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수도원에 훌륭한 원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대 그 원장이 연로하여 이제 그의 후계자를 뽑기로 했다고 합니다. 많은 수도사들이 모두가 자기가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 하고 자신을 뽑아주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은 안 해도 서로들 눈치를 보며 서로를 경계하고 서로를 경쟁상대로 생각하여 분위기가 아주 살벌해졌습니다. 그래서 원장은 할 수 없이 그들 중에 가장 훌륭한 수도사를 원장으로 뽑기 위하여 시험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원장은 수도사들에게 작은 새를 한 마리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무도 안 보이는 곳에서 해질 때까지 그 새를 죽여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 해질녘이 되자 수도사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하여 수도원 마당에는 죽은 새의 시체가 쌓였습니다. 그런데 그 중의 한 수도사는 늦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제일 늦게 돌아왔지만 그의 손에는 작은 새가 산 채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수도사는 “원장님께서는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새를 죽이라고 하셨는데 그런데 아무리 조용하고 으슥한 곳을 찾아보아도 아무도 안 보이는 곳은 없었습니다. 어딜 가도 하나님이 보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새를 죽일 수 없어서 그냥 가지고 왔습니다.”

물론 원장은 그 수도사를 자신의 후계자로 세웠습니다.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사역에 대한 능력 보다는 자신이 하나님 앞에 있다(coram Deo)는 신전의식(神前意識)입니다. 신앙은 자신의 신념이나 종교적 행위나 윤리적 행위 보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하나님을 의식하며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신앙은 하나님과 합일되는 것이 아니라 늘 자신이 죄인이고 하나님의 피조물임을 기억하며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예배와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성결한 윤리의식을 가지며 헌신적인 봉사를 하고 책임있게 살아야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내가 하나님 앞에 서 있다는 신전의식을 전제하지 않으면 자기 의(義)일 뿐입니다. 우리의 모든 윤리적 동기나 헌신의 이유가 바로 자신이 하나님 앞에(Coram Deo) 서 있다는 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욱 교회를 섬기는 봉사자가 되고 때로 다른 사람을 지도하고 어떤 문제에 책임을 맡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자격은 그의 능력이나 사역에 대한 열정보다 하나님 앞에 서 있다는 의식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이 기도하고, 아무리 성경을 잘 알고, 아무리 영적생활에 철저해도 자신은 여전히 피조물이며 끊임없이 하나님의 도움과 능력을 힘입어야 하며 하나님 앞에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범하는 실수는 하나님 앞에(Coram Deo) 있다는 의식보다는 사람 앞에(Coram hominibus) 잘 보이고 세상 앞에(Coram mundo) 명예롭기를 더 원하는 세속적인 욕망과, 좋은 신앙을 가지면 자신이 마치 신인합일을 이루고 자신이 마치 성자가 된 것 같은 착각입니다. 이 모두가 온전한 신앙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피조물이고 하나님 앞에 있으며 하나님의 도움을 입어야 하고 끈임 없이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고 성령의 인도를 따라야 하는 존재임을 기억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탁월한 하나님의 사람 바울도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하여“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롬 7:24)고 고민했고 자신이“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바 악을 행하는 도다”(롬 7:19)라고 자신의 나약함을 호소하면서 오직 하나님 앞에 “하나님의 선하시고 온전한 뜻을 구하며(롬12;2) 살았습니다. 그래서 진실한 성도는 ”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내가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고후 11:30)고 고백한 바울처럼 자신의 부족함을 겸손히 시인하고 하나님의 끊임없는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하나님이 안 보시는 곳은 없습니다. 하나님은 무소불능(無所不能) 하실 뿐 아니라 무소부재(無所不在) 하시고 무소부지(無所不知)하신 전능하신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잘 하는가 보다는 얼마나 철저히 하나님을 의식하며 경외(敬畏)함으로 살아가는 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내가 주님 앞에(Coram Deo) 서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