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다가온다. 우리 선수들의 멋진 골을 기대하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골을 넣은 뒤 벌이는 이른바 ‘세리모니’가 요즘 쟁점이다. 2002년 미국전에서 안정환이 보여준 오노 세리모니나, 이탈리아 전에서의 반지 세리모니, 이를 지켜보던 히딩크 감독의 어퍼컷 세리모니, 2006년 토고전에 이천수가 상의를 벗은 채 보여줬던 Y세리모니 같은 거야 문제될 게 뭐 있겠나? 문제는 기도 세리모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조계종이 며칠 전 축구협회와 대한체육회에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종교 행위 개선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기도 세리모니를 막아달라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기독교단체인 한국교회언론회는 "불교계에 전혀 해가 되지 않음에도 선수 개인의 신앙 표현을 막겠다는 것은 종교의 정도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자칫 종교와 종교 사이에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기독교인 선수들이 꽤 있지? 신앙심의 차이는 있겠지만 안정환 이천수 이운재 이영표 박주영 기성용 선수가 그렇다. 이들은 종종 그라운드에서 기도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특히 박주영의 기도 세리모니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돼 버렸다. 국내에서는 물론, 유럽 데뷔전 무대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줬던 것이다. 지금도 맹활약하고 있는 이영표 역시 골만 넣으면, 경기가 끝나면 항상 그라운드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2년 월드컵 때에는 최태욱, 송종국도 함께 무리지어 기도하는 모습도 선하다.

우선 찬성과 반대의 논리를 하나하나 들어보자. 얼마 전 <스포츠서울>이 찬반여론을 골고루 소개했는데, 이 기사를 주로 인용해보겠다. 우선 찬성 쪽 주장부터 들어보자. “‘종교 세리모니’를 반대하는 이들은 특정 종교에 대한 반감을 축구에 대입하려 한다”면서 “반감을 갖는 것이 자유인만큼 선수들의 표현에 대한 자유를 침해할 권리 역시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골 세리모니에 있어 팬들의 개인적인 취향까지 고려하는 것은 무리”라고 선수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했다. “축구만 잘하고 골만 잘 넣는다면 기도를 하건 불경을 외우건 상관없다”면서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지 골 세리모니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대쪽 주장의 경우도 만만치 않다. 자신을 개신교인이라고 밝힌 한 팬도 “득점의 공을 신에게 돌리기 이전에 팀 동료에게 먼저 돌리는 것이 옳다고 본다”면서 “신에 대한 감사는 나중에 조용히 혼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골 세리모니를 통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면 징계를 받는다. 선수의 종교적 세리모니가 이 부분과 동일시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표현의 자유 이전에 지켜야 할 선이 있다”며 “경기 전후의 종교적 표현에는 찬성하지만 경기 도중의 이 같은 행동은 자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팬은 “팀이 승리를 위해 한 곳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기도 세리모니는 팀 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수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이번 시즌 K-리그에서 11골을 기록하며 개성 넘치는 골 세리모니를 펼쳤던 대구FC의 공격수 장남석은 “‘종교 세리모니’를 펼치는 선수들의 의사 역시 존중한다. 하지만 골 세리모니는 또 하나의 팬 서비스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의 영역으로 치부하기엔 이미 세리모니 방식에서도 공인의 위치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내셔널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으며 이번 시즌 27경기에서 23골을 뽑아낸 울산현대미포조선 김영후는 “단순히 경기에서의 득점 여부가 아니라 내가 경기에 나서 골을 넣기까지 심리적으로 큰 도움을 준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행동”이라며 옹호했다. 선수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이 문제와 관련해 차범근 감독과 도올 김용옥 교수가 논쟁을 벌인 일도 있었지? 1997년이었다. 차범근 감독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독실한 기독교 신자. 경기를 앞두고나, 한국이 골을 넣었을 때 감사기도를 드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잡혔다. 문제는 차범근 감독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팀의 감독이라는 사실이었다. 도올은비판했다. “입만 열면 주님 은총…, 기도는 골방서 하라셨다”고 한 것이다. 그러자 차범근 감독은 ‘두렵고 숨 막히는 순간, 신앙인 기도 뭐가 나쁜가’라는 제목으로 “급할 때 엄마 찾는 어린아이의 심정으로 기도하는 마음을 이해해 달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도 세리모니의 주인공하면 이영무 전 국가대표 기술위원장이다. 지금은 목사가 된 이영무 전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경기 전에는 압박감과 초조함이 굉장히 심하기에 골을 넣거나 할 경우 선수들은 그 순간 너무 감격스러워서 저절로 기도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가고 있고, 종교 문제에 관한 의견 교환이 활발해지면서, 이젠 ‘기도 세리모니’도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