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집사님, 이만규 목사입니다. 집사님의 소식은 간간히 듣고 있고 가까이 뵙지 못하는 아쉬움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일에나 최선을 다하시는 B집사님의 신실한 인격을 신뢰합니다. 저는 금년 3월부터 8월까지 안식년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신양교회 목사로 부임한지 20년째인 금년에 처음으로 안식년을 얻어서 몇 가지 중요한 집필을 하고 또 미국 등 외국 교회와 연구센터 등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안식년이지만 단순한 쉼 보다는 내 삶과 사역을 위해 더 풍성해 지는 기간으로 사용할 생각입니다.

제가 드리려는 이 편지는 목사이기 때문에 하는 상투적인 권면이 아니라 B집사님에 대한 남다른 신뢰 때문에 그리고 B집사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말씀임을 믿어 주시기 바랍니다. K님을 용서하셔야 합니다. 죄를 지은 자는 철저히 회개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회개하고 돌아오는 사람을 용서해야할 책임도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는 용서가 권리가 아니라 의무입니다. 사람들은 회개할 책임은 잘 알면서 회개하고 돌아오는 자에 대한 용서의 책임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K님이 비록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진심으로 회개하고 새사람이 되어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면 이제 B집사님은 그를 용서해야 합니다. 이제 B집사님께서 용서할 책임이 있습니다.

먼저 파격적으로 용서의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예수님처럼 파격적인 용서로 받아주십시오. 그러면 용서받는 사람보다 용서하는 B집사님이 먼저 마음의 무거운 짐을 벗고 참된 평안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의 소행이 용서할 수 없을 만큼 크나 큰 범죄이긴 하지만 어쩌면 그도 역시 사탄의 계략에 희생된 피해자일 수 있고 그동안 그 범죄에 대한 댓가를 영적, 정신적 고통으로 충분히 치렀을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 죄의 사슬을 끊고 칼 같은 정의를 세워야 하지만 그러나 칼 같은 정의보다 강 같은 사랑의 넓이가 인생을 더 풍성하게 한다는 것을 압니다. 용서만이, 그것도 아무런 조건 없는 용서만이 모두가 함께 다시 세워지는 방법입니다.

물론 용서는 무슨 계약을 하듯이 그렇게 단번에 깨끗이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용서도 하나의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도 세월이 가면서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것입니다. 지금쯤은 아마 B집사님의 마음에서도 그 용서가 상당부분 진전되었으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차츰 용서하기 시작하면 어느 땐가 모든 용서가 이루어졌음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용서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용서가 되지 않아도 우선 용서를 시작해야 합니다. 상처를 싸매어 주시고 고처주실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그 분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오염되어 추하고 상하고 찢긴 상처들을 겸손히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용서입니다. 그래서 용서는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B집사님께서 그 일로 인하여 받은 상처와 실망 그 아픈 배신감을 저도 잘 이해하며 B집사님의 그 분노와 고통을 어느 정도 짐작합니다. 그러나 그의 잘못 때문에 B집사님의 인생이 낭비되어서는 안 되고 또 다른 가족들의 삶을 휘청거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악한 사람들에 의하여 억울한 일을 당하고, 때론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의하여 고통을 당할 때도 있습니다. 옳게 살려는 내 의지가 왜곡되어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나는 기막힌 현실에 부닥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기 때문에 우리 자신이 든든히 서야 합니다. 악한 사람과 잘못된 현실 때문에 자신이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든든히 세우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대장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도리어 자신을 든든히 세우는 디딤돌이 되고 억울함을 극복한 사람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자리까지 설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죄를 지은 자는 회개할 의무가 있고 회개하고 돌아와 온 사람은 용서하고 받아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 바로 그 용서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마음 아파하시는 B집사님께 이만규 목사가 드립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