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교에서 여학생이 환경미화원에게 폭언을 한 사실이 인터넷에 공개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낮, 서울 경희대학교 여학생 휴게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여대생이 먹다 버린 우유팩을 치우지 않았다며 환경미화원에게 소리를 쳤고, 사과를 받기 위해 여학생 휴게실로 찾아간 환경미화원에게 여대생은 욕설을 퍼부었다.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된 배경은 포털사이트 네이트에 한 네티즌이 "경희대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내 어머니가 여학생에게 욕설과 막말을 들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불거진 것이다. 여기에 여학생의 욕설이 담긴 음성 파일이 올라오며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다음은 녹음 내용 중 일부.

대학생 : 내가 아줌마때문에 그것까지 해야겠어요? 나 이 아줌마랑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 좀 내보내면 안돼요?

아줌마 : 못나가겠는데? 내가 여기 내가 이 직장을 그만두는 한이있어도 못나가겄는데? 응? 나와봐 나와봐

대학생 : 니가 뭔데 나와라 마라야 진짜 미친거아냐 이 년이 진짜 맞고 싶나?

어머니뻘되는 환경미화원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욕설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그 학생의 실명과 미니홈피 등이 공개됐으며 욕설이 발생한 장소가 차례로 공개됐다. 경희대 측도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그 사건이 실제 있었다고 밝힌 것이다. 경희대 측은 인터넷에 오른 사건 장소를 위주로 CCTV를 일일이 확인 중에 있으며 늦어도 17일 오후 늦게까지는 진상 조사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네티즌은 "경희대는 학생들 인성 교육부터 시켜라", "저런 학생은 공부 시킬 필요 없다. 퇴학시켜라" 이런 표현을 써가며 질책하고 있다. 네티즌의 이런 분노는 충분히 타당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잃은 대학생의 철없는 행동, 질책해 마땅하다. 또 이런 분노가 없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법이 정한 원칙을 뛰어넘는, 당사자에 대한 사적 보복은 용인될 수 없다. 이름, 사진 같은 신상정보를 올려서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뒤에 ‘녀’자가 들어간 별명을 얻은 여성들, 네티즌의 표적이 된 적이 많았다. 수입에 비해 사치와 허영에 물들어 스타벅스 매장을 즐겨 찾는 20, 30대 여성을 가리키는 말하면 ‘된장녀’라는 표현, 수년전에 화제에 올랐지? 이 말은 2005년 경향신문의 주간지 뉴스메이커에 스타벅스 커피 전문점에 빠진 2·30대 여성들에 대한 특집 기사가 실리고 나서부터 알려졌다. 이 말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보호받고 배려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악용해 남성들에게 과도하게 의지하며 살려고 하는 여성을 지칭하는 통칭명으로 용례가 확장되었다.

이른바 ‘군삼녀’도 화제였다. 2007년 2월말, 한 방송 길거리 인터뷰에 나온 한 젊은 여성이 남성들의 군복무에 대해 "2년은 너무 짧고요. 3년이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나라 지키려고 군대 가는 건데 18개월 해서 뭘 배우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성들의 대대적인 분노를 자아냈다. 모자이크 처리가 전혀 안 된 채 방송이 돼서 이 여성, 어떤 거친 수모를 당한 것은 아닐지 걱정될 정도였다.

2005년 ‘개똥녀 사건’도 있었다. 지하철에서 한 여성이 반려개의 변을 치우지 않고 내렸고 다른 승객이 변을 치운 일이었다. 누군가가 휴대전화로 이걸 찍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여성의 얼굴은 고스란히 노출됐다. 그 뒤 누리꾼은 ‘싸이 추적대’를 꾸렸고, 열차 번호와 열차 시간표를 바탕으로 이 여성이 내린 역을 추론하기도 했다. 결국 이 여성의 신상 정보가 밝혀졌고, 그가 다니는 학교 홈페이지는 각종 비난 글로 마비됐다. 작년엔 이른바 ‘루저녀’도 등장했다. 이 멘트는 키 180cm가 안 되는 남성들의 거친 분노를 자아냈다. 이 여성 역시 신상정보는 물론 과거행적까지 공개돼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자는 취지로 분노해야 하는데, 그 도가 지나쳐서 한 개인에 대한 사이버테러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근거 없는 폭력과 강압과 강제가 난무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파괴적인 면을 부각하는 '사이버 반달리즘' 즉 파괴주의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 특히 이런 일에 있어서 ‘무슨무슨녀’들이 항상 표적이 되는 것은 왜 일까. 여성은 계몽이 덜 된 대상이라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행위를 비판하되,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성숙한 비판 문화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