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사랑과 기도로 3주간의 휴가를 잘 다녀왔습니다. 가자마자 다음날부터 폭설이 내려 한 주간은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 지냈습니다. 미국 동부의 103년 만의 적설량이라 하니 정말 대단했습니다. 가족들과 오랜만에 정을 나누고, 제가 해야 할 여러 가지 집안일들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휴가 중 성경을 한 권 읽고, 책을 10권 읽으리라 계획은 했지만 그 반 정도 밖에 이루지를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왔더니 만나자는 사람들도 있고, 들릴 곳도 여러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주일은 눈 때문에도 그렇고 우리 가정에서 2주간 예배를 드렸습니다. 감독이 있는 곳이 교회라는 옛 교부의 말을 떠올리면서요.. 그리곤 마지막 주일은 우리 교회 출신 목사님이신 이영성 목사님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함께 은혜를 나누었습니다. 귀한 시간을 허락해 주신 당회와 성도님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고, 평안하게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찬양을 드립니다.


미국에서 읽은 첫 번째 책은 33세의 짧은 인생을 살다간 청년의사 안수현의 글을 엮은 『그 청년 바보 의사』라는 책이었습니다. 마지막 남긴 두 장(chapter)을 읽을 땐 마치 내 친동생을 잃은 것 같은 아픔에 계속 눈물이 흘렀습니다. 청년 의사 안수현은 고대의대를 졸업하고 내과 전문의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2003년 군의관으로 입대하여 의술을 펼치다 2006년 1월 유행성출혈열에 감염되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안수현은 영락교회 청년부 교사였고, 예흔이라는 찬양팀의 리더였습니다. 그는 클래식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반과 관련 책을 선물하며 클래식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또한 CCM도 전문가 수준이었습니다. 바실 뮤직 음반 리뷰어를 하였고, 두란노몰 CCM 웹진 기고가며, 찬양과 경배(praise & worship)의 칼럼니스트였습니다. 이미 위성방송에서는 '안수현의 CCM여행'코너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자기의 것을 아끼지 않고 나누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늘 그의 검은 가방 속에는 남에게 선물할 찬양 테이프와 신앙서적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예배자였습니다. 의대 본과에 재학중이라면 얼마나 바쁜 시간입니까! 그런데도 그는 주일예배를 빠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그 무엇보다 가장 우선적이란 사실을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여느 의사와는 달랐습니다. 환자를 위해 스스로 성분헌혈을 하기도 하고, 병을 치료하기보단 환자를 치료한다는 낮은 마음을 갖고 살았습니다. 병실 환자들을 찾아가 찬양 테이프와 신앙서적을 선물하기도 하고, 보호자와 오랜 시간 대화를 하며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은 괴짜였습니다. 그 청년은 "약을 쓴다고 환자가 좋아지는게 아니라, 아프고 힘들다고 할 때 한 번 더 찾아가보고 한 번 더 어루만져주고 한 번 더 위로해 줄 때 확실히 환자의 회복이 빠르다"는 선배의 말을 마음 속 깊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줄곧 밤을 새야 하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환자를 자신의 가족처럼 돌보았습니다. 의약분업으로 모든 의사들이 파업할 때도 그는 대학병원에 남아서 환자를 돌보았습니다. 남보다 돋보이고 싶어서도 아니고, 칭찬받고 싶어서도 아닙니다. 생명과 위로를 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주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소명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책에는 그러한 많은 에피소드들로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그는 많은 찬양 테잎과 클래식 음반들, 서적들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신앙과 사회생활, 교회와 직장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교우들에게도 좋은 책이 될 것이라 여겨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이 책을 남에게만 해당한다 생각하고 열심히 저는 배달만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내게 배달되어 온 것이란 사실이 새삼 저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실제 이 책은 제가 한국을 출발하여 미국에 오기 하루 전 배달되었습니다. 석장로님께서 보내어 주신 책입니다.


제게 배달된 책은 제가 읽고, 제가 느끼고, 제가 깨닫고 결심해야 할 책이었습니다. 청년 안수현이 의사로서 환자를 그토록 마음으로 사랑하듯이, 나는 목사로서 성도들을 마음을 다해 사랑해야 합니다. 부르심(소명)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라는 질문보다, 먼저 부르신 자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것을 너무나 오래 잊고 있었습니다. 그저 목회를 요령있게 잘 해나가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하나님의 기준을 따라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선물입니다.

/약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