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남긴 유명한 관용 문장이 있다. “네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오늘은 불륜 이야기이다. 아침부터 부담스러운 아이템일 수 있지만, 워낙 광범하게 퍼지는 새로운 현상이라 꼭 짚어봐야 할 것 같아 이 시간 소개한다.

불륜이야, 아마 역사가 시작된 이래 계속돼왔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 새로운 현상이 발생했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어제 한 신문에 실린 예이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40살의 한 여성, 2007년 초 인터넷 사진 동아리에서 49살 남성 회사원과 만나 불륜에 빠졌다. 두 사람의 은밀한 만남, 남편에게 그 꼬리가 밟혔다. 둘이 지방으로 여행을 다녀오다가 말이다. 늦은 밤 잠든 아내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오자 이상하게 여긴 남편, 휴대전화를 열어봤고 두 사람의 여행 사진을 발견했다.

남편의 추궁에 이 여성은 “인터넷 모임에서 탈퇴하고, 애들 뒷바라지에 전념하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그러나 그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성은 가출했고, 결국 두 사람은 이혼한다. 남편은 이대로 끝낼 수 없었다. 이 문제 때문에 탈모까지 얻었거든. 그래서 소송으로 가기로 했다.

소송이라, 그렇다면 간통죄로 걸었다는 것일까. 그런데 간통죄에서 ‘간’이라는 말은 ‘부부가 아닌 남녀가 성 관계를 맺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아내가 그 남성과 성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여행 때 찍은 일상적 휴대전화 사진 그걸로 간통의 증거를 삼을 수 있겠나.

그러나 카드가 없지 않았다. 손해배상 청구라는 카드가 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아내의 남자인 49살 회사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 1월 서울가정법원은 10여 년간 지속되던 혼인관계를 파탄 낸 점이 인정된다며 회사원은 5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불륜 상대방에 대해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를 달라는 청구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서울가정법원에서 외도 관련 손해배상 판결은 2007년엔 5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8년 9건, 지난해에는 30건으로 늘었다. 올 들어 3개월 사이에 7건이 선고됐다. 이 소식을 전한 신문은 “간통죄가 무력해짐으로써 빚어진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제작년 10월에 헌법재판소에서 가까스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위헌 의견이 5명으로 합헌 의견보다 1명 더 많았다. 그러나 위헌 결정이 내려질 정족수에는 미달했다. 지난해 간통죄로 재판을 받은 사람 중에 실형이 선고된 사람은 2.93%에 그쳤다.

증거 능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아는 어떤 분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았다. 아내와 이혼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작전을 짰다. 아내에게는 일체 내색을 안 했다. 그리고 심부름센터를 고용했다. 간통죄로 몰아 이혼했을 때, 아내에게서 위자료를 몇 대 몇으로 나누자고. (아내가 돈이 많았다.) 심부름센터는 아내의 뒤를 캤다. 무방비 상태의 아내는 갖가지 증거를 남겼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은 아내의 휴대전화에 날아온 메시지를 문제 삼는다. ‘어제 너무 행복했다’는 문구, 이건 간통이 틀림없다며 말이다. 뭘 모르는 아내는 잡아뗐다. 하지만 남편은 바로 고소했다. 아내는 경찰서에 나가서 “절대 간통 아니다”라고 우겼다. 법정에까지 갔다. 남편은 그 때 모든 증거를 다 내놓았다. 아내는 결국 참패하고 말았다. 어떤가. 수많은 비용 소모와 은폐, 위장, 연기가 수반되지 않으면 간통 재판 쉽지 않다.

반면에 육체적 관계가 없는 ‘플라토닉 러브’라고 주장하더라도 손해배상 소송은 가능하다. 성관계를 가졌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때도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연인 간에 할 법한 행동을 하거나 ▶함께 여행을 가거나 ▶외박을 했다는 정황 증거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자, 그 정황 증거도 몇가지 이야기거리를 남긴다. 최근 불륜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서 많이 활용되는 증거는 미니홈피다. ▶'내 반쪽' '사랑해'와 같은 일촌명 ▶여행지에서 함께 촬영한 사진 ▶커플 다이어리 사용 기록 등이 그것이다.

내가 아는 또 다른 사례를 보면 이렇다. 어떤 젊은 유부녀가 남편과 아는 관계로 알려진 어떤 여성 미니홈피를 갔다가 경악했다. 남편은 단 한 커트도 나오지 않았지만 불륜을 직감한 것이다. 무슨 얘기냐. 자신이 갔던 신혼여행지, 이곳에서 남편이 자신의 독사진을 찍어줬다. 여러 커트를. 그런데 이 여성도 똑같은 자리에서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은 것이다. 남편에게 추궁했다. 남편은 “응,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이 여자도 사랑해”라고 답했다. 결국 결혼은 깨졌다.

하지만 서울가정법원 이선미 판사는 어제 관련 기사를 전했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배우자를 가정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재판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돼 결국 이혼하게 된다” “가정을 지키길 원한다면 소송에 앞서 대화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면, 배상을 받아내야 한다면 모르겠지만, 가정을 지킬 뜻이라면 다른 해결 방법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