 정치, 경제 분야에서도 이런 미신은 맹위를 떨친다. 증시가 특히 그런 게 심하다. 대표적인 주식시장 징크스는 이른바 블랙 프라이데이 신드롬이다. 우리 증시는 지난 달 22일 이후 5주 연속 금요일 쇼크에 시달리고 있다. 금요일 징크스는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운 돌발적인 대외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결과다. 주말 동안 미국이나 유럽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가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금요일 '팔자'심리에 불을 댕긴 셈이다.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줄어드는 방법 말고는 답이 안 보인다.

대통령 취임식날에도 주가폭락 징크스가 있지 않다.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 날, 종합주가지수는 2.56% 급락한 채 마감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에도 4.53% 폭락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식에도 24포인트나 빠졌다. 하지만 그 반면,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해에 주가는 급등하는 징크스가 또 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그랬다. ‘새로운 정권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경계심리가 발동했기에 그런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어땠을까? 정반대다. 취임식 때는 올랐는데, 취임 첫해는 큰 폭의 폭락세를 나타냈다.

미국 얘기 좀 해볼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징크스 중 하나가 다우존스 지수와 대선의 연관성이다. 7월 말의 지수보다 선거를 앞둔 10월 말의 지수가 높으면 집권당 후보가 승리하고, 정반대의 경우엔 야당 후보가 이긴다는 통계다. 7월에 비해 10월 성적이 저조했던 공화당 정부, 결국 민주당 오바마에게 2008년 겨울 정권을 넘겼지? 그러나 2000년 민주당 집권기 때 있었던 대선은 예외였다. 주식시장은 상승세였지만 집권당인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패했다.

부시 대통령 대에 깨진 기록은 이뿐이 아니다. 2004년 조지 부시와 존 케리의 대결에서도 징크스들은 운명의 결전을 벌였고, 명암이 갈렸다. 이 가운데서도 80년 전통(?)을 자랑하던 ‘레드스킨스 징크스’의 패배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징크스는 이렇다. 미식축구팀 레드스킨스가 대선 직전 마지막 홈경기를 지면 집권당이 패한다는 것이다. 이 징크스는 1936년 루스벨트 대통령 재선 이후 2000년까지 17차례 대선에서 모두 적중했다. 그러나 2004년 부시의 승리로 18연승에 실패했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징크스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합후보 필승론’이다. 3당 합당의 김영삼, DJP연합의 김대중, 후보단일화의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양자간 균열없이 치른 대선에서의 이명박. 지난 네 차례 대선 모두 다른 정치세력과 손잡은 후보가 이겼다. 이건 충청도에서 이겨야 대권을 쥔다는 ‘지역연합 필승론’으로도 연결된다. 1992년엔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 김종필과 손잡은 김영삼이, 1997년엔 역시 김종필과 손잡은 김대중이, 2002년에도 충청도에 행정수도 건설을 약속해 환심을 산 민주당이 집권했기 때문이다. 충청도 혼자선 안 되지만, 손잡으면 행운이 온다는 것.

징크스, 너무 맹신하는 것도 문제다. 마술사이자 심리학자인리처드 와이즈먼이 쓴 ‘괴짜심리학’은, 점성술, 오늘의 운세, 각종 징크스, 미신에 대한 광범위한 심리학 실험을 모은 책이다.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터부시하고 있는 숫자 4와 13에 대한 실험이 특히 재미있다. 13일의 금요일에 교통 흐름, 응급실의 환자 수를 살펴보니 교통 흐름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예민한 운전자들이 차를 몰고 나오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52%나 증가했다. ‘운 나쁜 날’이라는 고정관념 탓에 운전자들이 긴장해 사고율이 증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4를 죽음과 연관 짓는 중국과 일본의 경우, 매달 4일 심장병 사망률이 유독 높았다. 극도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치명적 심장발작을 낳은 것.

징크스가 징크스를 만들었다 이 얘기이다. 저자는 몰랐던 사실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면에 깔린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도 말한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사람들은 미신 등 비합리적인 것에 의존하게 된다. 1991년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 심리학자들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걸프전 당시 위협에 노출된 도시들에서는 각종 미신이 창궐했다. 징크스는 한번 확립되면 강박관념으로 강화되기 쉽고, 이를 깨면 심리적 불안에 빠져 쉽게 저항하기 힘들어진다. 오늘 김연아 선수의 날이다. 김연아 선수는 징크스가 없는 선수로 유명하지? 노력한 만큼 결과는 정직하게 답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각종 악재도 이겨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