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전국 40% 넘는 가구에 아침 신문이 배달됐을 것이다. 신문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될까? 암울한 소식이 바다 건너 들려온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1856년 창간된 지역신문 '호놀룰루 애드버타이저'가 154년의 긴 역사를 접고 마지막 호를 발행했다. 경기침체 여파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호놀롤루 애드버타이저라는 신문 이름이 생소하시다면 르몽드라는 프랑스 신문 이름은 들어보셨나? 이런 르몽드가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매각에 나섰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르몽드는 많은 언론의 사표가 되는 신문이다. 1957년 프랑스령 알제리에서 독립전쟁이 일어났다. 일간지 르몽드는 그해 12월 '알제리의 개인자유·권리 보호위원회 보고서'를 실었다. 프랑스 정부가 알제리를 얼마나 무자비하게 탄압해왔는지 낱낱이 밝힌 기사였다. 정부는 르몽드를 압수수색하고 정간시켰다. 그 후 4년 동안 르몽드는 압수수색 10차례, 정간 19차례를 당했다. 드골은 특별담화에서 르몽드에게 "공화국에 힘을 실어 달라"고 요구했다. 르몽드는 '좋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힘인가'라는 사설로 맞받았다.

르몽드는 원래 드골의 제안으로 생긴 신문이다. 제호 'Le Monde(세계)'도 세계적 대신문이 되라며 드골이 붙여준 것이다. 그러나 르몽드는 출범 때 받은 정부 보조금 100만프랑을 1년 뒤 갚고 '모든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언했다. 1956년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려고 구독료 인상을 금지했을 땐 독자들이 르몽드 살리기에 나섰다. 르몽드 구독운동을 벌이고, 인상하려 했던 구독료와 실제 구독료의 차액을 르몽드에 기부했다. 그러다가 최근 경영난에 빠져 새 주인 찾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유력지 도산 우려 현상이 르몽드만의 문제같지는 않아 보인다. 다시 미국 신문 이야기이다. 얼마 전 ‘시카고 선타임스’를 포함해 58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선타임스 미디어’가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소식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워싱턴포스트’의 자매지이지? 이런 ‘뉴스위크’도 최근 매물로 나왔다. 남 얘기할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한편 ‘호놀롤루 애드버타이저’만큼은 아니지만 150년 역사를 자랑하던 미국 콜로라도주(州) 덴버의 유력 신문 ‘로키 마운틴 뉴스’도 폐간했다.

앞서 ‘뉴스위크’의 모회사로 ‘워싱턴포스트’를 이야기했는데, 이 신문과 ‘뉴욕타임스’도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다. 이 두 신문은 미국의 대표 신문사들 아닌가? 회사 건물을 내다 팔거나 감원과 임금 삭감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처지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텔레비전과 인터넷 매체에 밀려 신문시장이 사양화되고 있기 때문일까. 단지 그것 뿐일까. 금융위기를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현재 미국 신문시장의 위기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신문사들이 방만한 운영을 했다는 것이다. 신문사들이 막대한 빚에 기대 무책임하게 회사를 경영하면서, 결국 금융위기로 자금 여건이 어려워지자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결국 파산하게 된 셈이다. 수많은 미국 내 신문사들이 지고 있는 엄청난 빚은 결국 금융권의 부실채권으로 이어져 금융위기를 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몰고 가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미국만의 현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7년 1조7천억원 규모이던 전국 종합지의 전체 매출액은 2008년 1조4천억원, 지난해 1조3천억원 규모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뉴미디어에 밀리고 있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최근 펴낸 이슈리포트 '신문산업 활성화 지원 방안'을 보면, 신문의 위기는, 일시적으로는 금융위기 때문에 광고주들이 긴축하기 때문으로 진단한 내용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이제는 굳이 신문을 안 봐도 어디서나 무료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신문업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직원 수 줄이고, 발행부수를 줄이고, 아예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것일까?

혹시 신문의 신뢰도가 낮아진 점은 문제가 아닐까? 맞다. 중앙대 겸임교수인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도 이런 견해이다. 신문산업 위기의 핵심은 뉴스, 더 나아가 저널리즘에 있다는 것이다. 종이신문에서 저널리즘을 찾기란 쉽지 않으며, 이것이 신문에 대한 필요성을 감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렇게 진단한다. 종이에 실을 분량이 제한되다 보니 필요한 부분만 내보내야 하는 현실이 있고, 이 현실을 악용해 신문사 논조에 필요한 부분은 살리는 식의 왜곡된 편집, 이것이 신문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인터넷은 정보량에 제한을 두지 않는 강정을 이용해 모든 팩트를 살려 전하고 있다.

인터넷만 보고는 세상사를 모두 알 수 없다는 점은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블룸버그통신의 편집인 앨버트 헌트가 최근 내놓은 칼럼을 보자. “젊고 돈 많은 소비자들 중 일부는 인터넷에서 많은 뉴스와 정보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신문이 없어져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터넷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에만 그칠 뿐, 현상에 대해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이끌어내는 기능이 신문에 미치지는 못한다”라고 말이다. 사실 보도에 덧붙이는 해설 논평 기능이 신문의 백미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신문들의 해설 논평 기능은 과연 독자의 기대치에 부합하고 있을까? 이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겠다.