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집을 공개했다. 일단 우리나라에 999만호의 공동주택과 398만호의 단독주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1400만호의 집이 있다는 거다. 2008년 말 현재 우리나라 주택보급율은 전국평균 100.7%라고 한다. 한 가구 당 한 채의 집만 있다면 집 없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이다. 그만큼 집이 적다고 말할 수 없다. 이 가운데 가장 비싼 집은 누구의 집일까?

우리나라 최고의 부호인 이건희 회장 집이다. 2007년부터 계속 1등이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소유의 주택이다. 대지면적 2143㎡, 건물연면적 2138㎡이다. 95억2천만 원에 공시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7천만 원이 오른 것이다. 지하 2층ㆍ지상 2층 구조인 이 집은 첨단 방재ㆍ방범 시설과 함께 영상 회의실과 체육관, 손님 접견실 등 규모나 용도 등이 웬만한 빌딩 못지않다.

2등은 경기 하남시 망월동에 있는 임용윤 이화산업 회장의 주택이다. 여기는 일단 대지 면적이 8879㎡, 건물연면적은 145㎡이다. 지난해에 비해 9억6천만 원 오른 88억2천만 원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비싼 단독주택으로 공시됐다. 3등까지 소개하겠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의 주택인데. 대지면적 5129㎡, 건물연면적 811㎡이다. 84억4천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작년 2등이었는데 한 단계 내려왔다.

여기까지는 단독주택이고. 공동주택, 즉 아파트 1등은 어디일까.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269.4㎡(이하 전용면적)형으로 44억7200만 원에 공시됐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3차 265.5㎡형(43억6천만 원), 같은 아파트의 2차 244.3㎡형(40억16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연립주택은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 273.6㎡형으로 공시가격이 50억8800만 원이다. 가장 비싼 다세대주택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89-11번지의 239.6㎡ 규모의 주택(31억2천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은 강남권이 단연 1등이다.

이들 주택은 당연히 종합부동산세를 낸다. 집값이 9억이 초과되면 내도록 돼 있지? 그런데 공동주택 소유자 중에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42.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났다 함은 무슨 얘기냐. 집값이 9억 넘는 집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이다. 공동주택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4.9%, 단독주택 가격은 1.92% 올랐다. 종부세 과세 대상 9억 원 초과 주택 33.3% 증가했다. 요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분위기와 상반되지? 작년에 정부가 재정을 팍팍 풀고, 금리도 미동도 안 한 상태에서 풍부해진 현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렸던 것이다.

그나저나 이건희 회장은 세금을 어느 정도 낼까. 아직 계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공시가격이 시가의 80%인 점을 따져볼 때 시가로는 100억 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싼 주택에 들어가는 보유세는 약 1억 2천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하게 이 주택만 소유하고 있으며, 어떤 공제도 받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산출된 세액이다. 세부적으로 볼까? 종부세는 5700여만 원으로 종부세액의 20%가 붙는 농어촌특별세까지 합해 6800여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또 재산세는 2200만 원을 넘으며, 도시계획세, 공동시설세, 지방교육세 등을 합해 약 5500만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보유세가 1억2천에 이른다면 집 한 채 가격을 매년 보유세로 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의 공동주택 967만4453호 중 공시가격 1억 원 이하의 주택이 528만9584호로 5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그렇다. 이건희 회장의 집이 있는 한남동이 부촌 대열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지난 1960년대 군사정권 시절 군 출신 엘리트들이 과거 육군본부가 있던 서울 용산을 중심으로 모여 살면서 권력 실세들이 터를 잡았다. 그 후 1970년대에 재벌과 부유층이 대거 이주하면서 재벌 1세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한남동에서도 명실 공히 최고 부촌은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3대 그룹 총수는 물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재벌들이 거주하고 있는 한남1동이다.

다른 나라의 집, 우리나라보다 비쌀까. 영국 타임지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을 선정하고 그 가격을 공개했다. 그 중 상위 5위권 내에 진입한 집들은 적게는 2150억 원 많게는 1조3000억 원이라는 고가에 매매 가격이 형성됐다. 이건희 회장이 100억이 안 넘는다고 했지? 아직 명함을 내밀 정도가 아니다. BEST 3만 보겠다. 우선 런던 '더 펜트하우스'이다. 3600억 원이다. 이 집 안에는 완벽하게 대피할 수 있는 패닉 룸이 마련되어 있다. 대형 스파시설과 스쿼시장 등이 있어 휴식과 운동에 적합하다. 또한 24시간 룸서비스가 가능해 여느 고급호텔 못지않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높은 조망권도 일품이다.

프랑스의 '빌라 레오폴다'는 '안틸라'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매매가는 5억6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500억 원이다. 장점은 화려한 실내 인테리어에 있다. 내부 곳곳에 설치된 화려한 조형물이 집 가격을 올린 일등 공신이다. 11개의 침실과 14개의 객실, 전면 수영장이 눈에 띈다. 전체 면적만 해도 약 815평형에 이른다. 1등은 뭄바이 '안틸라'이다. 인도의 억만장자 무케시 암바니 소유다. 지난 2009년 완공된 이 집은 10억 달러, 약 1조 3,000억 원)이다. 로비에는 9대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옥외 정원도 있다. 소극장과 헬스장, 수영장, 얼음방, 와인바 등 즐길 수 있는 모든 시설이 갖춰져있다.

그런데 사는 집이 이렇고 판매용 집중에 가장 비싼 곳은 어디일까. 호화저택이 많기로 소문난 미국 비버리힐즈에 있는 '스펠링 저택', 최근 1700억 원에 나왔다고 한다. 5만 6천 5백 평방피트에 달하는 대지 위에 잘 꾸며진 녹색정원이 궁궐을 연상케 한다. 저택 내부에는 볼링장은 물론 애완견 전용 출입구까지 갖추고 있다. 찰스 왕세자가 묵었던 침실을 비롯해 100여 개의 방과 27개의 욕실이 있고 유명화가의 작품을 전시한 그림방에는 감상용 프로젝터까지 갖춰져 있다. 버튼을 누르면 영화감상용 스크린이 올라온다. 집 주인은 “화장실이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라며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대했던 가격대로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큰 집, 비싼 집 이야기를 쭉했는데, 시설도 가격도 어지럽기까지 하다. 큰 집, 값나가는 집 나쁘다고 매도할 수만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집은 행복한 우리 집이 아닐까? 내일부터 5월이다. 가정의 달, 행복한 우리 집으로 가꾸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