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주님의 작은 종 한경직 목사가 별세한지 4월 19일로 10주기가 된다. 평소 그의 절제된 생활로 그때 그의 고별행사는 조용하면서도 검소하고 조촐하게 치뤄졌다. 어떤 면에서는 어느 종교지도자보다 더 많은 영향력과 업적을 남겼으나 교회도 그의 유지를 받들었어야 했다. 한 목사가 숭실대학 3학년 여름방학을 맞았을 때다. 그가 비서로 돕는 방위량 선교사는 피서 겸 지나간 일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의 수립과 준비를 위하여 황해도 구미포의 소래라는 곳에 있는 선교사 피서지에 한 목사를 대동하였다.

구미포는 그리 크지는 않으나 아담하고 아름다운 포구였다. 한 목사는 바닷가 황혼의 경치에 마음이 이끌리어 모래사징을 밟으며 명상을 했다. 갑자기 그가 무엇을 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놓고 꿇어 앉아 기도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때 주님의 세미한 음성이 들렸다. 마음속에 분명한 하나님의 지시가 들렸다. 그는 주님의 부르심에 헌신할 것을 약속하였다. 온 몸과 마음을 주님께 드리기로 결심하였다.

보잘 것 없는 한 과학도를 친히 불러 하나님의 종이 되게 하심은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의 섭리라고 한 목사는 믿었다. 한 목사가 프린스턴 신학교 재학시절 학교로부터 걸어서 약 15분 거리에 울창한 수림이 빽빽이 둘러선 조용한 무명전사의 묘소가 있었다. 그는 이 묘소를 특별기도 처소로 정하고 매일 찾았다. 그는 묵상하고 기도하며 주님과 더불어 앞날을 의논하고 계획히며 신비스런 은혜를 이곳에서 신비스런 은혜를 이곳에서 받았다.

사경을 헤매던 그의 기도는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기도는 치유를 위한 애원의 기도인 동시에 서원의 기도이기도 했다. 처음 병이 났을 때 한 목사는 “한국에 가서 3년만 일하다가 죽어도 감사하겠습니다”라고 기도하였다. 이제 공부는 그만하고 공부한 것 가지고 한국에 돌아가 정성껏 봉사하다가 죽겠다는 결심이었다. 한 위기를 교훈과 시련으로 주신 이가 하나님이시고，그 위기를 거두고 앞날을 준비해 주신 이도 하나님이심을 한 목사는 찬송했다.

그의 사역은 말씀에서，선교에서，교육에서，봉사에서 빛나는 큰 족적을 남겼다. 한 목사는 평소 가꾸지 않은 온화하고 인자한 인간성을 지닌 겸손의 사람으로 외유내강의 인격에서 후세인들에게 강한 감화력을 읽게 한다. 한 목사는 그 자신이 모든 것을 몸소 실천한 영원한 목자이다.

/조양교회 장로, 한국장로신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