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가 ‘(주)올댓스포츠’이라는 신설법인을 설립했다. 당연히 소속사도 IB스포츠에서 이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계약이 만료되는 5월 1일 이후로 말이다. 대표이사 겸 주주는 어머니인 박미희 씨. 김연아 선수 본인도 직접 주주로 참여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돈’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매니지먼트사에 나가는 수수료를 직접 챙기고 절세도 하겠다는 뜻이다. 2007년 4월 수익을 75 대 25의 비율로 나누는 조건을 에이전트사와 맺었지? 25%, 사실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 아니겠나? 김연아의 경우도 그동안 25%를 소속사에 잘라 내줬다. 김연아의 2009년 수입이 90억 원 선이라고 추정한 포브스의 예측에 따르면 IB스포츠는 앉아서 22억여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반면 김연아는 직전 소속사와 3년간 계약해 연간 11억 원，45억 원，55억 원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금 세계 피겨계의 여왕으로 등극한 상황 아닌가? 소속사가 수익분배 비율을 90 대 10으로 조정하식으로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김연아 측이 회사설립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9대 1이면 좋은 조건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이렇게 방향을 틀게 된 이유는 왜 일까. 직전 소속사에 김연아 전담팀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조직이 본질적으로 김연아의 장래를 위한 팀이라기보다는 김연아의 상업성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다보니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는 이유 좀 더 짚어보겠다. 김연아 선수가 독자적인 회사를 만들기 이전에 소속됐던 회사와, 또 그 전에 소속했던 회사 사이에도 갈등이 있었다. 그 회사가 바로 미국의 스포츠 마케팅업체 IMG이다. 이 회사는 프로스포츠계에서 '제국'으로 통한다. 세계 각국의 주요선수들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경기일정에서부터 스폰서를 유치하고 이미지를 관리하는 일을 대행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앤서니 김, 최경주, 세르히오 가르시아, 미셸 위, 폴라 크리머 같은 골프스타만 100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 마리아 샤라포바도 이 회사 소속이다. 비외른 보리，크리스 에버트 등도 거쳐 갔다. IMG가 스카우트 제의를 하지 않으면 '왕따'로 불렸을 정도다.

IMG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이 회사가 창립된 배경도 흥미롭다. IMG가 설립된 건 1959년. 변호사였던 마크 매코맥이 골프대회 구경을 갔다가 아널드 파머에게 개인 매니저 제안했다. 파머가 전격 수용했다. 당시 두 사람은 계약서조차 쓰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끝까지 유지했다. 신의를 바탕으로 시작했다.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 선수를 친 결과, 이 회사는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했다. 2007년 골드만삭스는 IMG의 가치를 15억 달러로 평가했다.

이런 IMG가 김연아의 전 소속사인 IB스포츠와 대립한 일은 이런 사유였다. IMG와 계약할 당시인 2006년, 김연아는 재정문제로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비 마련을 위해 집을 저당 잡히기도 했고, 비행기 값을 아끼기 위해 허리가 아픈 데도 이코노미 석을 이용해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IMG와 계약을 맺었다. 좀 해소됐을까? 그러나 이후에도 별다른 기업 후원이 없어 재정적 어려움은 계속됐다고 한다. 그러다 이듬해 IB스포츠와 계약한다. “돈 걱정? 하지 말라! 밀어줄게!” 이랬던 거다. IMG는 몇 개월 후 IB스포츠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소속사 문제 때문에 스포츠에 전념해야 할 김연아 선수, 속상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사실 스포츠 스타에게 가장 훌륭한 배려는 스포츠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결국 ‘패밀리 컴퍼니’의 출현은 이런 배경을 두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국내 스포츠 매니지먼트 시장의 문제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시장규모가 아직 작다. 기성용 정대세 추성훈 박인비 같은 20여명이 소속된 IB스포츠가 사실상 시장의 맹주이다. 그리고 군소업체들이 난립한 상황이다. 선수 두세 명으로 꾸려가는 경우도 있다. 김연아 선수 쪽은 IB스포츠에서 김연아를 맡았던 임원급 한명의 도움을 받으면 회사 운영에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니까 소속사라는 게 한두 명만 있으면 된다는 말과 같다는 뜻이다. 한국의 매니지먼트사에서 제공하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라는 것은 전문적이고 조직화된 능력을 필요로 한다기 보다는 한 두 사람의 역량으로 충분할 수준이라는 뜻이 된다.

한편 외국의 경우 는 어떨까. 특급 선수들은 직접 회사를 설립하기 보단 대형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돼 있는 것을 선호한다. 타이거 우즈나 페더러 등은 IMG에,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대형 에이전트 보라스에 소속돼 있다. 에이전트 제도가 완전히 정착돼 있는 메이저리그나 유럽축구 시장의 경우 일반적으로 연봉의 5% 정도가 수수료로 책정된다. 여기에 광고계약 같은 경우 20% 정도가 에이전트 몫으로 나간다. 선수들의 능력으로 벌어들인 돈은 철저히 선수 몫으로 챙기되 매니지먼트사에서 관리를 통해 체결하는 광고계약에서만 매니지먼트사가 챙기는 것이다. 우리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서 참고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