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6월 2일 제5회 동시지방선거에서 각 지역의 유권자들은 무려 8자리의 공직자들을 선택하게 된다. 1차 투표에서는 시·도 교육감, 시·도 교육의원, 지역구 시·도 의원, 지역구 구·시·군 의원을, 2차 투표에서는 광역 시장 및 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비례대표 시·도 의원, 비례대표 구·시·군 의원을 선택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지방의회의원, 교육감과 교육의원들을 동시에 선출하는 것이다. 내가 한 번 빠지면 여덟 번 투표를 안 하는 셈이 된다.

이처럼 중요한 지방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2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50%를 밑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95년 지방선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지방선거 투표율과 60.3%로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2007년 대통령 선거, 50%도 넘기지 못하고 46%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2008년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을 고려하면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래서 각계 각층에서 투표율 올리기에 안간힘을 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 뿐 아니라 민간 단체의 투표 독려 열기가 뜨겁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투표 독려 캠페인이 특히 그런데. “'88만원 세대'가 88% 투표하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기권하면 개고생', '투표 안 하면 무개념' 이런 최근 드라마나 CF 등에서 나오는 문구를 인용해, 자발적으로 젊은이들의 선거 참여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이전 선거 때부터 자주 이용되던 '패러디물'을 활용한 젊은층의 투표 참여 캠페인이 활발하다. '투표소에서 쿡∼해', 영화 '아바타' 포스터를 패러디한 '니가 자꾸 투표 안 하고 그러믄 애가타' 등의 '패러디물'이 각종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전파성이 강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 참여 운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서로가 올린 글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트위터 특성을 이용해 '투표에 참가하자'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다시 전파하는 식으로 인터넷 상에서 빠르게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단순히 투표율 올리기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투표를 압박수단으로 활용해서 주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는 움직임도 있다. 대학가에서도 선거에 관심을 높이기 위해 대학생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제시하거나 교내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기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20대를 위한 저가 임대주택 1만가구를 짓고 자취방 보증금을 연 2∼3%의 저리로 빌려주는 대출제를 시행하자는 정책 공약안을 만들어 서울시에 제안했다.

대학별로도 부재자 투표소 설치 운동을 벌이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고려대, 부산대 같은 전국 30여개대 총학생회가 참여해 출범한 '2010 대학생유권자연대'도 대학생들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교내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기 위한 운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 대전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선거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주소이전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4천여명의 KAIST 학생 중 주소가 대전인 학생이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 학생들의 선거참여가 미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투표율 높이기를 위한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 이런 목소리도 크다. 이러다보니 ‘투표복권제’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투표용지를 복권처럼 활용할 수 있다면 무용지물인 투표확인증 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선거일이 법정공휴일인데 대해 투표를 하는 사람만 쉴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선거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은 현재 부재자 투표소의 설치가 너무 엄격하다며 부재자 투표소 설치 확대를 주장했다. 그 외에 ‘3회 미투표시 1회 투표 제한’, ‘지역구 투표율 50% 미만 시 비례대표로 전환’의 제안도 있었다. 혹은 투표를 하지 않을 경우 공직 진출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모색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한편 의무투표제 도입론이 국회 일각에서 제기됐다. 유권자의 대선·총선 투표를 의무화해 부득이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불참자에게는 1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진척은 없다. 의무투표제란 선거일에 투표를 하는 것이 법적인 의무이고 이 의무를 태만히 했을 때 각종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세시대 스위스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17세기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처음으로 적용되었다. 벌금 또는 담배는 납부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가 1915년부터, 오스트리아가 1929년부터, 미국의 조지아주는 1977년부터 의무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의무투표제를 실시하는 나라들은 투표 불참자에게 단계별로 다양한 제재 조치가 있는데, 그 중 매운맛 제재로는 공표가 있는데, 각급 공공기관에다가 투표 불참자 명단을 내 거는 거다. 그 다음, 벌금인데, 룩셈부르크는 재범자에게 가장 많은 10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돈 142만 원이 되겠다. 그 다음에는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또 공직 취업을 박탈하는 것이다.

여러 투표 독려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권자의 게으름도 탓해야 한다. 하지만 투표가 사치인 사람도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하루라도 빠지면 밥 먹을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이들이 투표해야, 이들의 표가 많아져야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투표에도 귀천이 있는 세상,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