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방영한 문화방송의 ‘PD 수첩’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큰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지금 온 나라가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군사 지도자들에 대한 실망으로 들끊는 가운데 부산과 경남 지역의 건설업자 정모 씨의 검찰계에 대한 폭로 내용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고위직 검사를 포함한 57명의 전ㆍ현직 검사들이 수시로 룸살롱을 드나들고 용돈을 받아쓰며 심지어 성접대까지 받았다는 의혹은 충격을 넘어 공분을 불러일으키다 못해 국민들이 심한 허탈감에 빠지게 하고 있다.

정씨의 식사 대접을 받은 검사까지 합하면 300여 명에 이른다니, 사실이라면 검찰 조직이 뒤집어질 판이다. 지난해 낙마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와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떡값 리스트’을 계기로 새로운 검찰로 거듭나겠다고 국민 앞에 맹약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여전히 그런 검은 관행이 자행되고 있다니 그만큼 부패의 뿌리가 이리도 깊다는 것인가? 사회 기강을 가장 공정하게 바로 잡아야 할 검찰이 이리도 병들었다면 과연 한국 사회의 건강 회복은 가능한 것인가?

그렇다. 밤낮 없이 시정잡배들과 같은 싸움질로 소일하는 정치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계와 교육계, 문화계와 종교계 등 어느 곳이든 지금 한국사회 어느 분야이든 병들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엘리트 그룹으로 조직되어 있는 검찰만이라도 공정하고 청렴하게 살아 있다면 나라가 점점 건강해지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그러나 검찰의 검은 행태를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면서 폭로한 전직 건설사 대표는 술대접, 금품제공, 성대접 만으로도 “검사들이 어떤 어려운 사건 청탁도 100% 봐주고는 했다”고 실토했다.

물론, 전체 검사들이 부패했다고 매도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어떠한 압력이나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껏 법과 정의에 따라 사회 비리와 맞서 싸우는 검찰의 수도 엄청나다. 문제는 대세(大勢)이다. 출세를 위해서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검은 풍토가 굳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자들이 출세가도를 달리고 그런 검은 일에 가담하기를 꺼려하는 자들이 도태되는 탁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처럼 옳고 그름을 분명히 적시(摘示)하고 그 기준에 따라 상벌을 주어야 할 심판들이 검은 거래에 따라 성패를 판정해버린다면 그 사회와 국가는 무너질 것이 자명하지 않겠는가? 더욱이나 검찰이 정치의 도구가 되어 선한 그룹들을 강압하는데 앞장선다면 그 사회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잠 14:34 “의는 나라를 영화롭게 하나 죄는 나라를 망하게 한다.”고 했다. 나라가 잘 되려면 그 나라가 의로워야 한다. 죄가 판을 치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 ‘썩은 나무에 좀이 든다.’는 말이 있다.

나라가 죄로 인해서 썩으면 외적이 침입하고 마침내 그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라가 경제와 군사력 부강할지라도 죄가 의보다 더 기승을 부리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에드워드 기본(Gibbon)이 쓴「로마제국의 쇠퇴와 패망의 역사」라는 저서에 보면 로마제국이 패망한 것은 야만족 때문이 아니라 로마제국의 내적으로 5가지의 부패 때문이었는데 ①이혼율의 급격한 증가 ②고율의 세금과 투기장과 향연을 위해 공금의 유용 ③쾌락추구의 광적 상태 ④거대한 군비확장 ⑤종교의 타락 등이었다고 했다.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가 쇠퇴해 가던 로마와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니 된다. 대통령이나 정치 지도자들부터 경제가 부강하면 나라의 건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착각을 버리고 우선 도덕적인 의가 살아나도록 힘써야 한다. 현정권은 이번 기회에 뼈를 깎는 심정으로 검찰의 검은 풍토를 척결함으로 나라의 기강을 회복해야 한다. 특별히 우리 한국교회는 성장제일주의에서 신앙 성숙제일주의로 전환함으로, 어떠한 고난에 직면한다 할지라도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는 평신도들을 많이 배출하여 사회 속으로 파송하는데 전력해야 한국사회는 희망이 있다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