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댓글이 아름답고 우아하다고 이야기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우선 악성 댓글이 큰 문제가 되는 이유부터 살펴보자. 결론은 이거다. 그 수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자료를 보면 명예훼손, 욕설이 원인이 된 사이버폭력 신고는 2004년부터 3년 동안 무려 14.9배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찰청에 접수된 명예훼손 그리고 성폭력 사이버범죄 발생·검거 건수도 같은 기간 3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요즘 인터넷 그 자체가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마당인데, 참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이러다보니 어떤 신문사 고문은 자신의 칼럼에 달린 댓글 게시판을 아예 없애버렸다. 논란의 중심에 선 기관이나 단체, 개인 같은 경우, 악플이 몰려올 것 같으면 아예 일찌감치 게시판이나 홈페이지를 폐쇄하는 일도 많다. 그러나 이런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그 비난 혼자 다 감수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자살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사람과 직접 대면하다가 언쟁이 붙거나 하면 그래도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니까’ 하겠지만, 댓글은 그게 아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무슨 이유로 이런 글을 올렸는지 하는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행여 익명으로 ‘너의 악행을 내가 다 안다’ 이런 글이라도 올라온다 치면 밥맛은 물론 밤잠까지 잊게 만든다. 사람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대응하자니 같은 수준이 되는 것 같아 챙피하고, 또 가만있자니 반박하고 싶어서 몸이 달아오른다. 그러다보면 사이버 명예훼손 신고를 어떤 절차로 하는 건지 검색하게 된다. 한마디로 인간이 싫어지게 된다.

가장 기분 나쁜 것은 나에 대한 인터넷 댓글 중에 비난만 올라올 경우 아닐까. 어쩌다 내가 글을 하나 올렸다. 그런데 여기에 딸린 댓글을 보면 하나같이 비난 일색이다. ‘무식하다’는 기본이고 조롱과 욕설도 있다. 이 댓글들만 보면 내 생각이 잘못된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기 전에 댓글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 글을 썼다. 그런데 나는 흡족하다. 그런데 상대편은 반발한다. 누가 댓글을 달까. 흡족한 사람은 거의 달지 않는다.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사람이 달려 붙는 것이다. 따라서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반대편일 것이다. 따라서 그 댓글이 모든 여론을 다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침묵하는 다수’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논쟁이 붙은 글에는 웬만해서는 지지 여론이 잘 나타나지 않게 된다. 악플, 너무 괘념치 말라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네티즌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공개한 ‘09년 정보의 문화적 이용실태 및 의식수준’ 결과를 보면 최근 1년간 한 번이라도 타인을 비방한 사람은 전체의 6.8%에 불과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5.3%가 전체 타인비방글의 74.8%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극히 일부의 네티즌이 인신공격성이나 악성댓글 문제의 진원지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소수가 뭐라 한다고 여기에 부화뇌동해서 갈피를 못 잡는다면 어른 답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온라인의 타인 비방자들은 10대가 55%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20대가 29.8%로 뒤를 이었다. 다시 정리해보면 10대가 절반인 5%가 75%의 댓글을 남긴다는 것이다.

악플의 작지만 강한 순기능도 봐야 한다. 악플을 단속한다고 고소고발과 처벌이 남발된다면, 그래서 우리 사회 소위 힘 있는 기관과 기업에 대한 건강한 비판마저 차단된다면 소통은 사라지고 고통만 남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나쁜 처방이 될 수 있다. 악플 문화를 스스로 고쳐나가도록 네티즌의 자율적인 노력을 북돋아야지 사법적인, 또 강제적인 공권력을 앞세우다보면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론 쓰디쓴 악플이 영양소가 될 수 있다. 말투가 격하더라도, 본문 내용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는 경우이다. 관심 있게 읽어봐 준 덕이 있지 않나.

악플에 대처하는 요령을 정리해본다. 첫째, 악플을 그대로 두라. 악플러도 좋건 나쁘건 내 글을 읽어준 고객이다. 상업광고가 아닌 것이라면 그 어떤 반응을 남기더라도 삭제하지 않는다. 둘째, 대꾸하지 않는다. 대꾸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운영자의 권위와 품격이 저절로 선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평등 세상이다. 권력자가 남겨도, 어린이가 남겨도 똑같은 한 줄이다. 이런 정서 속에 힘자랑한다면 그러니까 완력을 앞세워 입을 틀어막으면 스스로 사이버세상에서 따돌림 당할 수 있다. 부당한 악플에 대해 관용하라는 말이 아니다. 극복하라는 뜻이다. 악플러에게 당당해야 악플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