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여주군수가 같은 한나라당이며, 같은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범관 의원에게 2억 원을 건네려 한 혐의로 구속됐다. 군수 한 번 더 하고 싶으니 공천시켜 달라는 명목이라고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관련해서 연합뉴스는 여주가 들끓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기수 군수가 돈을 주려던 대상이 여주. 이천 지역구 이범관 의원이었고 이범관 의원 측이 경찰에 신고해 이기수 군수가 구속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심은 “군수가 잘못했으니 당연하다”와 “신고까지 한 것은 너무 했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이런 엇갈리는 정서 속에는 창피함이 묻어난다. 얼마 전에는 여주군의회 이명환 의장이 골프장 인.허가와 관련해 업체로부터 수억 원을 챙긴 혐의 구속 기소된 지 12일 만에 군수까지 구속된 상황이니 말이다. 또 이기수 군수 지지자들이 단단히 벼르고 있어 이범관 의원이 돌팔매를 당할까 봐 여주지역의 행사에 오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낯 뜨겁게 뇌물을 주면서까지 그 군수 자리를 더 해보려고 했을까. 어제 몇몇 일간지가 지방자치단체 특히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기초자치단체장, 말하자면 구청장, 군수를 말하는데, 살펴보니 권한이 정말 대단했다. 권한 가운데 가장 큰 힘은 인사권이다. 군수들의 경우 군내 공무원 500∼1000여 명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선거 때마다 공무원의 줄서기가 반복되는 이유다. 전국 230개 일반시·군·구청 소속 공무원은 19만여 명. 규모가 가장 작은 곳은 충남 계룡시 309명, 가장 큰 곳은 경기 수원시 2504명이다.

예산도 엄청나게 주무른다. 지자체장은 예산편성권도 쥐고 있다. 예산만 한 해 평균 3000억 원 씩 처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허가권도 빼놓을 수 없다. 공동주택이나 일반건축물 허가는 모두 구청장이 내준다. 유흥업소 단속권, 불법주차 단속권 등 지도단속권도 지자체장 손 안에 있다. 그러니 자치단체장이 마음만 먹으면 돈 받을 구멍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경남 창녕군 이야기도 신문에 소개됐는데. 2006년 민선 4기 출범 이후 현재까지 4년간 비리 혐의로 군수가 2번 바뀌고 선거를 3번 치렀다. 군수가 비리의 표적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각 지역의 골재 채취 배분량 결정에 군수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군수와 골재 채취업자 간 유착은 결국 돈 선거로 이어진다. 한 골재 채취업자는 “우리는 봉이다. 선거만 끝나면 당선된 군수의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찾아와 선거비 보전을 요구한다”고 귀띔했다고 한다.

여주의 예처럼 자치단체장이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자치단체장·지방의원 공천을 결정하는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누구냐. 바로 그 지역 국회의원들이다. 신문과 인터뷰 한 한 국회의원 비서관은 "공천을 최종 결정하는 중앙당 최고위원회 의결은 형식적 절차일 뿐, 대개 지역구 국회의원에 의해 좌우된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정치자금법 제13조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동시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는 연간 모금·기부 한도액의 2배를 모금 또는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억5000만원인 국회의원 후원금 한도가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 원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 출마하지도 않는 국회의원 후원금 한도를 2배로 늘려준다. 아, 그러고 보면 국회의원들, 올해 이다.

얼마나 넣어드려야 흡족해할까. 일부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7억 원을 내면 기초단체장 공천을 받고, 6억 원이면 못 받는다는 뜻의 '7당(當)6락(落)'이란 말도 나돈다"고 했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5억 원'보다 1억~2억 원 많아진 것이다. 광역지방의원 공천은 3억 원 정도라 한다.

2억을 주려던 이기수 여주군수는 저렴하게 하신 편이다. 한나라당 소속의 한 당협위원장은 “들리는 말에 의하면 시장이나 군수 등 기초단체장 공천을 받으려면 2억 원은 껌값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고 한다. 껌이 보통 한 통에 500 원이거든. 40만 통이다. 평생 40만 통 씹을 수 있겠나, 여하간 공천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이기수 군수가 불안한 마음에 공천을 받기 위해 돈을 건네려 했던 것이라고 한다.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면 된다며 돈 뿌리는 사람들, 회수하고 싶은 심리는 없을 것이며, 과연 지역주민을 위해 멸사봉공할 수 있을까. 권한을 나누는 길 밖에 없을 것 같다. 나눈 권한은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하고. 언제쯤 우리 민주주의에서 돈 선거 얘기가 사라질까 싶다. 유권자의 감시,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