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신종 IT기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늘 그 가운데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얼마 전 세계적 인터넷 포털회사인 구글이 구글TV를 발표했다. 구글TV란 무엇이냐. 복잡한 게 아니다. 요즘 스마트폰이 유행이지? 이건 휴대전화기에 인터넷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구글TV는 일반 텔레비전 수상기에다 인터넷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말하자면 스마트TV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TV 대신 스마트TV라고 부르겠다.

인터넷 기능이 되는 TV는 IPTV라고 또 있다. 큰 차이가 있다면 돈 내느냐 안 내느냐이다. IPTV는 대표적인 이동통신회사 세 군데가 설립한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회사가 운영하는 것이다. 돈 내고 보는 것인 만큼 볼만한 콘텐츠가 꽤 많다. 반면 스마트TV는 인터넷을 통해 보는 동영상 모두를 시청할 수 있다. 따라서 무료지만 실속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계도 있다. 인터넷 동영상, 본 사람은 알겠지만 모든 영상물을 고화질로 시청할 수 있는 게 아니다.

TV와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TV의 역사도 짚어봐야 한다. TV는 1928년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TV방송이 시작된 것은 1954년. HLKZ TV이었다. 그러나 이 방송사에 불이 나는 바람에 홀라당 다 탔다. 그래서 방송국이 문 닫았다. 워낙 장비가 고가다보니 이걸 돈 주고 들여와 서비스를 할 형편이 못 됐던 것이다. 그러다 1961년 국영 KBS가 등장하면서 안방극장 시대가 열렸다. 그 뒤를 TBC, MBC가 이어갔고.

TV의 역사도 반세기가 넘었다. 그새 컬러TV가 세상에 선보이고, 지역민방이 생기고, 케이블, 위성, DMB TV가 개국하고, 브라운관TV가 평면TV로, SDTV가 HDTV로 또 3D TV로 진화했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 일방적이란 점이다. 스마트TV의 등장은 쌍방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TV와 크게 다르다. 방송을 보며 의견 보내고, 상품을 사고, 때에 따라서는 증강현실 즉 화면 속 사물이나 장소에 대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쌍방향이 가능해진다 하겠다. 이런 기능은 IPTV에서도 일부 구현할 수 있다.

또 다른 의미도 있다. 세상 그 어떤 동영상도 다 볼 수 있게 된다면, 매체의 기득권은 사라지게 된다. 지상파 케이블 위성 DMB IPTV, 이렇게 매체가 수없이 많더라도 어디까지나 어떤 경로로 들어오느냐의 문제였다. 다시 이야기해 수상기에 나오기 전 단계의 메커니즘에 불과하다. 화면만 보는 시청자로선 알 바 아닌 부분이다. 따라서 누리꾼 한 명이 만든 UCC도, 지상파 방송이 수백억 들인 드라마와 경쟁 상대가 되는 것이다. 매체의 진입장벽이 허물어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방송사 중심의 TV 시장이 시청자 우위로 바뀌는 혁명적인 변화도 예상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건 TV인가 인터넷인가. 중요한 화두이다. 예전 같으면 구분이 됐었다. 그러나 이제는 구분해야 할 이유가 없다. 미국에서 애플사의 태블릿 PC 아이패드를 보라. 이거 요즘 품귀 현상이 빚어져 웃돈을 주고도 못 산다고 하지? 아이패드는 PC이면서 놀이기구이다. 또 놀이기구이면서 전자책이다. 틀에 박힌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분류가 불가능한 혁신적 제품인 것이다.

매체와 매체의 융합은 비단 TV, PC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요즘엔 또 이메일인지 메신저인지 알 수 없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가 그렇다. 한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트위터의 성격을 규정하지 못해 결국 ‘유사 이메일’로 구분하지 않았나. 휴대전화기는 달라도 운영 체계 또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안드로이드폰’도 혁명적 'IT 신상품'에 속한다.

IT 강국을 자처하던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대목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우리 회사 것만’ ‘우리 서비스만’ 마인드에 젖어 있는 것이다. ‘생산자인 우리가 판을 벌여줄 테니 여기서 팔고 사고는 소비자들이 맡아라’ 이 마인드로 접근한 애플이 주목받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IT 기업, 글로벌 IT 지각변동의 주체가 될 것인지, 애플 구글 등 미국 업체들이 만들고 있는 글로벌 생태계에 편입될 것인지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매체 융합 시대에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계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