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침체 여파로 개인 파산신청이 늘고 있다고 한다. 또 이혼소송도 늘고 있다. 게다가 어머니가 다른 자녀들이 아버지 유산을 놓고 싸우는 경우도 흔해졌다. 왜 이럴까. 삶이 갈수록 팍팍해져서일까. 그런데 다른 시각이 있다. ‘변호사가 많아져서 그렇다’는 진단이다. 변호사 과잉 공급으로 경쟁이 치열해지자 소송을 부추겨 법정까지 오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변호사 수가 미국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변호사 수는 17.4명으로, 미국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다시 풀어보자면 미국은 변호사 수가 100만 명을 넘는다. 인구 280명당 1명꼴이란다. 일본은 7000명당 1명. 한국의 9300명당 1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가히 ‘변호사 천국’이랄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소송 건수도 어마어마하다. 1990년대 초반 한 해의 소송건수가 무려 2억 건에 달한 적이 있었다. 미국 사람 1인당 1년에 한 건씩 소송을 제기한 셈이다.

그래서 이런 유머도 있다. 원고 측 변호사가 거만한 태도로 증인을 심문했다. "직업이 뭐랬죠." "날품팔이입니다." "요즘 세상에서 날품팔이의 사회적 지위는 어디쯤일까요?" "별로지만, 아버지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아버지는 뭘 하셨는데요." "변호사요." 서양 유머엔 이처럼 변호사를 희화화한 것이 수두룩하다. ‘라이어 라이어’라는 영화도 있다. 아빠의 거짓말을 막아달라는 아들의 기도 때문에 뭐든 사실대로 말하게 된 변호사가 좌충우돌 곤욕을 치르는 코미디 영화이다.

최근 국선 전담변호사 모집에선 현직변호사뿐 아니라 사법연수원 수료생들이 대거 몰려 사상최대인 1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왜 그러겠나. 자영업 형태의 변호사로 나섰다는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은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우려할 시점은 바짝 다가선 듯하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는 “2012년이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1000명과 로스쿨 졸업생 2000명이 쏟아져 나오고, 이 중 최소 2000명 이상이 변호사가 된다”며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 동안 무려 1만2000명이 넘는 법조인이 양산돼 변호사 과잉공급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시대를 대응하기 위해 전문 변호사가 뜬다는 보도가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전문 변호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회원 1인당 2개까지 전문분야를 등록하도록 한 결과 139명이 221개 영역을 신청했다고 한다. 변호사들이 선택한 분야는 조세법이 31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건설법, 부동산관련법, 특허법, 행정법, 도산법의 순이었다.

이걸 통해 우리 사회의 돈의 흐름도 파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1위인 조세, 세금 문제지? 기업들의 난제이다. 어떻게 하면 세금 부담을 최소화할까 고민하는 기업의 수요가 많다고 보는 것이다.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인권 변호사를 하기 전에 부산에서 조세 전문 변호사로 정평이 나 있었다고 한다. 공사판에서 주판알 굴리며 경리 보던 이력 때문인지 돈 흐름과 계산에는 달인으로 통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부산에서 돈을 갈고리로 모았다는 후문도 있었다.

조세 말고 건설, 부동산도 인기이다. 그 다음이 건설법과 부동산 관련법 아닌가? 이건 재개발과 재건축 소송이나 자문 쪽의 수요를 노리는 것이다. 이런 통계를 보며 느끼는 건데. 변호사 사회가 꽤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획사와 연예인 간 분쟁을 주로 다루는 엔터테인먼트 관련법은 아주 저조했기 때문이다.

잘만 하면 대박이겠지만, 수요가 적어서 그런 것 아니겠나. 그런 것도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이 분야야말로 블루오션에 해당할 것으로 본다. 연예인 소송뿐인가. 저작권, 개인정보 분야도 요즘 변호사들이 눈독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변호사협회가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한다는 것일까. 신청한 회원 변호사가 있으면, 이 사람들에게 인증을 박는 거다. ‘조세 전문 변호사’ 이렇게 말이다. 그러면 폼 나겠지? 변호사의 몸값도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특정 영역을 전문 분야로 등록하면 다른 사건 수임에 지장을 줄 수 있어 호응이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변협은 갈수록 전문화를 택하는 변호사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글을 정리한다. 전문 인력의 공급과잉, 비단 변호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인회계사도 "연간 천 명 배출 시대"가 열렸고, 1980년대 중반부터 여기저기 설립된 의과대학에서는 매년 2500명의 의사를 쏟아내고 있다. 한정된 파이를 나눠 먹으려다 보니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이제는 송곳 꽂을 자리도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3대 꽃이라고 하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의사들의 수난은 시사 하는 바가 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