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에 있어서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죄의 고백과 용서의 확신입니다. 구약시대로부터 생긴 제사제도는 인간의 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었습니다. 제사제도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죄인들을 대신하여 짐승을 제물로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죄 없는 짐승이 주인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피 흘려 죽을 때 제주(祭主) 자신의 죗값을 지불한다는 아픔으로 그 죽음에 동참하여 하나님으로부터 사죄의 은총을 입는 것입니다. 모든 제사의 핵심은 죄의 고백에 따르는 사죄의 은총을 입는 것입니다.

신약시대에 와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상에서 억조창생의 모든 죄를 용서하신다는 선포와 함께 영원한 생명을 허락하시고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구원의 은총을 베풀어 주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약시대의 예배가 구약의 제사제도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피 흘리는 제물을 드려서 제사하는 성전제사가 없어졌고,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다시 살아나심을 재연하는 예배 프로그램을 따라서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리고, 성만찬을 시행함으로 살아있는 제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모든 예배에 있어서 첫째로 중요한 장면에 들어설 때에는 죄의 고백과 죄의 용서선언과 사죄에 대한 확신이 선행되어야만 하나님이 받으시는 예배가 되고, 하나님과의 소통이 시작되어 예배의 중심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매주일 예배를 통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여 용서받는 것입니다. 우리 개신교회가 예배 중에 죄의 고백순서를 가지는 것은 가톨릭시대의 고해성사(私告白)를 대신하여 공중예배 중에 회중 앞에서 공적으로 죄를 고백하도록 개선한 것입니다.

종교개혁자 요한 칼빈은 고해성사(私告白)를 거부하고 그것을 공적으로 예배의 한 순서로 도입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신도들이 사제들 앞에서 귀에 들리도록 모든 죄를 낱낱이 고백해야 하고, 사제로부터 죄 사함의 선언이 있어야 죄 사함을 받는다는 사고백제도는 필요 없다는 성서적인 확신 때문이었습니다(시 32:5, 마 6:12, 약 5:16, 히 10:19-20). 회개는 죄인이 복음의 말씀과 성령을 참된 신앙으로 말미암아 받아들임으로 새 각성되어 올바른 마음을 회복하는 것인데, 이때에 죄인은 하나님의 말씀에 의하여 고발됨으로 그의 내적 부패와 모든 죄를 즉시 인정하고 자신의 죄를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슬퍼하며 애통해할 뿐 아니라 부끄러운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솔직히 고백하고 분노와 함께 죄악을 혐오하고 이제는 자신의 삶을 철저히 고쳐 살면서 나머지 생애를 통하여 순결함과 덕을 부단하게 추구하는 것입니다.

참회개는 하나님과 모든 선(善)으로의 거짓 없는 방향전환이고 악마와 모든 악으로부터의 진지한 돌아섬입니다. 회개는 우리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의 순전한 선물입니다. 회개는 죄를 애통하는 것이요, 하나님께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입니다(눅 15:18, 18:13, 요일 1:9-10). 회중대표로 기도드리는 기도자는 하나님의 얼굴을 대면하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진솔하게 고백해야하며, 하나님께서 자비와 긍휼로 반드시 들으시고 용서하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대화하는 것처럼 고백합니다. 또한 개인들의 죄의 용서를 비는 기도와 공동의 죄(국가적으로, 국제적으로 인류가 저지르는 죄, 어떤 집단의 죄, 사회 악, 창조세계의 파괴 등)를 대표로 고백하는 기도입니다.

종교개혁자들이 공중예배 중에 고백기도순서를 도입하여 사고백제도의 정신을 살려나오던 것을 청교도들이 공중기도 속에 포함시켜서 미국을 비롯한 청교도들의 예배순서가 단순해졌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예전적 예배전통을 회복시켜나가면서 ‘죄의 고백’에 대한 비중을 높이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구약시대와 초기교회 예배전통 중에서나 가톨릭시대와 종교개혁시대 이후 지금까지 죄의 고백순서는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교회의 예배에서도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죄의 고백과 죄 사함의 선포가 없는 예배는 참예배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덕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